시공사 운영비 대여중단하면 ‘계약의무위반 금지 가처분’소송 제기하라
시공사 운영비 대여중단하면 ‘계약의무위반 금지 가처분’소송 제기하라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4.03.2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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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정 민
변호사/법무법인(유) 영진

 

 

1. 들어가며


2014년 3월 4일 주거환경연구원이 개최한 ‘도시정비사업활성화 제도개선 T/F 1차회의’에서 자주 언급된 단어 중의 하나가 바로 ‘시공사의 횡포’였다.

 

재건축·재개발사업장의 시공사라고 하면 도급순위 20위안에 들어가는 대기업들이다. 이러한 대기업들이 도대체 무슨 횡포를 부린다는 것일까?


횡포의 모습은 다양했다. 그 중 하나가 일방적인 운영비·사업비 대여중단이었다. 많은 조합들이 시공사의 일방적인 대여중단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공사의 일방적인 운영비·사업비의 지급중단을 막을 방법은 없는가 하는 질문도 있었다. 곰곰 생각하다가 시공사를 상대로 ‘계약의무위반 금지 가처분’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가 끝나고 이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를 해본 결과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는 바, 이에 대한 검토결과를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이 글이 시공사의 운영비·사업비 대여중단으로 고통받는 조합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2. 신청취지


신청취지는 대략 다음과 같은 형태가 된다.


① 시공사는 2014년 00월 00일 운영비지급의무를 이행하라.


② 시공사는 위 일자까지 밀린 운영비 금 000000원과 사업비 000000원을 즉시 지급하라.


③ 시공사가 위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위반일수 1일당 금 000000원을 지급하라.

 

보전처분인 가처분의 특징 중 하나가 신속성이다. 긴급한 상황에서 빨리 결정을 득한다는 것이 보전처분의 존재의의이기 때문이다.

 

신청취지 제1항과 제2항에 기한이 명시되기 때문에 법원은 이 기일안에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조합으로서는 되든 안되든 위 날짜안에 결정을 득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점이 있다. 예컨대, 매월 20일이 시공사로부터 운영비가 입금되는 날이라면 신청취지에 2014년 4월 20일을 명시함으로써 그 전에 결정을 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


가처분소송에서는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라는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만 승소할 수 있다. 본 건의 경우 이러한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는지 살펴보자.

 

(1) 피보전권리
이 사건의 피보전권리는 조합의 시공사에 대한 대여금청구권이다.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할 때 시공사는 조합에 무이자 대여금과 유이자 대여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다.

 

통상적으로 조합운영비는 무이자 대여금에 속하고 사업비는 유이자 대여금에 속한다.


조합이 시공사에게 대여금 청구권이라는 권리를 가지는지가 관건이다. 살피건대, 조합운영비는 시공사가 조합의 시공사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한 조합에 매달 지급해야 하는 금원이며, 조합은 시공사에게 운영비 대여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따라서 조합은 시공사에게 대여금 청구권이라는 권리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시공사가 이러한 운영비 대여를 중단하는 것은 계약상 의무위반에 해당한다.


유상으로 대여되는 사업비 또한 마찬가지다. 정비사업은 일정한 절차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조합은 사업진행단계상 정당하게 필요한 금원에 대해서는 시공사에 이를 대여해 달라고 청구할 권리가 있으며 시공사는 이를 대여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가처분의 피보전권리는 분명히 존재한다. 가처분 사건은 통상 본안사건을 전제로 하는데, 굳이 본안사건을 가정하자면 ‘조합의 시공사에 대한 운영비 및 사업비 대여청구소송’이 될 것이다.

 

(2) 보전의 필요성
다음 보전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자. 시공사의 운영비 및 사업비 지급의무는 계속적 의무에 해당한다. 시공사는 매달 조합에게 운영비를 지급하여야 하며, 사업진행단계상 필요한 사업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가 일정기간 동안 운영비와 사업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은 보전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하다. 과거의 의무위반 사실이 미래의 의무위반을 예견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시공사가 대여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서 조합에 상당한 손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하는데 이것도 보전의 필요성과 관련된다.

 

시공사가 그동안 운영비와 사업비를 지급하지 않아서 정비사업 진행에 막대한 차질이 초래되고 있다는 점, 사업지연으로 인하여 지연된 기간 동안 물가상승률에 비례하여 시공사 도급공사비가 상향조정되므로 조합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점, 이러한 경우 시공사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공사비가 상향조정되어 손해볼 것이 없지만 조합은 사업지연으로 막대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설득력있게 피력해야 할 것이다.


보전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시공사가 항변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예상컨대, 시공사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어 미분양의 우려가 크기 때문에 사업순연은 불가피하며,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동안 운영비와 사업비 지출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득이 되기 때문에 조합으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고 항변할 것이다.

 

설득력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뭐라고 반박해야 할 것인가?
답은 시공사 선정총회에 있다고 생각된다.


‘도시정비법’은 경쟁입찰에 의하여 시공사를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절차는 입찰공고와 현장설명회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입찰에 참여하고자 하는 시공사는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총동원하여 사업성을 검토하고 적정 입찰가액을 산정 제시한다. 그리고 조합원들로부터 선택받기 위해 열띤 홍보전을 벌인다.

 

입찰에 참여하는 시공사는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수 없이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입찰금액을 결정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사업진행일정을 제시하며 이주 및 입주 일자를 제시한다. 이러한 계획을 짜면서 경기변동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조합은 이러한 내용을 중점으로 하여 충분히 반박할 수 있고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4. 맺으며


지난 18대 대선에 여야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것에 ‘경제민주화’라는 것이 있었다. 너무 어려운 개념이라 일반인들로서는 그 뜻이 선뜻 와 닿지 않는다.

 

경제민주화를 쉬운 말로 풀어쓰면 ‘선하게 벌어 선하게 쓰라’는 말이다. 경제민주화는 이전까지의 성장제일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되었다.

 

성장제일주의 시대는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라’는 말로 요약된다.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는 요즘 시대에 대한민국 일류 시공사들이 개같이 벌려고 하는 구시대적 작태를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시공사가 부동산경기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대여금 지급을 중단하는 것은 말 그대로 횡포이며 이는 법적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

 

시공사의 일방적인 대여금 중단으로 고통받고 있는 일선 조합들이 ‘계약의무위반 금지 가처분’을 적극 활용하여 시공사의 횡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면 보람이겠다.

 

☞문의 02-552-7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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