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핫이슈 박일규 변호사>입찰보증금의 대여금 전환 논란
<진단핫이슈 박일규 변호사>입찰보증금의 대여금 전환 논란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2.01.1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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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2 16:51 입력
  
박일규
변호사/H&P 법률사무소
www.parkhong.com
 

정비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통상 정비업체 등으로부터의 대여금으로 충당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정비업체는 자금동원력에서 일정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어 결국 정비사업 자금융통의 중추적 역할은 조합설립 이후 선정되는 시공자가 떠맡게 된다.
 

그리하여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지침서에는 예외없이 선정된 시공사의 입찰보증금을 대여금으로 전환하여 조합이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조합은 그렇게 대여금으로 전환된 입찰보증금을 이용하여 시공자 선정 전까지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차용하였던 대여금을 반환하거나 설계업체, 정비업체 등 협력업체에 대한 용역대금을 지불하게 된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입찰보증금의 대여금전환 처리 과정에는 현실적으로 흔히 제기되는 법적 시비거리가 하나 포함되어 있다. 조합임원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에 따른 형사책임 문제이다.
 
〈도정법〉 제24조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율 및 상환방법에 관하여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때의 총회의 의결은 사후 추인결의가 아닌 사전결의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도정법〉 제85조는 총회결의 사항임에도 총회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임의로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임원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제24조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도정법〉 제23조는 〈도정법〉을 위반하여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조합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정비사업이나 기존의 조합집행부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있는 일부 조합원들은 〈도정법〉의 처벌규정과 조합임원 결격사유 규정을 활용, 형사고소를 통하여 조합집행부의 교체를 시도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입찰보증금의 대여금 전환은 자금의 차입행위이자 예산외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이므로 〈도정법〉 제24조에 의거 사전에 조합원 총회의 의결이 필요한데 만일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면 〈도정법〉 제85조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다분히 형식적이어서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시공자 선정을 위하여는 조합에서 미리 입찰지침서를 작성·배포하고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들 역시 입찰지침서의 요건을 충족하는 내용으로 입찰제안서를 구성하여 조합에 제출하게 되는데, 시공자가 제출하는 입찰제안서의 내용에 적시되어 있는 사업참여 조건이야말로 조합원들이 시공자를 선택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따라서 시공자가 제출한 입찰제안서는 조합의 이사회, 대의원회를 통하여 사전에 검토·음미되고 조합원들 역시 시공자 선정을 위한 총회결의 이전에 시공자의 입찰제안서의 주요 내용을 충분히 고지받게 됨은 몰론이다.
 
이를 입찰보증금의 대여금전환에 관한 문제로 국한하여 본다면 선정되는 시공자가 조합에 예치한 입찰보증금은 선정결의 이후 조합이 차용하여 사용할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조합원들이 숙지한 상태에서 해당 시공자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시공자의 입찰보증금이 대여금으로 전환되어 조합의 정비사업비로 사용된다는 점을 숙지한 상태에서 해당 시공자를 선정하는 결의에 이르렀다면 입찰보증금의 대여금전환에 관하여 독립된 안건으로 별도의 결의를 얻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조합임원에게 형사처벌을 가하는 것은 〈도정법〉 제24조가 의도하고 있는 법취지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형사사건을 담당하게 되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도정법〉 위반의 사안에 관하여 다소 형식적인 판단을 하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조합원 총회의 시공자 선정결의에 입찰보증금의 대여금전환에 관한 의사가 내포되어 있느냐는 실질적인 접근보다는 입찰보증금의 대여금전환에 관한 별도의 안건 상정이 이루어졌고 이에 대한 결의가 명확하게 이루어졌느냐하는 형식적 접근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향후 입찰보증금의 대여금전환에 관하여는 안건을 따로 상정하여 총회의 결의를 득하는 것이 형사고소의 부담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동일한 사안으로 형사사건이 진행 중인 경우라 하더라도 조합임원 지위유지와 관련하여서는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실질적 관점에서 파악한다면 조합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조합임원이 전횡적으로 조합업무를 집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대여전환된 금원을 개인적 용도로 횡령한다든지 하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조합임원 지위를 상실시킬 만큼의 중형을 선고할 사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법원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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