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철현 감정평가사>“애당초 용도지정 없었기에 용도폐지될 대상도 아니다”
<특별기고 이철현 감정평가사>“애당초 용도지정 없었기에 용도폐지될 대상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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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3.23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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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3 12:48 입력
  
 

이철현
하나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이사
 

최근 정비사업계의 최고 화두는 단연 재개발임대주택 비율 상향과 정비기반시설 무상양도라 할 것이다. ‘용적률 인센티브와 무상양도를 동시에 허용할 수 없다’는 서울시의 초강수 앞에 대법원 판결도 무색해지지만, 무상양도의 범위를 결정함에 있어서 이러한 이중혜택 논란에 앞서 선결되어야 하는 문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무상양도 대상으로 정한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용도가 폐지되는 국가·지자체 소유의 정비기반시설’이 과연 무엇인가의 문제로, 이른바 ‘현황도로’ 무상양도의 가부(可否) 문제로 대표된다. 이와 관련 이미 대법원은 2008.11.27.선고 2007두24289판결(이하 ‘제1판결’)에서 기존 도시계획시설만이 무상양도 대상이라고 판시하여 ‘충격’을 주었고 지난 2011.2.24. 불광4구역 상고심(2010두22498, 이하 ‘제2판결’)에서 현황도로 무상양도를 긍정한 원심을 파기하여 다시 한번 이러한 입장을 확인하였다. 이하에서는 제1판결 이후 하급심의 전개 양상을 살펴보고, 주요 논점 검토를 통해 제1, 2판결이 가지는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Ⅰ. 대법원 제1판결과 이후의 논의 전개
제1판결의 논지는 주지하듯이 기존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된 시설, 즉 도시계획시설만이 무상양도 대상이라는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구 〈도시재개발법〉 이래의 실무에서 도시계획시설이 아닌 ‘현황도로’도 무상양도되는 공공시설에 포함된다고 보는 실무관행과 법해석을 부정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제1판결의 영향은 바로 나타났는데, 2009.1.22. 동삼1구역 사건(2007구합3153)에서 부산지법은 제1판결을 인용하여, 지목 도로이며 일부가 ‘현황도로’라고 해도 도시관리계획결정으로 설치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이상 무상양도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렇게 제1판결은 당시 정비기반시설 관련 소송에서 연전연패하던 행정청에게는 구원투수나 다름없었는데, 2009년 6월에 시행된 서울시 문서를 보면 제1판결로 인해 “무상양도의 대상 및 범위가 기존과 달라졌습니다. (중략) 별도의 통보가 있을 때까지 무상양도 협의를 일시 보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무상양도 협의보류를 지시했고 기 협의완료된 정비구역에 대한 회신도 일시 보류할 정도였다.
 
하지만 국제빌딩주변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관련 사건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는데, 서울행정법원은 2009.4.15.선고 2008구합31994 판결에서 “도정법 제65조제2항 후단의 무상양도 대상인 ‘정비기반시설인 도로’는 ‘도로’에 관한 일반법인 도로법에 따라 판단함이 상당하며, 도정법상 ‘정비기반시설’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기반시설’에 대응하는 의미로 보면 족하지 이를 국토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로 한정해석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며 그와 같이 축소 해석하는 것은 도정법 제65조제2항 후단의 입법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보면서 “도로법상 도로 및 도정법 제65조제2항 후단의 무상양도 대상으로서의 도로라 함은, 지목 또는 그 이용현황이 도로인 모든 토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노선이 인정된 도로만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러한 태도는 명문상으로는 도시계획시설만이 무상양도 대상이라는 제1판결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인다(이와 함께 대흥3구역 관련 서울행정법원 2009.10.30. 선고 2009구합17711 판결 참조).
 
대흥3구역 사건과 같은 날 선고된 서울행정법원 2009구합16398 판결(이번 대법원 제2판결의 최초 제1심 판결임) 역시 기존 도시계획시설만으로 한정해석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한 점은 동일하나, (도시계획시설이 아닌) 국유재산법에 따른 행정재산으로서의 ‘공물(公物)’일 것을 요구하는 또 다른 논지가 보인다.
 
이러던 차에 2010년 9∼10월 서울고법 불광4구역 판결, 부산지법 거제2구역 판결, 부산고법 남천삼익아파트 판결에서 현황도로의 무상양도를 긍정하는 자세가 부각되는데, 이하에서 이들 판결과 제1, 2판결 및 서울행정법원 판례를 비교해 살펴보기로 한다.
 
 
Ⅱ. 주요논점 검토
1. 도시계획시설‘만’이 무상양도 대상인가=제1, 2판결 논지는 “국토계획법상 기반시설의 설치 및 정비·개량에 관한 계획은 도시관리계획에 해당→정비사업은 도시계획사업이며 신설 정비기반시설은 도시계획시설이다→따라서 사업시행인가 이전에 이미 국토계획법상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설치된 국가·지자체 소유의 기반시설만이 무상양도 대상이다”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모든 정비사업이 도시계획사업인가 하는 점이다. 왠 엉뚱한 소리냐고 반문하겠지만, 적어도 2005년 7월 1일 전까지 재건축사업은 〈국토계획법〉상 도시계획사업이 아니었으며 2005년 3월 31일자 〈국토계획법〉 개정으로 ‘비로소’ 도시계획사업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실제로 이 당시 재건축사업의 도시계획사업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거론하는 이유는 제1, 2판결 모두 재개발사업 관련이지만, 만약 재건축사업이었었다면 ‘적어도 정비사업이 도시계획사업이며 신설정비기반시설은 도시계획시설이라는 대법원 논지의 주요 구성부분이 가능했을까’라는 의문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도시(관리)계획이라는 용어는 국토계획법/도시계획법 제정으로 규정된 것이어서, 국토계획법/도시계획법 제정 이전에 존재하던 도로 등은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설치된 기반시설이 아니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부산고법)
 
현황도로의 상당수는 이렇게 1962년 제정된 〈도시계획법〉 이전부터 존재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서울고법은 국제빌딩주변4구역 관련 판결에서 현행 도시계획관련 법령제정 이전인 일제강점기 시대의 도시계획으로 설치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장기간 실질적으로 도시계획시설로서의 역할을 해 오고 있었으며, 관할 행정청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고 체계적으로 유지·관리했어야 마땅함에도, 〈도로법〉상의 도로지정만 하고 도시관리계획에는 포함시키지 아니하였던 이 사건 편입도로와 같은 경우는, 도정법상 무상양도의 대상이 되는 정비기반시설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한 바 있다.
 
이 사건에서 용산구청은 제1판결을 인용하면서 이 사건 도로가 〈국토계획법〉에 따라 설치된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시대에 설치된 것으로 도시계획시설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므로 무상양도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제1판결이 행정청에 의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일제시대때부터 존재한 현황도로가 “도시계획시설도로인지 불문명하므로 무상양도해줄 수 없다”는 기막힌 논리구성이 가능한 것이다.
 
대법원은 2007년부터 일관되게 무상양도 제도는 “사업시행자가 자신의 부담으로 설치한 신설 정비기반시설이 행정청에 무상귀속됨에 따른 재산상 손실을 대한 합리적 범위 안에서의 보전해주기 위한 것으로서 무상양도를 강제하는 강행규정”이라고 수차례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기존 도시계획시설만이 무상양도 대상이라는 논리는 ‘합리적 범위 안에서의 보전’이라는 것을 결국 도시계획시설이라는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가진 시설로  한정하고 그 도시계획시설 상호간에만 대가적(代價的)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입법취지를 충실히 살리자면 “도정법상 정비기반시설을 국토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 조서의 작성 등 형식적, 절차적 요건을 모두 구비한 도시계획시설로 한정하여 좁게 해석할 이유는 없으므로, 정비기반시설로서의 도로의 경우, 도시계획시설조서가 필요하거나 도시계획시설로서의 도로개설과 같은 정도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할 필요는 없다”(부산고법)고 보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 범위 안에서의 보전’에 충실한 것이라 할 것이다.
 
통상 신설 정비기반시설 설치비용이 무상양도 정비기반시설보다 훨씬 많은 상황에서 “당신이 설치하는 시설이 도시계획시설이니까 나도 도시계획시설만을 대상으로 비용 계산하자”라는 주장이 과연 ‘합리적 범위 안에서의 보전’인지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기능대체성’ 주장의 부활? ‘기능’대체가 아닌 ‘법적 지위’ 대체?).
 
2. 무상양도 대상 정비기반시설을 굳이 기존 도시계획시설로 한정할 필요는 없고 도로에 관한 일반법인 도로법상 도로면 족하다는 하급심의 논지는 타당한가=제1판결 이후 서울행정법원 판결의 주 논지는 도정법이 ‘도로’에 관해 별도로 정의하지 않은 이상 도로에 관한 일반법인 도로법에 따른 노선인정·공고 여부가 무상양도대상 여부 판단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며, 국토계획법에서도 기반시설의 하나인 ‘도로’에 대한 별도의 정의 규정이 없고, ‘기반시설’과는 별도로 ‘도시계획시설’을 정의하고 있으므로 도정법상 정비기반시설은 국토계획법상 ‘기반시설’에 대응하는 의미로 보면 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로법이 기본법인 것은 사실이나 도로법상 도로가 모든 도로를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 ‘현황 도로’, ‘사도법상 사도’ 등이 그 예라 할 것이다(이에 반해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은 사도법상 사도, 사실상 사도의 보상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 또한 도로법상 도로구역 결정·고시는 도시관리계획으로 의제됨으로 그 법효과 측면에서는 제1, 2판결과 무차별해진다(이번 제2판결에서 대법원 역시 노선인정공고, 도로구역결정고시 여부를 일응의 판단기준으로 본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국토계획법〉, 〈도시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도로’ 관련규정은 모두 시설의 신규설치 관련사항을 규율함이 주목적인데 반해 여기서의 문제는 ‘신규’설치가 아니라 ‘기존’ 시설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즉 최대한 입법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기존’ 시설의 법적 지위를 해석하여야 할 것인데 대법원 및 하급심은 오히려 ‘신규’ 시설을 잣대로 ‘기존’ 시설을 이해하는 셈이다. 재개발사업은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한 곳에서 행해지는 사업이다. 즉 ‘도로법상 도로’의 설치상태가 열악한 곳에서 행해지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 또다시 〈도로법〉상 도로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꼴이라 할 것이다.
 
혹시 현황도로의 무상양도를 인정할 경우 무상양도 대상이 무한정 확대될 것이 걱정된다면 아래 판결을 읽어보자. “도정법은 무상양도의 대상이 되는 정비기반시설의 범위에 대해 ‘사업시행자가 새로 설치한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비용에 상당하는 범위 안’으로 제한하고 있고, 도로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도로의 이용실태, 이용기간, 넓이, 포장여부, 차선의 도색 등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 도시계획시설이 아닌 도로를 도정법의 정비기반시설에 포함시키더라도 무상양도 범위가 무제한 확장될 우려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부산고법)
 
3. 국유재산법상 용도가 지정된 행정재산, 즉 ‘公物’이어야만 무상양도가 가능한가=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볼 때, 기존 대법원 판례를 지지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논리는 오히려 불광4구역 1심판결이 보여준 논리, 즉 용도폐지되기 위해서는 먼저 용도가 지정(‘공용개시’)되어 있어야 하고, 국유재산에 있어서의 ‘용도’는 〈국유재산법〉에서 정하고 있는 바, 결국 구 〈국유재산법〉 제6조제2항제2호에서 정한 바와 같이, 적어도 그 사업의 시행인가 이전에 ‘국가·지자체가 관계법령에 따라 직접 공공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기로 결정된 기반시설 또는 공공시설’, 즉 이른바 ‘공물(公物)’이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불광4구역 1심 판결은 이렇게 설시한 후에 바로 〈도로법〉상 노선인정공고 여부 혹은 도로구역 결정·고시여부 판단으로 나아가고 있으나, 〈국유재산법〉상 행정재산이란 국가가 소유하는 재산으로서 직접 공용, 공공용, 또는 기업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기로 결정한 재산을 말하는 것이고, 그 중 도로와 같은 인공적 공공용 재산도 법령에 의하여 지정되거나 행정처분으로써 공공용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경우 또는 그러한 지정이나 결정이 없더라도 국가가 ‘행정재산으로서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행정재산(공공용 재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그 사용상태가 확정적으로 폐지됨으로써 공용폐지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고 이 같은 상태를 〈도정법〉상의 용도폐지와 같이 볼 수 있을 것이다(서울고법 불광4구역 판결, 부산고법 남천삼익아파트 판결, 부산지법 거제2구역 판결, 대법원 2009.10.15.선고 2009다41533판결 등 참조).
 
그런데 행정재산인 도로만이 무상양도대상이라는 논리는 행정청에게는 양날의 칼과 같다. 왜냐하면 이러한 이유를 들어 현황도로의 무상양도를 부정한다는 것은 곧 현황도로가 행정재산이 아닌 ‘일반재산’이라는 것이고 이는 곧 국공유지 감정평가시 행정청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용도폐지’ 논리가 적용될 여지가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용도의 지정이 없기에 용도폐지될 일도 없는 것이다(결국 사업시행인가고시일로부터 종전의 용도가 폐지된 것으로 본다는 도정법 제66조제5항 규정은 정비구역 내 행정재산에‘만’ 적용되는 규정이 된다). 그렇다면 그동안 국공유 현황도로에 대해서도 ‘용도폐지’ 논리를 앞세우며 ‘대지’로 평가할 것을 주문하던 논리는 그럼 어떻게 되는 것인가?
 
 
Ⅲ. 맺으며
말 그대로 국공유(國公有) 현황도로(現況道路) 무상양도(無償讓渡)는 난망(難望)해졌고 무상양도 논란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한 것 같다. 임대주택 비율상향과 무상양도 범위축소라는 이중고를 헤쳐가야 할 조합, 특히나 재개발조합의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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