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에 없는 해임사유로 조합임원을 해임할 수 있나?
정관에 없는 해임사유로 조합임원을 해임할 수 있나?
  • 봉재홍 변호사/H&P 법률사무소
  • 승인 2015.12.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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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법 제23조 제4항은 “조합임원의 해임은 제24조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의 발의로 소집된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할 수 있다. 이 경우 발의자 대표로 선출된 자가 해임 총회의 소집 및 진행에 있어 조합장의 권한을 대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도시정비법 제23조 제4항에 관하여, 이 조항의 의미가 조합임원에 대하여 조합정관이 정한 해임사유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이 조항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조합임원을 해임할 수 있다는 점을 규정한 것이라는 견해와 도시정비법 제23조 제4항은 조합 임원 해임을 위한 총회의 절차적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것일 뿐이므로 총회 소집, 의결 절차는 이에 따라야 하더라도 정관 등이 정한 해임사유가 존재하여야만 조합 임원을 해임할 수 있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대구지방법원 등 하급심 판결들에서는 “도시정비법 제23조 제4항이 ‘제24조 에도 불구하고’라는 문언을 추가하면서 해임사유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은, 종전에 정관으로 조합임원의 해임사유를 제한함으로써 조합임원과 조합 사이의 신뢰관계가 파탄되어 조합원 다수가 새로운 임원을 선출하기를 원하고 있음에도 조합임원의 해임이 곤란한 경우가 있었던 폐단을 없애고자 정관으로 조합임원의 해임사유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 임원들과 피고 조합 사이의 관계는 민법상 위임에 해당하는데 도시정비법에는 제23조 제4항의 해임발의 사유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고, 민법 제689조 제1항에서는 당사자로 하여금 자유로이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다만 제2항에서는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위임계약을 해지한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위임관계에 있어서는 서로간의 신뢰관계가 무엇보다 중시되어야 할 것이므로, 만일 그 신뢰관계가 파탄되어 조합원 다수가 현 임원 대신 새로운 임원을 선출하기를 원할 경우에는 조합원 총회에서 다수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그 임원을 해임하고 다른 조합원을 임원으로 선임할 수 있게 함이 바람직해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피고 조합 정관에서 정한 해임사유는 주의적 규정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조합정관이 정한 해임사유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도시정비법 제23조 제4항의 요건을 충족하면 조합장 등 조합 임원의 해임이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를 취한 경우가 다수 있었다.

이에 대하여 비록 도시정비법상 정비사업 조합에 관한 사례는 아니지만, 대법원은 2013.11.28.선고 2011다41741 판결을 통해 “법인과 이사의 법률관계는 신뢰를 기초로 한 위임 유사의 관계로 볼 수 있는데, 민법 제689조 제1항에서는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인은 원칙적으로 이사의 임기 만료 전에도 이사를 해임할 수 있지만, 이러한 민법의 규정은 임의규정에 불과하므로 법인이 자치법규인 정관으로 이사의 해임사유 및 절차 등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이와 같이 법인이 정관에 이사의 해임사유 및 절차 등을 따로 정한 경우 그 규정은 법인과 이사와의 관계를 명확히 함은 물론 이사의 신분을 보장하는 의미도 아울러 가지고 있어 이를 단순히 주의적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법인의 정관에 이사의 해임사유에 관한 규정이 있는 경우 법인으로서는 이사의 중대한 의무위반 또는 정상적인 사무집행 불능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정관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유로 이사를 해임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하급심 판례와 다른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도시정비법 제23조 제4항이 적용을 배제하고 있는 것은 도시정비법 제24조가 규정하고 있는 총회 소집 및 의결정족수에 관한 절차적 규정이라고 보는 것이 법규정의 문리해석에 부합한다는 점, 해임사유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총회 결의만으로 조합임원을 해임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면, 조합정관의 해임사유에 관한 규정이 사문화되고, 조합임원의 임기를 규정하여 조합 임원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는 조합 정관의 취지에 반하는 점, 조합과 조합 임원 사이의 법률관계 또한 민법상 위임 또는 위임과 유사한 법률관계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위 대법원의 판시 내용은 도시정비법상 정비사업 조합의 임원 해임에 대하여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 문의 : 02-584-2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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