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사업을 하기가 점점 어려운 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사업추진이 어려워진 것은 구역내의 토지등소유자의 문제가 더 많아져서가 아니라 각종 심의제도의 강화와 신규제도 도입 때문이다.
정비사업은 일반적으로 고층고밀개발이 불가피하다. 고층고밀개발을 해야 정비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사업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비사업비에는 공공에서 요구하는 여러 가지 기여에 대한 비용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 높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밀도를 높이게 되고, 높은 밀도를 수용하기 위해 고층이 나타나는 순환구조가 만들어 지게 된다.
고층고밀개발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고층고밀개발을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도시가 고층일변도의 모습을 가지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고, 아파트로만 된 것은 너무 단조로운 도시경관을 만드는 것이라서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생각 중에는 고층고밀의 아파트는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인식도 포함되어 있다.
고층고밀개발이 주거환경을 열악하게 만든다는 인식의 근거가 무엇인지는 과학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막연히 고층과 고밀도로 개발된 주거지의 환경이 나쁠 것이라는 인식이 아닌가 하는 추론을 해보는 정도이다. 그럼에도 고층고밀개발의 주거환경이 나쁠 것이라는 인식은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인식의 힘은 재개발・재건축사업의 각종 심의나 인허가 과정에 많은 논란과 사업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고층고밀 아파트단지의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과연 그 기준은 어떤 것으로 하였을 때 주거환경이 열악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즉, 평가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준을 재개발・재건축사업 대상구역의 현재 주거환경과 고층고밀개발이 완료된 후를 비교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비교한다면 물리적인 측면에서 재개발사업으로 주거환경이 더 악화되었다고 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되어 있어서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이다. 고층고밀로 건설된 아파트단지가 재개발대상구역보다 더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층고밀의 아파트단지가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인식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아마도 저층의 넓은 정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으로 보면 어떨까? 넓은 정원을 가진 저층주택에서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고층고밀 아파트단지는 사람 살 곳이 못된다고 생각할 것 같다.
만일 이런 시각으로 재개발사업으로 건설되는 아파트는 고층고밀이고 그래서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이기는 극히 어렵다. 왜냐하면 재개발구역에서 사는 사람들의 주거환경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왜 하는 것일까? 넓은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기위한 사업이 아니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은 노후하고 불량한 주택에 사는 사람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재개발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시각과 여건보다 더 개선할 것인지의 여부보다는 다른 이방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의 대상이 되는 지역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수 없는 주택과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을 고층고밀로 하지 않은 것과 허물어져가는 주택에서 목숨을 담보로 살고 있는 현실 사이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노후불량한 주거지에서 주택이 파손되거나 붕괴되어 사망사고가 있다는 보도도 종종 찾아 볼 수 있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그런 주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명사고를 방지하지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층고밀개발로 인한 주거환경의 악화라는 측면보다는 지금 살고 있는 노후불량한 주거지의 주거환경으로부터 사람들이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