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열 대조1구역 재개발조합장 “분양가상한제로 분담금 급등, 가난한 원주민 쫓겨나야 할 판”
양보열 대조1구역 재개발조합장 “분양가상한제로 분담금 급등, 가난한 원주민 쫓겨나야 할 판”
상한제 되면 인근보다 1천200만원 낮은 2천500만원 이하로 일반분양 해야
조합원들 3.3㎡당 2천만원선 분양... 재정착 높히려던 희망 사라질까 우려돼
  • 최진 기자
  • 승인 2019.09.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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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최진기자]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사업 속도를 높이던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이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시행 예고로 난항에 빠졌다. 정부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사업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소급 적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로 조합원 분담금 상승이 점쳐지면서 가난한 원주민들이 분양권을 팔고 쫓겨나야 할 판이 됐다.

양보열 대조1구역 조합장은 “분양가상한제는 10년간 재개발사업을 위해 헌신했던 조합원들을 내쫓고 돈 있는 사람들만 차익을 얻게 만드는 제도”라며 “조합은 원주민의 재정착을 위해 노력해왔는데, 정작 이것을 고민해야 할 정부는 규제만 내놓고 있다”고 한탄했다.

▲대조1구역의 사업추진 현황은

=조합은 2017년 1월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했고 5개월 후인 6월에 시공자를 선정했다. 이후 2018년 1월부터 3월까지 분양신청을 받았고 11월에는 관리처분 총회를 열었다. 그리고 지난 5월 23일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났다. 현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사업시행계획인가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3년이 걸렸다. 8월 7일부터는 이주를 시작한 상황이다.

사업이 이토록 순탄하게 속도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이다. 전체 조합원이 약 1천500명인데, 총회를 열면 매번 1천300명 이상이 모였다. 

▲분양가상한제 발표가 사업에 미친 영향은

=대조동 인근 시세가 20평형 기준 3.3㎡당 3천200만원 정도인데, 우리 조합원들은 2천만원 이하로 분양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런데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소급적용하면 이같은 계획이 다 틀어지게 된다. 일반분양에서 3.3㎡당 2천500만원도 못 받게 돼, 결국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분양으로 입주하는 사람들만 시세차익으로 수억원을 벌게 된다.

이로 인해 늘어난 분담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조합원들은 분양권을 팔고 떠날 수밖에 없다. 우리 동네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고 힘을 모았는데, 돈 없는 조합원들은 고생만 하고 정든 마을과 이웃들을 두고 쫓겨날 상황이다.

▲분양가상한제 소급에 대한 조합의 노력은

=다양하게 발생되는 분양가 상한제 소급적용의 부정적인 여파를 지역 국회의원과 지자체 공무원, 언론에 호소하고 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세종시까지 달려가서 국토부에 청원서도 냈다. 최소한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지역은 분양가상한제 소급 적용을 제외시켜달라고 했다. 그때 주택정책사무관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우리를 돌려보냈는데, 바로 시행령 발표가 났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비롯한 규제정책 일변도로 주택시장을 관리하려는 것이다. 살고 있던 주민들이 재정착하려면 규제뿐 아니라, 지원정책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예산투입이나 지원정책은 고사하고, 조합이 어렵게 만들어 놓은 재정착 사업조건을 오히려 망치려한다.

▲정부나 지자체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왜 하는지 묻고 싶다. 헌법에 따라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할 의무, 국민이 좋은 환경에서 살도록 해야 할 의무는 국가에게 있다. 그런데 국가는 임대아파트나 정비기반시설, 세입자 이사비·이주비 등 사업 전반에 대한 부담이나 수고를 조합에 떠넘겨 버린다. 오로지 정부는 인·허가권을 휘두르며 도장을 찍어 주는 것이 끝이다.

내 땅과 내 집을 내놓은 조합원들보다 더 싸게 임대아파트를 가져갔고, 정비기반시설 1천억원도 부담시키고선, 이제는 돈 없는 주민들을 내쫓기까지 하고 있다. 이 불합리하고 모순적인 상황에서 정부와 법을 믿고 조합원들에게 사업 동참을 호소했던 조합만 순식간에 거짓말쟁이가 됐다.

최근 마을 정비에 뜻을 모았던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전에는 없던 갈등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 정권 집권 후 4~5개월마다 새로운 규제가 나오는 상황이라, 주민들이 예민해지고 불안과 걱정이 많아졌다. 정부와 서울시가 서민 주거안정이란 이름으로 얼마나 더 많은 규제정책을 내놓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 오늘을 살아가는 돈 없는 주민들을 내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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