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도로의 무상양도성 부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
현황도로의 무상양도성 부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
  • 이철현 / 하나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
  • 승인 2020.09.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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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도정법에 따른 정비구역 내 국가ㆍ지자체 소유의 <도시계획도로가 아닌> 이른바 ‘현황도로’가 사업시행자인 조합에게 무상으로 양도되는 기존 정비기반시설인지에 대해 대법원 2008.11.27.선고 2007두24289 판결은 이를 부정했는데, 이는 무상양도에 대한 기존 실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어서 정비사업 현장에 엄청난 충격이었다.

연이어 같은 취지의 2번째 대법원 판결(2011.2.24. 선고 2010두22498 판결)이 선고된 후 필자는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을 비판한 바 있고(2011.3.22. 하우징헤럴드 제165호), 다행히도 2015년 도정법 개정으로 현황도로 무상양도는 일부나마 입법으로 해결되었다.

개발사업이 시행되는 경우 도로 등의 기존 공공시설이 개발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양도되는 이른바 무상양도ㆍ귀속제도는 정비사업뿐만 아니라 도시개발법에 의한 도시개발사업, 국토계획법에 따른 도시계획시설사업, 택지개발촉진법에 의한 택지개발사업, 경제자유구역법에 의한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등에서도 이루어지는데, 대법원은 이들 다른 사업에서는 현황도로도 무상양도대상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경제자유구역사업에 대한 대법원 2017다237148 판결,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서울고법 2017나204813 판결(대법원 확정) 등].

따라서 이와 반대로 정비사업구역 내 현황도로의 무상양도를 부정한 대법원의 태도는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최근 서울 ‘장지교 삼거리 입체화 시설공사’와 관련해 사업구역 내에 존재하는 ‘기존 공공시설’인 ‘위례중앙로’가 무상양도대상인지에 대한 원고 SH공사와 피고 대한민국간 소송에서 대법원은 ‘위례중앙로’는 무상양도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대법원 2019.8.30. 선고 2016다252478 판결). 

이 판결에 대한 판례해설에서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아래와 같이 정비구역 내 현황도로의 무상양도를 부정한 기존 대법원 판결을 매섭게 비판하고 있다. 

별도의 부연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기존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을 스스로 잘 인정하고 있어서 길지만 인용해본다.

각 법령에 규정된 新ㆍ舊 무상귀속ㆍ양도 제도의 입법 취지가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사실관계가 대동소이함에도, 단지 그 문언이 ‘공공시설’이냐, ‘정비기반시설’이냐에 따라 사실상ㆍ현황상 도로가 무상양도의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법질서의 통일성 원칙 및 일반인의 법 감정상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법학에서 형식설과 실질설 사이의 대립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일 것이며, 어느 하나의 견해가 무조건 옳고 다른 견해는 틀리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개별적 문제상황에서의 이익형량을 통한 개별적 해결방안(Kasuistik)의 채택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인접 법령의 조항에 관해 실질설을 취한 대법원 판례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2007두24289 판결이 형식설을 취하려면 국토계획법과 도시정비법의 실질적인 차이나 도시정비법의 특별한 규정의 존재 등과 같이 양자의 다른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적극적으로 논증했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7두24289 판결은 그러한 특별한 논증 없이 형식설을 채택했으므로, 이 점만 보더라도 판례 정립에 문제가 있다. 나아가 아래 2가지 측면에서도 형식설은 타당하지 않다.

첫째, 구 도시정비법 제65조 제2항에 의한 무상귀속ㆍ양도의 대상이 되는 ‘舊 정비기반시설’의 개념에 관하여, 국토계획법상 무상귀속ㆍ양도의 대상이 되는 ‘舊 공공시설’의 개념과 달리, 형식설을 취할 문언상 근거가 없고, 오히려 국토계획법상 기반시설 개념에 관한 잘못된 이해에 기반하고 있다. 

2007두24289 판결은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새로 설치되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귀속되는 정비기반시설(=新 정비기반시설)이 국토계획법상 도시관리계획결정을 거쳐(의제되는 경우 포함) 설치된다는 점에 착목하여, ⓑ종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소유였으나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용도가 폐지되어 사업시행자에게 무상으로 귀속ㆍ양도되는 정비기반시설(=舊 정비기반시설)도 도시관리계획결정을 거쳐 설치된 것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는 실정법에 대한 타당한 분석이지만, ⓐ로부터 ⓑ라는 점을 도출해낸 것이 잘못이다. 도정법 제2조 제4호는 ‘정비기반시설’을 ‘도로ㆍ상하수도ㆍ공원ㆍ공용주차장ㆍ공동구, 그 밖에 주민의 생활에 필요한 열ㆍ가스 등의 공급시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이라고 정의하고 있을 뿐, 무상귀속ㆍ양도의 대상이 되는 舊 정비기반시설이 도시관리계획결정을 거쳐 설치된 것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아야 마땅하다. 

즉, 2007두24289 판결은 실정법의 명시적인 근거 없이 정비기반시설을 ‘도시ㆍ군계획시설’로 잘못 해석한 것이다.

둘째, 도정법상 ‘정비기반시설’만 유독 형식설에 입각해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은 무상귀속ㆍ양도 제도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2007두24289 판결의 현상유지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실질설에 대해서 ⓐ개별사안에서 무상귀속ㆍ양도의 대상이 되는 물건의 범위를 특정하기 어렵다, ⓑ과잉보상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실질설을 취하는 경우 개별사안에서 무상귀속ㆍ양도의 대상이 되는 물건의 범위를 특정하는 것이 곤란한 문제는 도정법상 ‘舊 정비기반시설’의 해석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토계획법상 ‘舊 공공시설’의 해석에서도 발생하는 문제이다. 

만약 형식설이 타당하다면 국토계획법상 ‘舊 공공시설’에 관한 판례(실질설)를 폐기해야 할 것이다.

舊 정비기반시설 무상귀속ㆍ양도 제도의 입법 취지는 新 정비기반시설 무상귀속으로 야기되는 사업시행자의 재산상 손실ㆍ비용을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보전해 주고자 하는 것이다(대법원 2006두11149 판결). 舊 정비기반시설의 범위(평가액)가 新 정비기반시설의 범위(평가액)를 초과해서는 안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양자 사이에 엄격한 등가관계가 성립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전자가 후자의 상당한 정도에 이르도록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재개발사업은 열악한 정비기반시설을 개선ㆍ보완하기 위한 사업으로서, 구체적인 수치는 개별 사업마다 다를 수 있지만 대개의 경우 新 정비기반시설의 설치규모ㆍ면적이 舊 정비기반시설의 설치면적ㆍ규모의 2배 이상에 달한다. 

다시 말해, 舊 정비기반시설의 규모ㆍ평가액은 新 정비기반시설의 규모ㆍ평가액에 현저하게 못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상귀속ㆍ양도 대상인 舊 정비기반시설의 범위를 다소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 ‘과잉보상 우려’를 운운하는 것은 현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이상덕, ‘국토계획법상 신구 공공시설 무상귀속ㆍ양도제도가 적용되는 개발사업의 의미’, 대법원판례해설 제121호, 법원도서관>

이 정도면 사실상 기존 판례를 폐기한 것과 같다고 생각된다. 이미 입법으로 해결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개정된 법에서도 여전히 국유지인 현황도로는 무상양도대상이 아니다. 도정법 개정시 전향적인 검토를 희망해본다.

이철현 / 하나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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