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과 상가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정비사업과 상가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 봉재홍 변호사 / H&P법률사무소
  • 승인 2020.12.1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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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도시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구역 내에 상가를 소유하고 있는 갑이 을과 상가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다.

해당 정비사업에 대해 사업시행계획이 수립되고 인가·고시가 된 시점에 즈음하여 임대차계약의 종료가 임박하자 임차인 을이 새롭게 임차인이 되고자 하는 병과 권리금계약을 하고 갑에 대해 병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했다. 그

러자 갑이 정비사업에 대해 사업시행인가가 고시되어 곧 철거될 예정이므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며 을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을은 갑을 상대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경우 갑은 을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부담할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은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10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10조 제1항은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한 후,

제7호에서 “임대인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하여 목적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호 다목은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의 사례가 다른 법령에 따라 갑 소유 건물의 철거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 갑이 해당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을의 청구는 기각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정비법에 따른 정비사업이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해당함은 별다른 의문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사업시행계획 인가·고시가 이루어진 시점에 건물의 철거를 위해 해당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릴 수 있을 수 있다.

도시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이 시행되는 경우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가 이루어지면 종전 건축물의 소유자나 임차권자는 그때부터 이전 고시가 있는 날까지 이를 사용·수익할 수 없고(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사업시행자는 소유자, 임차권자 등을 상대로 부동산의 인도를 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임대인은 원활한 정비사업 시행을 위하여 정해진 이주기간 내에 세입자를 건물에서 퇴거시킬 의무가 있다. 

따라서 갑과 을의 임대차계약의 종료에 즈음하여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가 이루어졌다면, 임대인 갑은 다른 법령에 따라 건물 철거를 위해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 다목에서 정한 계약갱신 거절사유가 있다고 할 수 있고, 을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도시정비법상 사업시행인가·고시가 있는 때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가 이루어질 때까지는 일정한 기간의 정함이 없고, 정비구역 내 건물을 사용·수익하는데 법률적 장애가 없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사례와 같이 사업시행인가·고시가 이루어진 시점에서는 철거를 위해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인정되기 어렵고, 따라서 을의 손해배상 청구가 인용될 수 있을 것이다.

대법원은 2020.11.26.에 선고한 판결을 통해 정비사업의 진행 경과에 비추어 임대차 종료시 단기간 내에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가 이루어질 것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도시정비법에 따른 사업시행인가·고시가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임대인이 건물 철거 등을 위해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 다목에서 정한 계약갱신 거절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따라서 관리처분계획이 인가·고시되었거나 최소한 관리처분계획 수립에 대한 총회 결의가 있고, 이주기간 정해진 이후가 아니라면 정비사업이 시행되고 있음을 들어 상가건물에 대한 임대차 계약의 갱신을 거절하거나, 권리금 회수 기회 보장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봉재홍 변호사 / H&P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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