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사업시 지급명령으로 확정된 채권을 다툴 수 있나
재건축사업시 지급명령으로 확정된 채권을 다툴 수 있나
  • 오민석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 승인 2021.02.1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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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A는 W시 일원의 노후·불량주택을 재건축하기 위해 설립된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고, B는 A조합의 재건축사업 대행자인 건설회사이다.

B는 A와 재건축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자금대여계약을 체결한 후 순차 자금을 투입해왔는데, 2005년 12월 28일 투입자금 중 일부인 1억6천만원의 A조합에 대한 대여금 채권을 C에게 양도하고 그 즈음 양도 사실을 A조합에 통지했다.

2006년 8월 10일 A조합의 조합장 D는 위 채권양도에 더해 “대여금액에 대하여 채권양도 통지일로부터 변제일까지 연 20%의 이자를 지급함”이라고 기재한 확인서를 C에게 발급해 주었다. 

C는 위 채권양수금 및 20%의 지연이자를 구하는 지급명령을 법원에 신청했고, A조합이 이의를 하지 않아 2017년 5월 2일경 지급명령이 확정되었다.

C가 확정된 지급명령을 근거로 A조합 소유 사업부지에 강제경매를 신청하자, A조합의 임·대의원회에서는 “C의 원금 1억6천만원은 인정하며, 강제경매의 취하를 전제로 위 채무의 추인을 총회에 상정한다”고 의결했다.

C는 임·대의원회 의결을 수긍하지 않고 조합장 및 이사·대의원들에게 확정된 지급명령을 인정하고 그 내용대로 책임진다는 각서를 요구했다. A의 조합장 직무대행인 E는 각서에 날인하였으나 나머지 이사 및 대의원들은 날인을 거부했다. 

A조합은 법원으로부터 C의 신청으로 진행 중인 경매절차의 정지 결정을 받아낸 후 C를 상대로 지급명령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불허해달라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A조합은 지급명령의 이자 부분은 총회 결의없이 조합장이 일방적으로 약속한 것으로 도시정비법에 위반된 계약이어서 무효이고, 원금 부분은 상사시효인 5년이 도과한 후 지급명령이 신청된 것으로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기에 경매절차의 진행이 허용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는 확정된 지급명령에 대해 뒤늦게 채권의 성립 여부나 소멸 여부를 다투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조합원 총회 결의가 없었다는 것을 채권자가 알 수 없고, 알지 못한데 과실도 없는 이상 이자 지급의 약속은 지켜져야 할 뿐 아니라, 설령 대여금 채권이 시효로 소멸했다 하더라도 조합장 직무대행자인 E가 각서에 날인함으로써 시효이익을 포기했으므로 강제집행은 허용되어야 한다고 다투었다. 

위 사건에서 울산지방법원은 “확정된 지급명령의 청구원인인 청구권에 관하여 지급명령 발령 전에 생긴 불성립, 무효 등의 사유를 지급명령에 대한 이의의 소에서 주장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58조 제3항, 제44조 제2항)”고 지적한 후 “조합의 대표자가 적법한 총회 결의없이 계약을 체결한 경우 상대방이 그러한 법적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거나 유효한 총회결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잘못 알았다 하더라도 계약이 무효임에는 변함이 없다(대법원 2016.5.12. 선고 201349381 판결)”고 판시했다.

이어 법원은 “대여금 약정의 일방만 회사이더라도 상법의 적용을 받으므로 상사시효인 5년의 시효기간이 적용되는데, 시효완성으로 소멸된 채권의 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것은 시효이익의 완성 사실을 알고 그로 인한 이익을 포기한다는 의사가 필요하므로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채무의 단순한 승인과는 다르다”면서

“이 사건 이자 채무는 예산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이므로 조합원 총회의 사전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그러한 결의가 없는 이상 C가 이를 알았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무효이다. 이미 상사시효인 5년이 도과하여 소멸한 채권에 대해 조합장 직무대행자인 E가 지급을 약속하는 각서를 작성했다 하더라도 임·대의원회의에서의 결의 내용이나 직무대행자 외 이사, 대의원들이 각서 작성을 거부한 점 등을 감안하면 채무가 시효로 소멸했음을 알고도 그 이익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A조합의 청구이의를 받아들여 강제집행을 불허하는 판결을 선고했다(울산지방법원 2020.10.20. 선고 2017가단63865 판결). 

확정된 지급명령은 강제집행력은 있으나 확정판결과 달리 기판력은 없어 청구원인을 이루는 청구권의 부존재, 무효 등을 청구이의 소송에서 다툴 수 있고, 이를 이유로 진행 중인 강제집행절차의 정지결정을 받아내는 것도 가능할 뿐 아니라 청구이의를 하기 위한 사전 필수절차로 반드시 해야 한다. 

또한 시효소멸을 중단시키는 채무의 승인보다 이미 시효로 소멸한 채권의 변제를 약속하는 시효이익의 포기는 채무자에게 훨씬 불리하므로 법원에서는 시효이익의 포기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점 또한 기억해야 한다. 

오민석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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