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자 아닌 협력사만 적용?… 모호한 재개발 현설보증금 금지
시공자 아닌 협력사만 적용?… 모호한 재개발 현설보증금 금지
시공자엔 보증금 요구 가능…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논란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1.04.01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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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보증금 규정, 시공자 아닌 일반 계약처리기준에 명시
‘입찰공고한 사업장 제외’ 경과 규정도 해석 엇갈려
재개발·재건축 업계 혼선 “애매한 규정들 정비해야”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지난 2018년부터 시행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의 재정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모호한 규정들로 인해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현설보증금이 확산되자 이를 막고자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입찰보증금 제도를 개선했지만, 시공자 선정기준이 아닌 일반 협력업체 선정 시 적용하는 일반계약 처리기준에 관련 근거를 명시해 개정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상욱 법무법인 인본 대표변호사는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현설보증금을 막겠다고 개정했지만, 법해석에 따라 적용되지 않는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외에도 현행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모호한 규정들이 많아 신속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설보증금 제안 금지했는데, 시공자 선정에는 적용 안 된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은 마련된 지 약 3년만인 지난해 12월 첫개정이 이뤄졌다. 개정은 그동안 꾸준히 논란이 돼왔던 시공자 선정 과정 중 현장설명회에 입찰보증금 중 일부를 납부토록 하는 일명 현설보증금을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국토부가 시공자 선정기준이 아닌 일반 협력업체 선정 시 적용하는 일반 계약 처리기준에 관련 근거를 명시해 업계에 혼란을 주고 있다. 법조문만 따져보면 시공자 선정은 여전히 현설보증금 요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6일 국토교통부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일부 개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 기준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등이 입찰에 참가하려는 자에게 입찰보증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경우 입찰 마감일부터 5일 이전까지 입찰보증금을 납부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

이는 지난 2018년 공정한 경쟁을 위해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도입하면서 일반경쟁입찰과 전자입찰을 의무화했지만, 입찰보증금 제도를 악용해 또 다른 형태의 제한경쟁입찰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지속 제기됐기 때문이다. 

상당수 조합들이 현장설명회 단계부터 수억원 이상의 현금 납부를 요구하면서 특정업체와 빠르게 수의계약하려는 꼼수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나아가 개정 직전까지 대규모 사업장뿐만 아니라 규모가 작은 소규모 현장에서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현금을 현장설명회 참석 전까지 요구하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실제로 대전 도마변동1구역 재개발사업에서는 입찰보증금 총 200억원 중 50억원을 현설보증금으로 요구하자 조합원들이 공정하지 못한 시공자 선정방식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보해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입찰보증금 관련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조합과 건설사 간 사전담합을 조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경쟁입찰을 통한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제한해 경쟁입찰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며 시급한 제도개선을 요구했고 국토부가 기준을 개정해 입찰보증금에 대한 기준을 명문화한 것이다. 

문제는 해당 규정이 시공자 선정 기준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일반계약 처리기준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은 △총칙 △일반계약 처리기준 △전자입찰 계약 처리기준 △시공자 선정기준 △보칙 등 5개의 장으로 구분된다. 이에 개정된 입찰보증금 관련 규정은 시공자 선정 기준의 하위 규정으로 포함돼야할 내용이었다.

하지만 국토부는 시공자 선정기준이 아닌 일반계약 처리기준에 관련 근거를 담았다. 따라서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현설보증금을 막겠다는 취지로 개정된 내용이 법조문으로만 따져보면 시공자 선정이 아닌 일반 협력업체에만 해당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반 협력업체가 아닌 시공자는 ‘시공자 선정기준’에서 별도로 규정하고 있고 시공자 선정 기준안에 일반계약 처리기준을 준용한다는 내용이 없다. 일반계약 처리기준에서 정한 입찰보증금 관련 규정을 시공자 선정 기준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모호한 상황이다. 

진상욱 법무법인 인본 대표변호사는 “개정 취지로 따져봤을 때 시공자 선정에도 현설보증금이 금지된다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법조문으로만 보면 시공자를 제외한 일반 협력업체만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며 “정비업계에 혼란을 주지 않도록 신속히 기준 내용 전체를 검토해 모호한 규정들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칙 경과 규정도 모호… 입찰 공고를 한 사업의 대상 범위는

새롭게 개정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의 경과 규정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려 정비업계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재입찰의 경우 현설보증금을 여전히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개정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부칙 제2조(입찰보증금에 대한 경과조치)에 따르면 “고시 시행 전 입찰공고를 한 사업에 대해서는 개정 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입찰공고를 한 사업의 적용 범위다. 기준 개정 전 최초 입찰 공고가 유찰된 경우 2차 혹은 재입찰 공고 때 종전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부칙 규정에서 ‘고시 시행 전 입찰공고를 한 사업’이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재입찰의 경우‘동일한 사업’으로 봐야한다는 입장과 ‘별도의 사업’이라는 상반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도입 당시 경과 규정을 ‘기준 시행 후 최초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최초로 시공자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 등으로 명시해 논란을 최소화 했다. 이에 따라 시공자 선정은 재입찰은 입찰 조건 변경 등이 없는 경우에 기존 규정을 적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 기준 개정은 입찰 공고를 기준으로 두면서 ‘최초’라는 단어를 제외해 업무에 혼선을 주고 있다. 실제로 새 기준 시행 후 재입찰을 하는 사업장들은 기존 입찰과 마찬가지로 현설보증금을 요구하거나 현설보증금 조건을 제외하고 재입찰을 나서는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경과 규정 적용 유무를 두고 쉽사리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대전 도마변동1구역 재개발사업은 1차 입찰과 동일하게 입찰보증금 총 200억원 중 50억원을 현설보증금 조건으로 걸고 2차 입찰공고를 냈다. 이에 관할관청인 대전 서구청을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며 입찰 절차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통지한 바 있다.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모호한 내용이 많아 해석에 따라서 상반된 견해가 나올 수 있다”며 “법률규정은 명확해야 하며, 일반인에게 도저히 이러한 점까지 파악해 준수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경과규정을 기존처럼 최초 선정 시 혹은 최초 입찰공고부터 등의 표현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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