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재정비 정책의 再考
주택재정비 정책의 再考
분양가 규제 폐지·용도지역지구제 신설… 정비사업 새판 짜야
  • 김우진 (사)주거환경연구원장
  • 승인 2021.05.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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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수요의 양극화

수요를 뒷받침하는 구매력은 소득이 가장 큰 변수이다. 세월이 갈수록 우리 모두가 잘살게 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첫째,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가 점차 심화되었으며, 둘째, 일부 가구들의 소득은 주택가격 상승만큼 상승하였으나 일부 가구들의 소득은 주택가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주택가격 상승률 이상의 소득 상승률을 보인 가구는 상위 30% 정도에 불과했다. 그 결과,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의하면, 2014년 서울의 중위가격의 주택을 소득 5분위 구분중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구입하기 위해서는 25.4년간 모든 소득을 저축해야 했다.

2분위 소득계층 가구들은 12.6년이었다. 5년이 지난 2019년에 이르면 소득 1분위 가구는 46년을 저축해야 되었고, 2분위 가구들은 21년을 저축해야 되었다. 이번 코로나를 거치면서 가장 타격을 입은 가구들은 1, 2분위 소득계층 가구들이었다. 반면 주택가격은 끝없이 상승하였다. 

우리 주택공급제도의 근간은 신규 건설되는 주택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여기에 더하여 분양가를 규제하여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무주택가구들의 신규주택 구입부담을 줄여 주겠다는 것이다. 결국 시장을 규제하여 일종의 주거복지도 달성 하겠다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자료에 의하면 2020년 5월 서울의 국민주택규모(85㎡) 아파트의 평균분양가는 약 7억원이었다. 서울의 경우 9억원 이하 주택은 LTV 40%를 대출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서울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가를 규제하는, 국민주택규모 신규아파트를 분양받으면 40%인 2억8천만원을 대출 받을 수 있었으나 나머지 4억2천만원은 가구가 알아서 마련해야 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 조사’에 따르면 2020년 3월말 기준 순자산(=자산-부채) 보유액이 4억원 이상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28.5%에 불과했다. 많은 무주택 서민들은 비싼 신규아파트는 분양자격이 되어도 지불 능력이 되지 않아 청약을 못한다.

청약을 했다가 자금마련 방법이 없어서 포기하고, 대신 현금부자가 신규분양 아파트를 차지하는‘줍줍’현상까지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수요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지금의 주택시장에서 분양가 규제는 가진 자에게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을 주는 제도가 되고 있다. 

▲주택재정비 사업과 저소득 가구들의 주거불안

지속적 주택가격과 전세가 상승에 더하여 무주택 저소득가구들의 주거불안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주택재정비사업이다. 현행 주택재정비사업방식은 개발이익으로 사업비의 많은 부분을 충당하고 조합원은 최소한의 부담만 지우는 방식이다. 

이러한 주택재정비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된 결과 정비기반시설이 비교적 양호한, 즉 개발이익이 많은 주택단지들의 노후·불량주택들은 쾌적한 주택으로 변해갔다. 

반면 주택재정비사업 전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하던 저소득가구들은 재정비사업과 함께 해당 지역에서 밀려난다. 주택재정비사업을 통한 신규주택공급은 전반적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한다.

그러나 충분한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되지 않는 상태에서, 특히 코로나를 거치면서 소득은 줄어든 상태에서, 재정비사업의 진행은 저소득가구들의 주거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개발이익이 적고, 조합원이 사업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지역은 안전진단 D·E등급을 받아도 방치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을 방치하고 도시 외곽에 쾌적한 스마트 신도시를 공급하면, 이번에는 서구에서 경험한 도심 슬럼(slum)이 머지않아 우리의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주택재정비사업에서의 공공과 민간의 조화

현행 주택재정비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적으로 분양가 규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분양가 규제로 ‘로또분양’을 하기 보다는 분양가 규제를 해제하는 반면 양질의 주택을 기부채납 받아 시장에서 소외된 무주택·저소득가구들에 직접 공급하는 것이 실질적 주거복지 정책이다. 

재정비사업에서 외면되고 있는 노후불량주택 밀집지역은 공공이 시행자가 되어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재정비사업을 해야 한다. 주택재정비사업을 민간에게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교육이나 의료와 같이 별도의 예산을 책정해서 공공복리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불량주택들이 많은 지자체에 더 많은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 그러나 공공시행 사업이라고 해도 현행 재정비사업의 근본정신인 주민자치의 원칙은 지키도록 해야 한다.‘공동시행’방식으로 사업진행에 어려운 부분을 주민과 같이 해결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반면 주민 스스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지역은‘공공지원’사업이어야 한다. 분양가 규제의 폐지와 함께 조합이 사업수행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공공이 지원해 줌으로써 재정비사업이 보다 원활히 그리고 저비용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즉, 공공은 초기사업비를 지원하고, 각종 인·허가 업무를 지원하며, 저렴한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게 하고, CM업무를 담당하며, 미분양주택 발생 시 공공이 매입하는 매입확약을 통해 준공 후에도 조합이 장기간 청산되지 못하는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지원의 반대급부로 양질의 주택을 기부채납 받아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게 제공하여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주택재정비사업과 도시계획과의 조화

또 한가기 재정비사업에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용도지역지구제’이다. 과거 산업사회의 두드러진 특징은 분업 그리고 전문화였다. 이러한 사회구조가 도시계획에도 적용된 것이 ‘용도지역지구제’였다.

21세기에 들면서 정보, 통신, 교통의 획기적인 발달이 이루어지면서 산업구조도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구로공단의 변모에서 잘 알 수 있다. 국가산업단지가 ‘아파트형 공장’에서 이제는 공장인지 사무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고 또한 업무시설과 상업시설이 공장과 공존하는 ‘지식산업센터’로 변모했다 

여기에 더해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융·복합’이다. 전화, 문자, 동영상이 융·복합된 핸드폰이 나타나듯 엄격히 주거기능만 분리된 주택보다는 여러 기능이 융·복합된 빌딩이 나타나고 선호되고 있다. 

기반시설과 생활편익시설이 부족한 강북이나 도시 외곽지역의 경우‘용도지역지구제’와‘층수제한’에 얽매이지 않고, 고층 스마트·컴팩트 빌딩을 건설해 부족한 기반시설과 생활편익시설을 보완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일부 재정비지역을 ‘(가칭)복합용도지역’으로 조정해 고층 스마트·컴팩트 빌딩을 건립할 수 있게 하면, 지역을 문화, 사회, 경제적으로 활성화시킴과 동시에 교통문제, 주택문제를 동시에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고층 스마트·컴팩트 주거단지 건설에는 용적률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시가 어느 정도의 용량을 넘어서면 교통, 안전 등의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적정한 도시 밀도를 정한 것이 용적률 개념이다. 법규에서 정한 기준 용적률 하에서도 보안상 낮은 용적률이 적용되는 곳이나 쾌적한 주거환경을 원하는 지역이 있다. 

이러한 지역의 남는 용적률을 높은 용적률을 원하는 지역에 팔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도시 전체의 밀도는 유지하면서 고층 스마트·컴팩트 빌딩도 만들 수 있고, 용도지역간 그리고 주택재정비지역간 형평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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