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갈등·브랜드 제고… 재개발·재건축 시공자 교체 열풍
계약갈등·브랜드 제고… 재개발·재건축 시공자 교체 열풍
지방 정비사업장 시공 손바뀜… 중소업체 수주관리 비상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1.06.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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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 수주갈증에 조합 이해관계 맞물려
우동3·범천4·서금사5 등 부산지역 갈수록 뜨거워
3~4개사 컨소시엄 현장 거의 단일시공사로 교체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지방 재건축ㆍ재개발 현장에 시공자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본계약 협상 과정에서의 불협화음, 브랜드 업그레이드 등 다양한 이유가 얽혀 시공자 교체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시공자 교체가 조합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이런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뒷배경에는 최근 주택시장 호황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다 나은 조건을 갖춘 새 시공자 영입이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드니 시공자 교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 현장 곳곳 시공자 교체… 부산이 가장 빈번

지방에서 시공자 교체 바람이 가장 거센 곳은 부산이다. 대형소형 현장을 막론하고 시공자 교체가 줄을 잇고 있다.

신축규모가 3천가구에 육박하는 우동3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4월 시공자 해지총회를 개최해 기존 시공자인 대우건설ㆍ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해지 안건을 의결했다. 신축 3천500가구의 괴정5구역 재개발조합도 지난 3월에 개최한 정기총회에서 기존 시공자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기존 시공자는 포스코건설ㆍ롯데건설 컨소시엄이다. 

신축 2천500여 가구의 범천4구역 재개발조합도 지난 4월 시공사 해지총회를 개최해 기존 시공사를 해지했다. 기존 시공사는 대림사업단(DL이앤씨ㆍ호반건설ㆍ한진중공업 컨소시엄)이다.

신축 4천100여가구의 서금사5구역 재개발조합도 기존 시공자인 DL이앤씨, SK건설, 한화건설, DL건설 컨소시엄과 계약 해지를 추진 중이다. 법원에서 시공자 해지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는 등 법적 시비가 진행 중이지만, 총회를 다시 개최해 해지를 확정지을 예정이다. 조합은 앞서 해지총회를 개최했는데 참석 인원 부족을 이유로 법원에서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이 받아들여진 상황이다. 

재개발 시공자 교체 추세는 부산 내 뉴스테이 현장에도 이어졌다. 우암2구역 재개발조합은 2016년 ‘공공지원 민간임대 연계형 정비사업’으로 선정해 추진했지만, 작년 말 임시총회를 개최해 임대사업자(대림AMC) 지정 취소와 시공자(DL이앤씨) 계약해지 건을 가결했다. 

시공자 교체 바람은 호남으로 건너가 광주에서도 불고 있다. 최근 광주 광천동 재개발조합이 시공자 해지총회를 개최해 기존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했다. 도급액 1조원이 넘는 매머드급 사업으로 기존 시공자는 2015년 12월 선정된 DL이앤씨ㆍ롯데건설ㆍ현대산업개발ㆍ금호건설 등 4개사다. 광천동 재개발사업의 시공자 교체 이유는 단일 시공자 및 그에 따른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 요구 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자의 입장 차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지역에서도 시공자 교체가 이어지고 있다. 주안10구역 재개발조합은 기존 시공자인 DL이앤씨를 해지하고, 지난 4월 포스코건설을 새 시공자로 선정했다. 갈산1구역 재개발조합도 기존 시공자인 한진중공업을 해지하고 새 시공자 물색에 나섰다. 

충청북도 충주 용산주공 재건축조합도 기존 시공자인 극동ㆍ이수건설을 해지하고 새 시공자로 한화건설을 선정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소규모 정비사업 현장에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 대연동 동성하이타운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은 기존 시공자인 호반건설을 해지하고, 새 시공자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조합 ‘가치 상승 기회’ · 건설사 ‘수주 갈증’… 양 측 조건 맞아 떨어져

최근 불거진 시공자 교체 행렬은 본계약 협상에 대한 불협화음, 단일 브랜드 요구 등 각기 복잡다단한 이유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시공자 교체 흐름을 단지가치 상승 기회로 활용하려는 조합과 신규수주 실적을 채우기 위한 건설사들의 양측 조건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3~4개 컨소시엄 시공자로 선정된 현장에서는 단일 시공자로 교체하겠다는 게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기존 3~4개 시공자 컨소시엄의 경우 항간에 널리 알려진 기존 시공자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해 그에 따른 아파트 가치 하락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2개사 컨소시엄의 경우에는 ‘자이ㆍ푸르지오’처럼 브랜드를 나열해 사용할 수 있지만, 3개사 이상 시공자가 컨소시엄을 구성한 경우에는 이것마저 불가능해 별도 브랜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실적 채우기는 이 같은 상황을 부채질 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신규 수주 물량은 8조원 내외에 불과한 반면 주요 건설사들이 목표로 하는 수주금액은 20조원에 이르고 있다. 

결국, 서울과 주요 수도권 지역이 규제로 인해 신규 물량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연간 수주고를 책정하다보니 수주팀에서는 이미 주인이 있는 지방 정비사업 현장을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조합 집행부에 시공자 교체를 제안하거나, 아예 자사에 호의를 갖고 있는 인사로 집행부 교체해 신규 수주에 들어가는 곳들도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몇 몇 대형건설사가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대형 건설사들의 움직임에 중소 건설사들은 수주처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중소 건설사 임원은 “신규 물량은 없고, 회사에서 요구하는 수주실적이 결정돼 있다 보니 사업이 될 만한 현장에 들어가 빼앗아 버리는 게 일상화 되고 있는 분위기”라며 “우리 회사에서는 기존 현장 방어를 위해 특별TF팀을 만들어 현장에 상주하는 등 각별히 관리하는 비상 상황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 같은 시공자 교체가 마냥 조합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공자 교체로 새 진용이 만들어지게 되면 이후 안착 과정에 사업기간이 길어지고, 쫓겨난 시공자의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후속 문제들을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신규 물량이 없다 보니 시공자가 선정된 기존 사업지를 흔들어 수주하려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사업지연, 기존 시공사의 소송 등 발생 가능한 위험요인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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