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당겨진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재개발·재건축 충격
앞당겨진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재개발·재건축 충격
오세훈표 부동산투기 차단책 논란
  • 최진 기자
  • 승인 2021.06.1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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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성 판단 힘들어져… 재산권 심각한 침해 우려
사업 안정성 훼손도… 중장기 주택공급 고려해야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간 주택정책협력간담회 모습.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간 주택정책협력간담회 모습.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개발·재건축 투기를 차단하는 대책을 내놨다. 각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서 조합원의 지위를 양도할 수 없도록 묶어, 투기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정비사업 현장이 신축분양권과 이에 따른 개발이익 투기수요에서 벗어난다면 정상적인 정비사업 활성화와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수요자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조합원 지위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실소유자들이 해당 정비사업에 대한 개발이익과 리스크 등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채 조합원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실수요자의 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해당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국토부 간담회…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 앞당겨

오세훈 서울시장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정책 협력 간담회’를 열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확대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주택시장 안정화와 투기방지를 목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 대한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을 앞당기는 내용이 논의됐다.

특정 시점에서 조합원의 지위 양도가 제한되면 해당 주택을 구입해도 신축건물에 대한 분양권을 받지 못한다. 이 기준시점을 앞당겨 투기세력을 줄이고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안정화를 이루겠다는 것이 오 시장의 계획이다.

재개발의 경우 기존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에서 정비구역지정 이후로,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에서 안전진단 통과 이후로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 가능 시점이 앞당겨진다. 양도제한 기준일은 시·도지사가 정비구역지정 및 안전진단 이후 특정일을 임의로 정할 수 있고, 국토부장관도 지자체장에게 기준일 선정을 요청할 수 있다.

불가피한 상황에 따른 예외조항도 마련됐다. 상속이나 해외 이주,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했거나 5년 이상 실거주자의 경우 주택을 매각할 때 새 소유자에 조합원의 지위를 양도할 수 있다.

또 △장기간 사업이 정체될 경우 △안전진단 통과 후 재건축사업이 추진되지 않는 경우 △구역지정 후 재개발 추진위 설립이 지연되는 경우 기존처럼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다.

관련 개정안은 지난 7일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발의한 상태다. 발의안에서는 재개발의 경우 조합설립인가를 양도제한일로 정하고 있다. 향후 상임위 심의 과정에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시점으로 순조롭게 입법절차가 진행될 경우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 시기가 대폭 앞당겨질 전망이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이날 간담회 내용을 “외부 갭투자, 투자수요에 의해 거래하는 사람들까지 보호할 명분이 없다”라며 “실소유 조합원의 권익보호가 이번 법령 개정의 중심”이라고 정리했다.

▲조합원 지위 조기화… 실수요자 권익 크게 훼손할 수도

전문가들은 이번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 조기화 정책에 대해 보완대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장의 투기세력 억제는 가능할 수 있으나, 정작 실소유 조합원의 권익을 크게 훼손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에서 조합원은 정비사업을 통해 얻는 개발이익뿐 아니라, 사업비용과 각종 리스크를 함께 책임지는 위치다. 사업추진이 좌절되기도 하고 심지어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더라도 막대한 금전적 손해가 발행할 수 있다.

그동안 정비사업은 이러한 조합원 의무를 감안해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를, 재개발의 경우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로 조합원의 지위를 확정해 왔다. 정비사업의 이익은 정비사업 추진으로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은 사업의 밑그림을 가늠할 수 있을 때 정해졌다.

조합원 지위가 강제적으로 부여되는 재개발의 경우 관리처분계획 단계에서 종전자산평가와 평형 신청에 따른 종후자산의 가치, 그리고 분담금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때 이를 확정해왔고, 재건축의 경우도 개략적인 분담금 산정이 이뤄졌을 때 절차가 진행됐다.

▲투기시점 변화·사업성분석 정보력 하락 등…‘득’보단 ‘실’

전문가들은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 조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실소유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토지등소유자가 조합원 지위를 결정해야 할 시기에 사업추진에 따른 개발이익이나 리스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위험성이 크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재개발의 경우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노후도나 주민동의율 등을 조사하는 단계에서 재개발사업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조합원 지위를 결정하다보니, 자금력이 떨어지는 다수의 영세 조합원들의 피해가 증폭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사업성 변화 폭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향후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에 따른 종전자산의 이익 하락을 떠안아야 한다.

재건축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아파트가 얼마나 낡고 위험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하는 안전진단 과정에서 덜컥 재건축 사업참여 여부를 확정해야 한다. 개발이익과 리스크를 저울질하는 사업성 분석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절차기 때문에 막연한 추정으로 조합원 지위를 판단해야 한다.

개발이익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현금청산자가 되는 경우, 사업성이 떨어져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영세 토지등소유자가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사례 등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이 조기화 될 경우 정비사업 정상화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발이익을 부풀린 사업추진, 초기 사업단계부터 몰리기 시작하는 투기세력 등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개인 자산의 최고 집합체인 주택을 담보로 추진되는 사업인데, 실소유자들은 해당 사업의 개발이익이나 리스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로 사업참여를 결정하도록 내몰리게 된다”라며 “또 양도제한 시점에 맞춰 투기수요도 앞당겨질 경우 실효성 없는 행정결과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조합원 지위 조기화에 따라 단기간 투기세력 차단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부동산 금융규제에 따른 부작용처럼 중장기적 주택공급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치솟은 집값을 잡기 위해 절차적 순서를 억지로 손질하기보다는 일시적 상승을 감내하면서 정상적인 시장 흐름을 되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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