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구역 해제, 집행정지 가능하다
정비구역 해제, 집행정지 가능하다
  • 홍봉주 대표변호사 / H&P법률사무소
  • 승인 2021.06.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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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시·도지사가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이에 따라 도시정비법에 따라 조합이 설립되어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으나, 그 후 위 정비구역이 시도조례에서 정하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구역지정 이후 여건변화에 따라 해당구역 및 주변지역의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직권해제대상 구역으로 공고된 경우 조합은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까.

특히 이와 같은 정비구역 지정해제에 따라 관할 행정청이 조합설립인가까지 취소하고 그 정비구역에서 그 지정목적에 반하는 공공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 경우 조합은 어떠한 구제절차를 밟는 것이 바람직할까. 

최근 이와 관련해 정비구역 직권해제처분과 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에 대해 집행정지가 가능한지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대법원 2018.7.12.자 2018무600 결정). 

도시정비법에 따른 정비사업은 정비구역의 지정,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정비구역지정은 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일련의 행정절차에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행위이다.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은 “취소소송이 제기된 경우에 처분 등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처분 등의 효력 등을 정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로서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경우 또는 금전보상으로는 사회관념상 행정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참고 견딜 수 없거나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유·무형의 손해를 일컫는다.

그리고 ‘처분 등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는지는 처분의 성질, 양태와 내용, 처분 상대방이 입는 손해의 성질·내용과 정도, 원상회복·금전배상의 방법과 그 난이도 등은 물론 본안청구의 승소가능성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1.4.21.자 2010무111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와 정비구역 직권해제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①정비구역지정이 취소되고 이에 대해 불가쟁력이 발생하는 경우 정비사업 시행을 전제로 하는 후속 처분들은 모두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정비사업조합에 대한 조합설립인가 취소처분은 조합이 적법하게 취득한 공법인의 지위를 조합 자신의 귀책사유 없이 사후적 사정변경을 이유로 박탈하는 것이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위 각 처분의 위법성에 관해 조합이 본안소송에서 주장·증명할 기회는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②위 각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지 않을 경우 조합이 정비사업과 관련한 후속 조치를 실행하는 데 사실상, 법률상 장애가 있게 될 뿐 아니라, 시·도지사나 관계행정청이 정비사업의 진행을 차단하기 위한 각종 불이익 조치를 할 염려가 있다. 시·도에서는 정비구역지정이 직권해제된 경우 조합이 지출한 비용을 보조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두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조합이 지출한 비용 전부를 무조건적으로 보전하는 내용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검증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일정한 범위 내에서 보조하는 것이다. 위 가이드라인에 따른 보조금으로 조합이 입을 피해가 모두 회복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③따라서 위 각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지 않을 경우 조합에게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위 정비사업의 진행이 법적으로 불가능해져 조합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홍봉주 대표변호사 / H&P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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