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력 없는 조합원 현금청산자 전락… 재개발사업 혼란 불가피
자금력 없는 조합원 현금청산자 전락… 재개발사업 혼란 불가피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강화 파장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1.07.15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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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분담금 마련에 어려운 강북지역 사업장들 ‘직격탄’
실수요자 보호 취지 안맞아… 재산권 침해 논란 가열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정비사업의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기간을 앞당기는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기 방지라는 목적으로 내세운 정책이 오히려 강남북 간 격차만 더욱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강화가 자금력이 떨어지는 다수의 영세 조합원들에게 직격탄을 맞게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실수요자의 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강화… 영세 조합원 많은 재개발 현장에 ‘직격탄’

정부와 서울시가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내놓은 대책인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의 지위양도 제한 강화제도가 영세 조합원들의 피해로 직결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달 투기 방지 대책으로 재개발의 경우 기존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에서 정비구역지정 이후로,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에서 안전진단 통과 이후로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 가능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각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서 조합원의 지위를 양도할 수 없도록 묶어, 투기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당 정책에 대한 직격탄은 영세 조합원이 맞게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조합원들의 경우 탈출구가 원천 봉쇄되기 때문이다. 최근 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원들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환급금을 받기보다 추가분담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특히 서울의 경우 추가분담금이 수억원에 달한다.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조합원의 탈출구가 일명 ‘프리미엄’이 형성된 시세대로 주택을 매매하는 것이다. 추가분담금 마련이 어려운 영세조합원이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형성된 시세로 기존 보유한 주택을 판매해 새 정착지를 찾아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의 방침이 제도화되면 꼼짝없이 현금 청산자로 전락하게 된다. 현금청산금은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치가 제외되기 때문에 시세보다 한참 못 미치는 가격으로 책정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시행될 경우 강남과 강북 등 지역 간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강남 등 핵심지역의 조합원들의 경우 경제력이 충분해 추가분담금 마련에 큰 어려움을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강북 등 자금력이 떨어지는 다수의 영세 조합원들이 많은 재개발지역은 피해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내부 자료에 따르면 6·9대책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시점 조기화의 영향을 받는 정비사업구역은 재개발 63곳, 재건축 67곳으로 집계됐다. 이 단계에 해당하는 재개발 사업장 63곳 중 강남3구(서초·강남·송파)는 3곳에 불과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원 지위 양도는 재개발사업에서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 조합원들이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프리미엄을 받고 새 보금자리로 떠날 수 있는 탈출구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런 식의 손바꿈이 재개발을 촉진해 주거환경 개선과 원주민들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순기능이 있는데, 정부의 이번 정책은 추가분담금을 마련할 여력이 되지 않는 조합원들을 말 그대로 푼돈을 주고 쫓아내는 것으로 정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젠트리피케이션’을 더욱 조장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현금청산자 양산되는 지위양도 강화… 재개발사업 좌초 위기

업계에서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앞당겨지면 현금청산자가 대량 양산돼 사업성이 부족한 재개발현장이 사업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늘어나는 현금청산자 비용 부담은 정비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 남아 있는 조합원에게 떠넘겨지면서, 조합원들을 또 다시 현금청산자로 만드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재개발사업의 추진 동력을 상실하게 돼 열악한 노후지역의 주거환경개선과 주택공급 확보에도 실패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기존 제도에서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를 ‘재개발 관리처분인가’,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로 설정한 취지가 바로 실수요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재개발·재건축에서 조합원은 정비사업을 통해 얻는 개발이익뿐 아니라, 사업비용과 각종 리스크를 함께 책임지는 위치다. 사업추진이 좌절되기도 하고 심지어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더라도 막대한 금전적 손해가 발행할 수 있다.

그동안 정비사업은 이러한 조합원 의무를 감안해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를, 재개발의 경우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로 조합원의 지위를 확정해 왔다. 특히 해당 시점은 정비사업에서 조합원과 현금청산자의 지위를 토지등소유자가 직접 확정하는 시점이다. 

재건축사업은 사업에 동의한 자만 조합원이 되고 미동의자는 현금청산자가 된다. 조합설립 단계에서 사업의 동의 유무를 결정한다. 반면 재개발사업은 75%이상의 토지등소유자가 동의해 조합이 설립되면 미동의자도 강제로 조합원 지위를 얻게 된다. 

이에 조합원이 향후 조합원 분양신청을 통해 조합원과 현금청산자의 지위를 확정하게 된다. 또한 재개발사업은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조합원이 많아 추가분담금 규모에 대해 민감한 만큼 지위양도 제한 시점을 종전자산평가와 평형 신청에 따른 종후자산의 가치, 그리고 구체적인 분담금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관리처분계획 단계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대로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시기가 크게 앞당겨진다면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조합원과 현금청산자의 지위 및 사업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 자체를 빼앗는 것으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재산권 침해 소지도 크다는 지적이다.

진상욱 법무법인 인본 대표변호사는 “조합원 지위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앞당겨지면 토지등소유자들은 해당 사업의 개발이익이나 리스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로 사업 참여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며 “특히 조합원의 의사보다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강제가입 등의 성격을 갖는 재개발조합원의 경우 조합원이 갖는 유일한 재산의 처분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재산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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