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아닌데 취득세 4배 중과”… 리모델링조합 '분통'
“투기 아닌데 취득세 4배 중과”… 리모델링조합 '분통'
7·10 주택시장안정 보완대책의 허점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1.11.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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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뺀 리모델링사업 법인만
규제대상으로 묶어 역차별 논란 가열

9억원 초과 주택취득땐 3%… 표준세율 4배 적용
불가피하게 발생한 취득… 업계, 중과대상 제외를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취득세 중과와 관련, 본의 아니게 정부의 부동산 투기단속 범위에 포함된 리모델링조합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법인으로 규정된 재건축·재개발조합과 리모델링조합 중 리모델링조합만이 정부의 법인 규제대상에 포함돼 과도한 매도청구 비용을 부담할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10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에서 투자자들이 법인을 설립, 규제를 피해 부동산투기에 우회적으로 나서는 것을 막고자 법인의 주택 취득 시 취득세를 중과하는 제도를 들고 나왔다. 9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기존 취득가액의 3%를 내던 취득세율을 12%로 4배나 올리는 게 골자다.

▲입법 오류 의혹 “멸실 목적으로 취득한 법인 주택”이란 문구 때문

실제로 정부는 7.10대책 발표 후 한달이 지난 그해 8월 12일 지방세법 개정을 통해 법인의 취득세 중과와 관련한 입법을 완료시켰다. 근거 규정은 지방세법 제13조의2와 지방세법 시행령 제28조의2 제8호 내용이다.

법 제13조의2에서는 법인의 취득세율에 대해 “표준세율에 중과기준세율의 4배를 합한 세율을 적용하라”고 규정했다. 9억원 초과 주택 취득의 경우 표준세율 3%의 4배인 12%를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관심을 끄는 ‘적용 예외 대상’은 시행령 제28조의2 제8호에 담겨 있다. 시행령 규정에서는 “멸실시킬 목적으로 취득하는 주택”을 명시하는 한편, 계속해서 취득세율 중과 적용 대상으로는 “정당한 사유 없이 그 취득일부터 1년이 경과할 때까지 해당 주택을 멸실시키지 않거나 그 취득일부터 3년이 경과할 때까지 주택을 신축하여 판매하지 않은 경우는 제외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3년이 경과할 때까지 해당 주택을 멸실시키지 않은 경우는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사업을 통해 곧 멸실하는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법인이 주택을 취득하더라도 취득세율을 중과세하지 않되, 일정 시간이 지날 때까지 멸실이 되지 않으면 중과 대상에 다시 포함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사업구조상 멸실이 이뤄지지 않는 리모델링조합은 취득세 중과 대상에 포함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법인이지만 부동산 투기에 나서지도 않고, 유사 사업인 재건축·재개발조합들은 물론 지역주택조합까지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황에서 리모델링조합에 대한 4배의 취득세 중과 적용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관련 규정에서 중과 제외 조건으로 ‘멸실’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멸실이 되지 않는 리모델링의 경우 취득세 중과세 예외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건축물관리법 제2조에 따르면, 멸실이란 건축물이 해체, 노후화 및 재해 등으로 효용 및 형체를 완전히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골조를 남기고 사업이 진행되는 리모델링에서는 멸실이 불가능하다. 

부당한 취득세 중과에 리모델링조합들은 비용 증가 걱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주택가격 급등으로 주택 매입 비용이 늘고, 취득세도 중과세율을 적용받아 종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푸념하고 있다. 

예컨대 1가구의 주택가액이 시가 10억원인 1천가구 단지에서 250가구의 미동의자가 있는 경우를 상정해 보자. 종전에는 취득세율 3%를 적용해 조합은 취득세액으로 75억원을 내면 됐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개정된 지방세법에 의하면 4배가 늘어난 300억원을 내야 한다. 지방세법 개정으로 취득세만 225억원 증가한 결과가 나오고, 현금청산자 250명을 제외하고 750명 리모델링 조합원당 3천만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리모델링에 따른 조합원부담금이 대부분 1억~2억원임을 감안할 때 부담금에서 차지하는 미동의자 취득세 비중은 20~30%에 육박한다.

한 리모델링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사업에서 주택의 취득은 사업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취득으로 정부가 지난해 7.10대책에서 규제하고자 했던 법인의 부동산 투기와는 전혀 다른 행위”라며 “더군다나 유사한 재건축·재개발조합은 물론 지역주택조합까지도 중과 제도에서 벗어났는데, 리모델링만 포함된 것은 사실상 입법 오류로 보인다”고 말했다. 

▲잘못된 것은 빨리 고쳐야… 정부 의지만 있다면 시행령 곧바로 개정 가능

리모델링업계에서는 7.10대책의 근본 취지가 법인을 통한 부동산투기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점을 주목한다면 부동산투기를 하지 않는 리모델링조합이 이제껏 구제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리모델링조합의 주택 취득은 매도청구라는 사업진행 과정에서 불가피한 절차이지 부동산투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리모델링업계는 잘못된 것은 빨리 고치는 것이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최소화시키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관련 규정은 시행령이기 때문에 별도의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정부 스스로가 시행령 개정에 나서면 된다는 것이다. 

취득세 중과세 제외 대상을 명기한 지방세법 시행령 제28조의2 제8호에 담겨 있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주택으로서 멸실시킬 목적으로 취득하는 주택”을, “해당 사업진행 상 취득한 주택”이라고 변경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라는 것이다. 

안양 평촌리모델링연합회 이형욱 조합장은 “리모델링조합의 취득세 중과 제외 문제는 법 조문 몇 자만 변경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라며 “서울의 비롯해 분당, 평촌 등 매도청구를 행사하는 리모델링조합이 점점 늘어나는 이 상황에서 취득세와 관련된 잘못된 시행령 내용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이는 해당 부처의 무능을 넘어 직무유기로 비판받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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