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브랜드가 뭐길래~ 재개발·재건축 조합장 해임 성행
하이엔드 브랜드가 뭐길래~ 재개발·재건축 조합장 해임 성행
  • 최진 기자
  • 승인 2022.01.10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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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무분별한 해임총회 사업지연 초례
조합운영과 사업추진에 공정·투명성 집중해야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최근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집행부 해임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집행부에 대한 불신과 사업 경과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특히, 하이엔드 브랜드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시공자 교체를 염두에 둔 해임총회 발의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해임총회가 자칫 사업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조합이 조합원들과의 소통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사업추진 경과를 자세하게 알리고 협력업체 선정과정도 투명성을 강화해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노량진뉴타운 부활에도 해임총회 파열음 곳곳서

올해 재개발 최대 관심지역으로 떠오른 노량진 뉴타운에서는 최근 해임총회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동작구 노량진7구역 재개발사업에서는 지난 11월 9일 조합원 발의로 진행된 해임총회에서 조합장과 상근이사가 해임됐다.

해임총회를 주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조합 집행부가 조합원들에게 사업과 관련한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조합원들의 의견 수렴도 등한시 했다며 독단적이고 무능한 사업추진으로 조합원들에게 경제적인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노량진뉴타운 재개발사업의 선봉구역으로 알려진 노량진6구역에서도 최근 해임총회가 진행 중이다. 현재 노량진 6구역은 이주절차가 90% 완료된 이른바 ‘다된 밥’ 현장이다. 

하지만 비대위는 조합의 사업경과가 서울시 평균 속도에 미치지 못했고 조합 집행부가 조합원 의견수렴 및 재산권 보호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해임총회를 발의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당초 지난 12월 11일 해임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변종인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총회를 연기했다.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노량진 3구역에서도 조합장 해임에 대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조합이 지난 10월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면서 단독입찰 조건을 내걸지 않아, 컨소시엄 입찰을 방임했다면서 본격적인 해임총회 논의가 시작됐다.

이어 조합이 컨소시엄 불가 조건을 내걸었지만, 비대위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없는 포스코건설이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해임총회를 위한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해임총회 배경에는 시공자 교체… 하이엔드 브랜드 요구 커져

노량진뉴타운의 해임총회 움직임들은 표면적으로는 집행부의 ‘소통의 부재’, ‘정비사업 무능’을 내걸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하이엔드 브랜드 요구와 관련이 있다. 노량진이 준 강남입지로 여겨지며 하이엔드 브랜드가 도입되자, 일반 브랜드를 선정한 기존 구역에서 해임총회를 발판으로 시공자 교체 및 하이엔드 브랜드 도입을 시도하는 것이다.

최근 노량진뉴타운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노량진5구역은 지난해 11월 29일 시공자 선정총회를 통해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써밋’으로 단지 브랜드를 결정했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이미 브랜드가 정해진 노량진8구역이 시공자와의 줄다리기 협상 끝에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노량진뉴타운의 하이엔드 열풍을 이끌고 있다.

해임총회를 주도하는 비대위 역시 하이엔드 브랜드에 대한 요구를 감추지 않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초 집행부 해임총회를 개최한 노량진7구역은 지난 11월 27일 시공자 계약해지를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했다. 노량진6구역도 해임총회 발의서를 통해 집행부와 기존 시공자를 교체하고 하이엔드 브랜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구역 비대위 역시 수년간 시공권 확보에 관심을 보여 온 GS건설과 포스코건설이 하이엔드 브랜드가 없는 건설사라며 단지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는 내용을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서울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강북구 신월곡1구역 재개발사업은 총회를 통해 하이엔드 브랜드 대신 기존 브랜드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비대위는 시공자 교체가 실패한 후 곧장 조합 집행부 해임총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대위는 조합 집행부가 시공자와 결탁해 우수한 사업조건과 높은 공사비에도 불구하고 하이엔드 브랜드를 도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며 조합원들에게 집행부 해임을 독려하는 모양새다.

▲정비사업 섣부른 훈풍 기대감… 해임총회 사업지연 경고등

수도권에서도 해임총회가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도화1구역 재개발사업도 최근 해임총회 준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비대위는 조합 집행부가 임대사업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뉴스테이 사업을 지속하려 한다며 집행부 교체와 일반분양을 위한 사업전환을 동시에 주장하고 있다.

안양 관양현대 재건축사업도 해임총회와 관련한 법적 다툼으로 몸살중이다. 해임발의자 측은 지난 12월 4일 집행부 해임총회를 성료했다는 입장이고, 기존 집행부는 해임총회가 위법하게 진행됐다며 법원에 증거보전신청 등 법리적 정당성을 따질 모양새다. 

과천주공5단지 재건축사업도 지난해 11월 시공자 선정총회를 통해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성공한 상태지만 곧장 해임총회 움직임이 발생하고 있다. 비대위는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된 단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중소평형으로 신축단지를 구성한 점, 필수 요건이 아닌 내역입찰을 준비하면서 사업을 수년간 지연시킨 점 등을 지적하며 집행부 공격에 나서고 있다.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도 지난해 11월 26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획득한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지난 12월 30일 총회를 열어 집행부를 해임했다. 비대위는 조합 집행부가 업체선정 및 단체기부금 등과 관련해 비위행위 의혹을 제기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훈풍이 예고되면서 조합원들의 기대심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최근 해임총회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보여진다라며 해임총회의 올바른 결정을 위해서는 비대위의 홍보뿐 아니라, 조합에 관련 내용을 묻거나 정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 집행부는 시공자 선정과 관련해 그 어느 때보다도 사업공정성 확보에 총력을 쏟아야 하고 조합원들에게 투명하게 진행내용을 공개해 사업이 전복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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