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유지와 창립총회 의사정족수
국공유지와 창립총회 의사정족수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3.03.1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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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규
변호사/H&P 법률사무소
www.parkhong.com


행정관청으로부터 정비사업의 시행자 지위를 부여하는 조합설립인가를 획득하는 것은 정비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던 시기에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물며 주택시장이 극도의 침체기를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새롭게 조합설립인가를 얻어내는 것은 그 어려움이 배가될 수밖에 없다.


조합설립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조합설립에 충분한 토지등소유자들의 지지를 획득하는데 실패한 것이어서 조합설립인가를 얻지 못하는 사정에 대하여 관할 행정청을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조합설립동의율을 충족한 후 창립총회를 거쳐 적법하게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였음에도 관할 관청이 여러 사유를 들어 조합설립인가처분을 거부하는 경우 추진위원회나 정비사업을 염원하는 토지등소유자들로서는 행정청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사정 탓인지 예전에 비해 행정청이 조합설립인가를 거부하고 추진위원회가 소송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그러나 본래 행정청이 발령한 처분을 추후에 소송을 통해 취소하거나 무효로 돌리는 일이 쉽지 않은데다 적극적 내용의 처분도 아니고 거부처분과 같이 소극적 내용의 처분을 다투는 것이기에 승소 가능성이 기꺼운 심정으로 소송을 권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적극적 처분을 다툴 경우 해당 처분의 적법성에 관한 입증책임이 궁극적으로 행정청에 있기에 이를 다투고자 하는 경우 그 처분이 갖고 있는 절차적·실체적 흠을 집중 공략하게 되는 소송 구조인 반면, 소극적 처분을 다투는 경우 소를 제기하는 쪽에서 처분의 신청이 적법하게 이루어졌음을 입증하여야 한다. 나아가 행정청이 내세운 거부사유가 타당한 것이 아님을 논증하여야 하는 등 사실상의 입증책임 전환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오늘은 수도권에 소재한 일부 구역에서의 조합설립인가 거부처분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해당 구역의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에 필요한 동의율을 갖춘 후 창립총회를 개최하여 인가를 신청하였으나 행정청이 이를 거부함에 따라 총 3회에 걸쳐 창립총회를 반복 개최하였음에도 재차 인가를 거부당하여 부득이 소송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행정청이 내세운 거부사유 중에는 전체 정비업계에서 함께 고민할 만한 내용도 일부 포함되어 있었는데 창립총회의 의사정족수를 산정할 때에 국공유지 관리청을 포함시켜야 하는 것인지에 관한 문제가 그 중 하나이다. 해당 행정청의 입장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제28조에 의해 국공유지 관리청 역시 토지등소유자 수에 포함되어야 하므로 창립총회 개최시 국공유지 관리청도 의사정족수에 포함시켜야 하고 해당 국공유지 관리청이 창립총회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불출석으로 산정하여 전체적인 의사정족수 충족 여부를 가려야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행정청의 입장에 대하여는 국공유지 관리청을 토지등소유자 수에 포함한다는 도정법의 시행령 규정에 근거한 것이긴 하지만 이를 너무 형식적으로 해석하였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토지등소유자로서의 국공유지 관리청은 구역내 국공유지를 사업시행자인 조합에 무상양도하거나 사업시행자인 조합 혹은 점유자 및 사용자게에게 매각하는 정도의 이해관계를 갖는 것에 그칠 뿐, 다른 토지등소유자들처럼 조합원으로서 정비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그 비용과 손익을 나눔으로써 사업시행자에 준하는 지위를 갖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창립총회에서의 의사정족수 산정에 있어 국공유지 관리청은 아예 그 수에 포함하지 않거나 포함하더라도 현실적인 참석없이 창립총회 안건에 관하여 참석과 찬성이 의제되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

토지등소유자로서의 국공유지 관리청은 현실적으로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고 특별히 반대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당연히 조합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으로 보는 각급 법원의 판결 역시 토지등소유자로서 국공유지 관리청을 다른 토지등소유자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여 주고 있다.


결국 위 사안에서 인천지방법원 재판부는 “국공유지의 소유자인 공공기관으로부터 명시적인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하지 않은 경우에도 국공유지 관리청은 모두 조합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국공유지 관리청이 조합설립의 전제가 되는 창립총회에서 비록 명시적인 서면결의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토지등소유자와 마찬가지로 참석하여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국공유지 관리청을 토지등소유자 수에 포함하여야 한다는 도정법 시행령 규정을 고려하면서도 토지등소유자로 국공유지 관리청 지위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흠잡을 데 없이 적절한 판단이다.

 ☞ 문의 : 02-584-2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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