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수단돼선 곤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풀리나
“부동산 정책 수단돼선 곤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풀리나
전혜숙 민주당 의원, 도정법 개정안 발의 눈길
지자체장에 재량권 부여... 재건축 여건 종합적 고려
  • 최진 기자
  • 승인 2022.02.21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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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 등급기준이
건축승인 좌우하는건
법률유보의 원칙 위배

서울 소재 아파트 22%
준공연한이 30년 지나
주거환경 매우 열악

문 정부 들어 규제강화
기준 통과단지 5곳 뿐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안전진단이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부동산정책의 시기 조정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여당 내부에서 나오면서 재건축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안전진단 등급과 상관없이 지자체장 재량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안전진단 패싱’ 법안이 최근 여당에서 발의됐다. 나아가 향후 정부를 구성할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도 안전진단 기준완화에 대한 공약을 공통적으로 내놓으면서 기준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완화… 여당 내 공감대 형성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지자체의 재건축 추진 결정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개정안은 전혜숙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구 주민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전 의원은 안전진단에 대한 주민 불만을 접수한 후 전문가들의 자문과 법리적 타당성을 거쳐 해당 법안을 체계화하고 여당 내 10여명의 공동발의자를 모았다. 의원실 보좌관에 따르면 재건축 안전진단의 경우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개정안 발의는 수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안전진단의 규제완화 강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전 의원이 발의한 지자체장의 재량권 강화로 풀어내기보다는 체계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는 반면, 지난 2018년 안전진단이 강화되기 이전으로 되돌리자는 의견도 있다.

의원실 관계자는 “안전진단 완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은 재건축 안전진단이 부동산정책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법리적으로 차단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라며 “해당 개정안은 아직 의원들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 계류되고 있지만,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법안 통과라는 결실로 맺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돌파구… 지자체장 재량권 강화로 마련

전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재건축 안전진단과 관련한 도시정비법 제12조 제6항에서 정비계획의 입안권자인 지자체장이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여부를 도시계획 및 지역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했다.

또 현행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안전진단 등급에서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판정된 경우에도 지자체장이 재건축 정비계획을 입안토록 했다. 재건축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안전진단은 현재‘예비안전진단→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순서로 진행된다. 

정밀안전진단 점수(100점 만점)에 따라 A~E등급으로 나뉘며, E등급(31점 미만)은 재건축 확정판정을, D등급(31~55점)은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나 국토안전관리원에서 적정성 검토를 추가적으로 진행해 재건축 여부를 확정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재건축이 반드시 필요한 E등급과 조건부 재건축인 D등급은 물론, 수평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한 C등급,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한 B등급까지 지자체장의 재량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나아가 재건축·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없는 A등급까지도 법리적으로는 재건축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재건축 안전진단 무용론이 제기될만한 사안이다.

전 의원은 현행 안전진단 고시가 등급에 따른 건축 승인 여부까지 규정하고 있어 법률유보의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유보의 원칙은 일정한 행정권의 발동이 법률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정권마다 변하는 기준… 국민 주거환경 정책수단화 우려

전 의원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 소재 아파트 154만6천가구 중 22%가 준공연한 3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다. 

콘크리트로 건축된 이들 단지는 구조물 안전성과는 무관하게 주차·배관·전기·위생 등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장치와 시설이 노후화돼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열악한 주거환경과는 별개로 재건축 여부는 국토부장관 고시가 정하는 기준과 평가에 따라 안전진단 점수를 부여해 결정하고 있다. 전 의원은 안전진단 관련 고시가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목적으로 재정됐지만, 최근에는 ‘구조물 안전성’과 ‘주거환경’ 등의 가중치를 저울질하며 부동산 정책조정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봤다.

실제로 구조안전성 가중치는 노무현 정부 당시 45~50%였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20%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18년에는 다시 50%로 대폭 상향됐다.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한 이후 현재까지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단지는 △양천구 목동6단지 △마포구 성산시영 △여의도 목화 △서초구 방배삼호 △도봉구 삼환도봉 등 5곳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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