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뉴타운 출구전략 혼선… ‘주먹구구 행정’ 소송 비화
경기 뉴타운 출구전략 혼선… ‘주먹구구 행정’ 소송 비화
사업장 곳곳 ‘주민 의견조사’ 폐해 몸살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2.03.06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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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17:05 입력
  
부천시 원미5B 추진위 승인 지연에 결국 행정소송으로
김포는 ‘기권’이 ‘찬성’ 둔갑… 남양주는 조례도 무시
 
 

 


뉴타운 출구전략에 근거해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경기뉴타운 주민 의견조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하지만 우편투표를 진행하는 동안 여기저기서 끊임없는 폐해가 발생했다. 부천시에서는 한 재개발구역이 추진위원회 승인 신청을 했지만 시의 늑장행정으로 우편투표 대상이 됐고, 결국 그 결과에 따라 재정비촉진지구에서 해제될 위기에 놓이게 된 상황이 발생했다. 또 김포시에서는 기권표가 찬성표로 둔갑되는 등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나아가 남양주시의 경우에는 해제 기준을 반대 25%가 아닌 찬성 75%로 정하는 등 경기도 조례나 지침보다 강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결국 퇴계원지구 전체가 해제될 예정이다. 이처럼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주민 의견조사를 실시함에 따라 또 다른 주민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지난해부터 이달 중순까지 10개시에서 진행된 주민 의견조사 결과 촉진지구 해제 대상구역은 조사대상 구역의 2/3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미5B구역, 시와 행정소송 진행 중=부천시 원미재정비촉진지구 내에서 원미5B구역이 시의 늑장행정으로 인해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 이미 추진위 승인을 신청했지만 부천시가 행정처리를 지연시키면서 주민 의견조사 대상구역으로 지정됐고, 결국 촉진지구가 해제될 상황에 처해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원미5B구역은 지난해 10월 28일 토지등소유자 51.47%의 동의를 얻어 추진위 승인을 신청했다. 부천시가 주민 의견조사를 실시한 날은 이보다 한달 뒤인 11월 29일이다. 신청서류가 미비했을 수도 있지만, 원미5B구역의 경우에는 당초 지난해 10월 6일 추진위 승인을 신청한 바 있다.
 

이때 동의서 상의 인감도장이 희미하다는 등의 이유로 반려처분을 받으면서 미비한 사안들을 모두 충족해 최종적인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게 가칭 추진위 측의 설명이다.
 

원미5B구역 가칭 추진위 관계자는 “우리 구역의 경우 주민 우편조사 전에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동의로 추진위 승인 신청을 했지만 부천시가 고의로 승인을 미루면서 결국 뉴타운지구에서 해제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며 “법적 요건을 충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분통하고 억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분노했다.
 

원미5B구역은 우편조사 결과 전체 토지등소유자 875명 중 255명(29.14%)의 반대로 촉진지구 해제될 상황에 놓였다. 이에 원미5B구역은 지난해 12월 29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나아가 행정심판도 청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부천시는 원미5B구역이 제기한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에 대한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원미5B구역의 추진위 승인여부와 관련해서는 주민 의견조사 기간과 맞물리면서 내부적으로 우편조사를 진행해보자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며 “현재로서는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포시, 기권표가 찬성표로 둔갑 ‘해프닝’=김포시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우편투표의 적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반송된 우편통지문을 기권으로 간주해 찬성으로 처리하거나, 공유자의 경우 지분의 크기와 상관없이 위임장을 받은 소유자를 대표자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포시 관계자는 “일부 반대자들의 주장대로 기권표를 찬성으로 둔다고 해도 전체 토지등소유자를 기준으로 반대 25%를 정하는 것이어서 반대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공유자의 경우에도 소유자 전체가 찬성한 경우에만 찬성표로 산정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남양주시, 찬성 75%미만 지구해제 기준=남양주시의 경우에는 조례 및 지침에서 정한 기준보다 자체적으로 강한 기준을 정하면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양주시는 촉진지구 해제 기준을 반대 25%가 아닌 찬성 75%로 정하고 우편투표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결국 촉진계획 고시를 앞둔 남양주시 퇴계원지구내 5개 구역의 뉴타운사업이 백지화됐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우리 시의 경우 경기도 조례가 개정되기 전부터 별도의 지침을 제정해 우편투표를 진행해 왔다”며 “워낙 반대세력이 강성이어서 반대 25%가 아닌 찬성 75%의 기준으로 뉴타운 해제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퇴계원지구의 경우 촉진지구로만 지정돼 있고 아직 촉진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라며 “우편투표 결과 모두 기준치에 미치지 못해 촉진계획을 고시하지 않기로 결정내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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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도정·도촉법 조례 개정… 해제구역 더 늘어날듯
 

■ 강화되는 하위규정
경기도 뉴타운지구 내에서 해제되는 곳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도는 지금까지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은 곳들을 대상으로 주민 의견조사를 통해 구역해제를 결정지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또다시 조례를 개정해 추진위 및 조합이 구성된 곳에서도 일정 비율 이상이 신청할 경우 조합이나 추진위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2일 경기도는 ‘경기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와 ‘경기도 도시재정비 촉진조례’ 개정안을 각각 내달 7일과 12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개정·공포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및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후속 조치인 셈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추진위나 조합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 1/2이상 동의가 있으면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이 담겨져 있다.
 
다시 말해 추진위의 경우에는 동의한 토지등소유자 50% 중 25%가 반대하면 승인을 취소할 수 있고, 조합의 경우에는 75%의 동의자 중 37.5%이상이 반대하면 지구지정이 해제된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또 이번 계정안에는 뉴타운지구에서 해제된 곳들이 〈도정법〉에 따른 일반 정비사업으로의 전환이 가능한 내용도 들어있다.
 
해제된 뉴타운지구에 대해 추진위나 조합에 동의한 자의 66%이상이 동의하면 정비구역으로 지정받을 수 있다. 이때 추진위나 조합도 승계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들은 내달 초까지 입법예고 절차를 거쳐 오는 4월 경기도의회 임시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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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해제가 ‘대세’ 66곳 중 45곳이 결정
 

■ 주민 의견조사 파장
경기도내 뉴타운사업에 대한 주민 의견조사 결과 해제가 대세로 나타났다.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지만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뉴타운지구에서 핵심구역이 해제되는가 하면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구역들까지 해제 결정이 내려지면서 여파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조건 해제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해 11월부터 추진위 승인 전인 뉴타운지구를 대상으로 주민 의견조사는 25%이상이 반대할 경우 시장·군수가 촉진지구 해제나 계획변경을 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경기도 도시재정비 촉진조례’를 토대로 10개 시 총 66곳에서 진행됐다. 이 가운데 반대율 25%가 넘어 지구해제 및 계획변경으로 결론 난 곳은 모두 45곳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68%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충격이 더해지고 있다.
 
나아가 반대 25% 미달로 12개 구역 모두 ‘계속 추진’으로 결론지어진 김포시를 제외하면 사실상 뉴타운사업을 아예 접거나 대수술을 감행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실제로 의정부시의 경우 금의·가능지구 총 15개 구역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2곳을 제외하고는 25%이상이 사업추진에 반대하면서 대부분이 해제될 위기에 처해 있다.
 
광명뉴타운의 경우에도 총 7곳 중 2곳만이 살아남았다. 또 구리 인창·수택지구 역시 총 6곳 중 1곳만이 ‘사업진행’으로 결정됐다. 특히 부천시의 경우에는 지구해제로 결론 내려진 원미4B구역과 원미5B구역이 지구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이처럼 뉴타운구역 대부분이 해제되거나 중심구역이 빠질 경우 촉진지구로서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기반시설 설치비용이나 비율을 어떻게 변경해야할지 시의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뉴타운의 목적은 낙후된 지역의 주거환경개선과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광역적으로 계획하는 것에 있는데, 지금에 와서 해제된다면 애초에 뉴타운으로 지정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며 “뿐만 아니라 주택은 개발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구중심이 해제될 경우 기반시설 설치 등의 어려움이 뒤따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서울의 흑석뉴타운의 경우 지구의 진입로 역할을 해야할 구역이 빠지면서 주변 구역들이 도로를 우회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해제되더라도 남아있는 지구들이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결과도 초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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