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또다른 악재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
정비사업 또다른 악재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1.08.24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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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4 12:24 입력
  
수원 등 경기 지자체 11곳 정비기금 ‘곳간’이 비었다
용인·성남·고양·파주 등 의무 적립비율 미달
목표 15% 불구 실제 적립액은 4~5%수준 불과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여러 세목의 세금 일정 비율을 떼어 내 정비기금으로 적립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추진위 운영자금 등으로 활용해 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수행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경기도 등 주요 자치단체에서 정비기금 적립 상황 및 관리가 매우 열악하며 조례에서 정한 법정 기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인한 뉴타운·재개발 사업이 좌초 위기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지원할 수 있는 정비기금 ‘곳간’ 대부분이 비어 있다는 의미다.
 

▲수원 등 11개 지자체 적립 기준 ‘미달’=수원·성남·고양·파주·부천·용인·안산·안양·의정부·광명·의왕시 등 경기도 내 기금 조성 대상 지자체 11곳이 모두 지난해 각각의 조례로 정한 적립 비율에 미달하는 기금을 적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50만명 이상의 지자체 에서 도시·주거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곳들이 정비기금 적립 대상이다.
 
매년 일정액이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도시계획세는 그동안 정비기금의 주요 세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대로 적립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회 이재준 민주당 의원이 경기도에서 제출 받은 지자체별 기금 적립 현황자료에 따르면 수원·고양시·부천시의 경우 도시계획세 징수액의 30%를 기금으로 적립하도록 조례로 정했고, 파주·용인·안산·안양·의정부·광명·의왕시는 15%, 성남시는 50%를 기준으로 정했다. 이같은 기준에도 불구, 많은 자치단체들이 아예 적립하지 않거나 대부분 기준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금을 모은 것을 나타났다.
 
수원시는 지난해 도시계획세 징수액 531억원 가운데 5억6100만원(1.1%), 파주시는 162억원 가운데 10억원(6.1%), 용인시는 616억4천만원 가운데 26억원(4.2%)을 적립하는 것에 그쳤다.
 

또 안산시는 300억원 가운데 10억원(3.3%), 안양시는 330억원 가운데 68억원(20.7%), 의정부시는 153억8천300만원 가운데 21억6천만원(14%)을 적립했다.
 
그나마 성남시가 조례상의 기준치에 가까운 770억원 가운데 380억원(49.3%)을 적립했지만, 광명·의왕·부천·고양시 4곳은 아예 적립하지 않은 것을 나타났다. 성남시를 제외한 이들 지자체는 2009년에도 역시 모두 적립 기준에 모자란 금액을 모았다.
 
기금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법률 또는 조례로 정한 일정 세원의 비율만큼 적립해야 하며, 모은 기금은 임대주택의 건설·관리, 임차인 주거안정 지원, 추진위원회(조합) 운영자금 대여, 안전진단 및 정비계획 수립 등에 사용된다. 기금이 풍부할 경우 정해진 사용목적을 확대해 도시재생을 위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원도 가능해 진다.
 
하지만 경기도 내 지자체 대부분이 기금을 적립하지 않아 이 같은 사업 추진은 요원한 상태다.
 
이재준 의원은 “최근의 사업성 하락으로 인한 뉴타운·재개발사업이 고착상태에 빠진 현실을 감안할 때 기금 확충에 따른 지원을 강제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미적립금은 일반회계 전입을 통해서라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각 지자체 예산당국 입장에서는 특정 목적으로 예산이나 기금이 정해져 있을 경우 다른 분야에서 전용해야 할 때 융통성이 떨어져 기금 적립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며 “법령과 조례에 벌칙조항이 없는데다 재원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겹쳐 기금 적립을 강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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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가 주요 세원… 사업 활성화 정도 따라 기금비율 차이
 

■ 의무적립 어떻게 하나
〈도정법〉에서는 정비기금의 적립 근거, 사용 목적 등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자치단체에서는 그 기준이 미약하고 적립근거도 약하다는 푸념도 적지 않게 나온다. 
 

정비기금 적립의 주요 세원이었던 도시계획세는 지난해 말 법 개정으로 인해 제산세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현행 〈도정법〉에서는 정비기금 세원으로 △지방세법에 의한 재산세 중 일정 비율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에 의한 개발부담금 중 일정 비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에 의한 재건축부담금 중 일정 비율 △국·공유지 매각대금 중 일정 비율 △재건축소형주택의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 △그 밖에 시·도 조례가 정하는 재원 등을 정하고 있다.
 

문제는 매년 일정한 금액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매년 일정 금액 확보가 비교적 수월한 세원은 지방세뿐이다. 재산세에 연동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적립될 수 있다. 이와 달리 개발부담금 및 재건축부담금 등은 해당 지역 내에서 얼마나 정비사업이 활성화 되었느냐에 따라 적립 비율이 달라진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비사업이 활성화 된 곳은 이와 관련된 적립액이 있지만, 정비사업이 활성화 되지 못한 곳은 개발부담금 같은 세원에서 적립되는 금액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도세(道稅)와 시·군·구세의 차이에서도 적립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가장 큰 비중의 지방세의 경우 시·군·구에 적립되는 세금이다. 경기도 입장에서 체면 불구하고 시·군·구에게 지방세 중 일부를 돌려달라고 해야 할 입장이다.
 

인천광역시도 경기도와 비슷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인천시는 정비사업 규모에 비해 현저히 낮은 약 150억원을 적립했을 뿐이다. 정비기금 적립을 위한 도세(道稅) 재원이 미약하다는 해명이다.
 

인천광역시 관계자는 “도세 세목이었던 도시계획세가 시·군·구세인 재산세로 바뀌면서 현재 입장에서는 광역시 및 도지사가 기금을 적립할 수 있는 근거가 약화된 상황”이라며 “관련 법을 개정하거나 일반회계에서 끌어와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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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정비기금 적립 미흡 도시 노후화 대비한 보험금”
 

이재준  
민주당 경기도의원
 

“경기도 지역의 정비기금 적립 실태는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이재준 의원은 지난 6월 조례 개정안을 제출해 경기도에서 지난 8일 도정기금 적립 근거가 조례에 만들어졌다. 경기도에서는 그동안 정비기금 적립이 반드시 필요치 않다는 반응이었다.
 
도시재정비와 관련해 필요한 금액이 있다면 일반회계에서 예산을 받아서 사용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도시 노후화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별도의 도정기금의 적립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비기금 적립을 위한 조례 개정을 발의한 이유는=뉴타운 또는 재개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려고 한 것이다. 경기도에 총 22개 곳이 뉴타운 사업지구로 지정되어 있으나 실행여부가 불투명하고 부동산 침체 등의 여파로 지구 지정 취소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서울의 위성도시로 발전해온 경기도 지역은 대부분 도시 전역이 노후화돼 있고 기반시설도 충분치 않아 정비기금의 수요가 너무나 절실해 정비기금 조성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경기도 정비기금 관련해서 뭐가 문제인가=기금을 확충하여야 할 책임이 있는 자치단체의 정비기금 적립 현황은 아주 초라하다. 성남시 등 두세 곳을 제외하곤 정해진 요율조차 징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각 도시 간 편차가 큰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경기도가 그동안 법에 명시한 정비기금 설치와 관련해 조례 개정도 안했다는 점이다. 도정 기금에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비교적 대규모 사업인 뉴타운에만 신경 쓰다 보니 도정법 규정을 놓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구 지정하는데에만 관심이 쏠린 채, 지구가 지정된 정비사업을 어떻게 원활하게 이끌어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는 방증이다.
 
▲현재 경기도의 정비기금 적립 상황은 어떠한가=경기도에 속한 시·군 등에서는 나름대로 적립하고 있지만 경기도 자체에 적립된 금액은 하나도 없다. 경기도 내 시·군의 경우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심각한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모두 적립 목표액에 훨씬 미달한 금액만을 적립하고 있을 뿐이다. 경기도의 경우 적립 근거인 조례가 없으니 적립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다. 당초 경기도에서 이 조례개정안에 대해 너무 과도하다는 반응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조례를 통해 도세(道稅)중 보통세의 2/1000의 비율을 도정기금으로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원래 매년 200억원씩 5년간 1천억원을 적립하도록 했지만, 경기도와 협의해 100억원씩 5년간 500억원을 적립하는 것으로 일단 결론지었다. 도정법에 따른 정비기금만 이런 것이고 경기도 측에서 도촉법에 따른 뉴타운에 대해서도 별도의 추가 기금을 적립해 도시재생에 활용할 것이다.
 

▲경기도 의회에서 바라보는 정비기금의 활용 방안은=정비기금은 도시 노후화를 방지하기 위한 장기수선충당금과도 같은 것이다. 쾌적한 삶을 위한 보험인 셈이다. 책임성이 강화된 민선 지자체장은 너무 포퓰리즘에 빠지는 것보다는, 정비기금 확충과 같은 주민에게 부담이 되는 정책이라도 미래를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당당히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새로운 뉴타운·재개발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자금이 들어가지 않는 용적률만 완화할 것이 아니라, 기반시설 부담을 낮추는 등 실효성 있는 정비사업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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