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보금자리주택 ‘쓰나미’… 과천·고덕 재건축사업 ‘빨간불’
값싼 보금자리주택 ‘쓰나미’… 과천·고덕 재건축사업 ‘빨간불’
  • 박노창 기자
  • 승인 2011.08.11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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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1 11:21 입력
  
지자체·주민, 탄원·시위 등 지구지정 철회 ‘배수진’
분양가 하락에 사업성 저하… 현금청산 사태도 우려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 후보지 발표로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와 과천시 재건축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부동산 장기침체로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금자리 발표 이후 추가 하락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의 반발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재건축 예정단지 주변에 시세의 80~85%의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서게 되면 사업성 악화가 불보듯 뻔한 게 사실이다. 이에 주민들은 이번 보금자리주택 지구 지정을 생존권 싸움으로 보고 결사항전의 태도를 보이고 있어 갈등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고덕지구와 과천시 저층단지의 재건축사업이 보금자리주택 폭탄으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건축과 보금자리주택의 분양시기가 겹치는 것은 물론 주변시세의 80~85%로 싸게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일반분양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반분양이 실패하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주민들의 분담금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사업자체가 어려워지게 된다.
 
▲분양가 하락으로 사업성 악화 불가피=우선 국토해양부 발표 내용에 따르면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 대상지로 거론된 고덕, 강일3·4지구 168만2천㎡에는 1만2천300가구가 건립될 예정이다. 이 중 일반분양분은 3천300가구이고 나머지 9천가구는 보금자리주택으로 제공된다.
 
82만7천㎡ 규모인 고덕지구에는 총 4천300가구(보금자리 3천100, 일반분양 1천200), 33만㎡ 규모의 강일3지구에는 총 3천100가구(보금자리 2천400, 일반분양 700), 52만5천㎡ 규모의 강일4지구에는 총 4천900가구(보금자리 3천500, 일반분양 1천400)가 조성될 계획이다. 135만3천㎡ 규모의 과천지식정보타운에는 총 9천600가구(보금자리 6천500, 일반분양 3천10)가 공급된다.
 
고덕과 과천에서만 값싼 주택 1만5천500가구가 공급되는 것이다. 당연히 일반분양가 책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고덕지구의 경우 3.3㎡당 최소 2천500만원 이상으로 분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1㎞ 떨어진 곳에 3.3㎡당 1천500만원 이하의 아파트가 들어설 것으로 보여 미분양마저 우려되고 있다.
 
특히 고덕동 일대 재건축단지는 대부분 도급제가 아닌 지분제로 시공자를 선정했기 때문에 건설사들에게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하지만 건설사 입장에서 손해가 예상된다면 고의적인 사업 지연이나 사업철수로 이어지기 때문에 결국 조합들이 피해를 입게 될 수밖에 없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150~160%대 무상지분율을 제공키로 한 건설사들은 엄청난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며 “조합원 분담금 규모를 두고 시공사와 갈등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규모 현금청산도 우려되고 있다. 부동산 장기침체로 최근 들어 관리처분 이전에 보유지분을 현금으로 청산 받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일반분양분과 조합원분의 가격차이가 크지 않아 일찌감치 현금화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주거환경연구원의 엄정진 실용연구팀장은 “값싼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된다면 일반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없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게 되고, 결국엔 조합원 탈퇴를 늘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현금청산은 다른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평균 5% 안팎이던 현금청산 비율이 최근에는 10~20%로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자체 분석이다.
 
▲보금자리 철회, 과천시장 주민소환 서명 돌입=과천 재건축단지 주민들도 ‘누구를 위한 보금자리냐’며 문제점을 짚고 나섰다. 보금자리 논란은 결국 여인국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으로까지 확대됐다. 보금자리 반대 주민들은 지난달 22일부터 여인국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서명을 시작했다.
 
현재 과천의 경우 보금자리주택이 6천500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조합이나 건설사는 일반분양가를 낮출 수밖에 없고, 사업성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분양에 나서더라도 분양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재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공공관리제도 시행으로 수주물량이 사라진 상황이어서 과천 등 경기권 재건축시장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보금자리 발표로 인해 연내 사업추진이 불투명해졌다”며 “사업이 추진된다고 해도 현재 상황이라면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13일 ‘보금자리주택 과연 서민과 과천의 미래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단국대 조명래 교수는 “과천의 보금자리 공동주택 용적률이 당초 180%에서 220%로 40%p 늘어나면 기존 시가지의 기반시설 확대수요를 낳게 되고, 결국 재건축단지의 주민부담이 자연히 커지게 될 것”이라며 재건축 장기 표류 가능성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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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3·4 등 4개지구 5차 보금자리 후보지로 선정
 

■ 지정 연기될까
지난 5월 17일 국토해양부는 서울 강동구 고덕, 강일3·4,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4개 지구를 5차 보금자리주택지구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4개 지구의 전체 면적은 약 3㎢로 총 2만2천가구를 지을 예정이며, 이 중 보금자리주택으로 약 1만6천가구가 공급된다.
 
먼저 강동지역 3개 지구(168만㎡)에는 총 1만2천가구(보금자리 9천가구)가 공급된다. 대중교통이 양호하고 한강변에 인접해 있는 입지 여건을 활용해 친환경 주거단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외곽순환고속도로, 올림픽대로,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과 강일역(2015년 개통 예정) 등이 인접해 있다.
 
과천지식정보타운지구(135만3천㎡)에는 1만가구(보금자리 7천가구)가 공급된다. 이 곳 역시 지하철 4호선과 인접해 대중교통이 양호하다. 또 과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지식기반산업용지를 확보해 ‘일자리와 주택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자족형 단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과천지식정보타운지구는 지난 2009년 도시개발사업 지구로 지정됐지만 경기도·과천시와 협의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추진키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심 20㎞이내 대중교통이 양호해 도심 접근성이 우수한 지역 중에 보금자리주택지구가 지정되지 않은 서울 강동, 경기 과천 지역을 선정했다”며 “주택 수요나 지자체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5월 18일부터 14일간 주민공람을 실시하고,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6월말 이들 지역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할 계획이었지만 지자체와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잠정 연기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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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 지정된 시·군·구
 임대주택비율 절반으로 완화
 

■ 국토부 카드는
보금자리를 둘러싼 주민들의 집단 반발이 거세지자 국토부가 규제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보금자리주택지구가 지정된 시·군·구 소재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임대주택 의무건립 비율을 절반으로 완화해주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럴 경우 임대주택이 줄어든 만큼 일반분양이 증가하기 때문에 사업성 개선이 기대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지구의 경우 전체 공급 가구수의 절반 정도가 임대주택으로 건설되는 만큼 해당 시·군·구 재개발·재건축사업의 경우 임대주택 의무건립 비율을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며 “보금자리주택지구 소재 뉴타운이나 재개발·재건축 등 임대주택 의무건립 비율을 50% 범위 내에서 완화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임대비율 완화방안은 지난 3월  24일 차명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국토부는 차 의원의 개정안을 토대로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고민중에 있다.
 

현재 국토해양위원회 소위원회에 회부된 차 의원 개정안의 핵심은 보금자리주택지구 소재 시·군·구에서 시행하는 재정비촉진사업의 경우 증가되는 용적률에 비례한 임대비율(현행 75%이내)을 1/3 완화 적용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현행 〈도촉법〉 제31조제1항은 “사업시행자는 세입자의 주거안정과 개발이익의 조정을 위해 당해 재정비촉진사업으로 증가되는 용적률의 75%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 제34조제1항 각호에 하한비율 등이 정해져 있다.
 
일례로 재정비촉진지구 내 재개발사업의 경우 증가되는 용적률의 50~75% 범위 안에서 시·도 조례가 정하는 비율을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다만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외의 지역은 25~75%이하 범위 안에서 시·도조례로 따로 정할 수 있다(동법 시행령 제34조제1항제1호).
 
이에 대해 차 의원의 개정안 제31조제1항은 “사업시행자는 세입자의 주거안정과 개발이익의 조정을 위해 당해 재정비촉진사업으로 증가되는 용적률 중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비율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되,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이후 ‘보금자리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지정된 보금자리주택지구가 소재한 시·군·구에서 시행하는 재정비촉진사업의 경우 임대주택 건설비율을 1/3 범위 내에서 완화 적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동법 제31조제1항제1호로 규정된 재개발의 경우 현행 50~75%에서 30~75% 범위(다만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외의 지역은 20~75% 범위) 안에서 시·도 조례가 정하는 비율로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즉 현행 규정에서 증가되는 용적률을 적용받아 100가구를 추가로 짓는 A재개발 구역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A조합은 최소 50가구를 임대주택으로 내놔야 하지만 개정안대로라면 30가구만 임대로 내놓고 나머지 70가구는 일반분양이 가능해진다. 나아가 보금자리주택지구 소재 재개발의 경우 국토부 안대로 추가 50% 완화 적용을 받는다면 15가구만 임대로 내놓고 나머지 85가구는 일반분양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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