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참석률 높이려 연예인 초대, 공연·선물비용에 조합 허리 휜다
직접 참석률 높이려 연예인 초대, 공연·선물비용에 조합 허리 휜다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2.06.20 15: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반수 의무참석 부작용
시공자 선정 시 조합원의 과반수가 총회에 직접 참석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조합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직접 참석률을 높이기 위한 갖가지 촉진 방안들이 조합에 직·간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연예인 모셔오기다. 최근 정비사업 총회장에 연예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시공자 선정 총회 개회 직전의 막간을 이용해 연예인들을 ‘총회 축하 행사’에 출연시키는 사례가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다. 연예인의 관중 동원력을 활용해 과반수 직접 참석률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다. 


최근 안양 모 재개발조합의 시공자 선정 총회에서는 개그맨 엄 모씨가 총회 개회 전 개막 행사의 사회자로 나섰고, 트로트가수 김 모씨 등 몇 명의 가수가 출연해 자신의 히트곡을 부르고 돌아갔다.


참석률을 높이기 위한 조합원 수송 작전도 조합에겐 부담이다. 대형버스를 대절해 구역 내 거주하는 조합원들을 총회장에 실어나르는 것은 기본이고, 타지에 거주하는 조합원들을 위해서 총회 주최 측 관계자들이 직접 차를 몰고 ‘조합원 공수’에 나서기도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서울의 모 체육관에서 진행되는 시공자 선정 총회를 위해 아침부터 차를 몰고 가 경기도 안산시에 거주하는 조합원을 데려온 적이 있다”며 “오후 2시 총회에 맞추기 위해 서울 근처에 도착해 불고기로 점심 대접을 하고, 총회가 끝난 후에는 차비로 5만원씩을 드렸다”고 말했다. 과반수 성원 충족 여부가 불투명한 긴급 상황일 경우 조합원 공수 작전은 지방 여부를 불문하고 전국으로 확대되며 여기에 투입된 비용부담은 결국 조합에게 되돌아온다.


추첨 방식의 선물 제공도 대표적인 조합원 참석률을 높이는 방안이다. 상품 가격에 따라 등수를 매겨 추첨으로 조합원들에게 제공한다. 1등은 300만원 상당의 양문형 냉장고, 2등은 200만원 상당의 스마트TV의 순으로 선풍기, 전기밥솥, 전기프라이팬, 이불 등 각종 생활용품이 구비된다. 시공사가 선물을 지급하는 것이 불법행위로 간주되면서 최근 선물 비용은 조합이 부담하고 있다.


조합 측은 부담이 되지만 높은 참석률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총회 참석 유도장치들이 없으면 총회 성원이 불가능하고 시공자 선정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직접 참석 비율을 늘려 조합원에게 의사 결정권을 부여하려는 법적 취지와 현실 상황의 딜레마가 부딪치고 있는 셈이다. 자발적인 총회 참석률은 10% 이하에 머물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10년 경력의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과반수의 참석률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자발적 참여에 맡겨둔다면 시공자 선정 총회는 성원부족으로 100% 무산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는 이런 현실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며 “조합의 부담을 늘리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직접 참석 비율을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