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200만원 받고 동분서주 조합해산에 재산만 헌납될판”
“월급 200만원 받고 동분서주 조합해산에 재산만 헌납될판”
광희재건축 조합장의 하소연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2.07.13 12: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건축 성공보수로 수억원을 약속받은 것도 아니다. 그저 낡은 아파트에서 사는 주민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봉사했을 뿐이다. 주민들을 위한 봉사의 결과가 집을 뺏기는 것이라니 답답해서 미칠 노릇이다.”
김곤형 광희아파트재건축조합장은 최근 밤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토지등소유자 과반수가 조합 해산에 동의함에 따라 지난달 공식적으로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부천 광희아파트는 단지 전체가 지상 5층에 총 130가구 밖에 되지 않는 저층 소형아파트단지다. 이미 준공된 지 32년이 지난 아파트단지는 세월의 흐름이 그대로 묻어났다. 단지 외벽은 여기저기 균열이 일었고, 시멘트 바닥 곳곳이 패여 있다.


단지 내부사정은 더욱 좋지 못하다. 최고층인 5층에는 옥상방수작업을 했지만 여전히 비가 새는 집들이 많다. 집집마다 오래된 수도관이 터져 누수가 심각하다. 옥상에 설치된 물탱크는 총 14개 중 3개가 쓰러졌다. 나머지 물탱크들도 안전한 상태는 아니다. 이렇다 보니 수도요금이 인근 구역에 비해 몇 배나 많이 나온다. 수리비 견적만 7억원이다. 불편함을 견디지 못한 몇몇 주민은 집을 비워둔 채 떠났다.


이런 낡은 아파트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재건축사업이었다. 지난 2000년 조합설립인가 당시 거의 모든 주민들이 재건축에 찬성했다. 부동산시장이 호황기를 누릴 무렵이었다.


김 조합장은 동분서주했다. 4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층수와 용적률이 상향됐고, 단지 일부의 녹지지역도 해제됐다. 그리고 사업시행인가를 거쳐 지난 4월 분양신청에 들어갔다.


그동안 사업을 추진하면서 김 조합장이 받은 월급은 200만원. 상여금도 받지 않았다. 생활하기에도 부족한 급여를 받으면서도 재건축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은 급격하게 침체됐고, 조합원들도 더 이상 재건축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난 6월 7일 부천시는 주민 과반수가 재건축사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조합설립인가 취소’ 공문을 내렸다. 김 조합장과 재건축을 기다려왔던 조합원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문제는 그동안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용했던 비용이다. 시공자인 이수건설로부터 대여 받은 돈은 용역비용과 조합운영비 등을 합쳐 총 7억원 가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비롯한 정비사업 관련 법령이나 조례에는 조합설립이 취소된 경우 그동안 사업추진에 소요된 비용, 이른바 매몰비용에 대한 처리 규정이 없다. 조합은 부천시에 조합청산과 해산, 매몰비용 처리 방법에 대해 공문을 보냈지만 규정된 사항이 없다는 답변만 내려왔다.


이대로라면 시공자와 연대 서명한 조합 임·대의원이 매몰비용을 떠안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현재 이 아파트의 매매가는 약 1억원 가량. 시공자계약서에 연대 서명한 7명의 임·대의원은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솔선수범한 대가로 재산을 헌납해야 한다는 믿을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