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박미선>주택시장 공공부문 개입의 명암
<시론 박미선>주택시장 공공부문 개입의 명암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5.11.1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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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10 14:13 입력
  
 
박 미 선
주거환경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주택시장에 대한 공공부문의 개입이 강화되고 공공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택이라는 상품이 갖는 사회재적 특성 때문에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은 어느 정도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개입여부 자체보다는 개입 정도와 방법이 주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도시의 성장·발달과정에서 정부는 시장형성초기에는 주택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각종 틀과 제도를 정비하는 역할을 담당하였고, 점차 시장이 확대되어 나갈 수 있도록 민간분야를 지원하고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시장에 개입하였다. 민간부문이 어느 정도 확대된 상황에서는 주로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을 중심으로 주택을 직접 공급하거나 주택공급 시스템을 규제하고 있다.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화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고 있는데 최근 토지임대부 주택분양 제도가 그중 하나이다. 이는 토지와 주택의 소유권을 분리하여 토지의 소유권은 사업시행주체인 공공부문이 소유하고, 주택은 건설하여 일반인에게 분양하는 방식이다. 즉, 집은 있지만 집에 딸린 땅이 없는 새로운 개념의 집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주택에 대한 소유는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사실 주택이라는 건조물보다는 토지에 대한 소유의식이 그 근저에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어쨌든 주택가격에 토지가격이 포함되지 않는 이런 방식의 주택은 당연히 주택가격이 낮을 수밖에 없으므로 가격 안정화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몇가지 문제점도 예상된다. 특히 주택공급이 비탄력적인 현재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소지가 많다. 지금 우리나라의 주택공급 탄력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택공급의 탄력성이라는 것은 주택가격 변화에 따른 주택공급량 변화를 의미하는데, 이런 공급 탄력성이 낮다는 것은 주택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빠른 시일내에 적정한 양의 주택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로 택지개발 공급원의 공공독점 및 택지개발에 대한 각종 규제를 꼽고 있다. 즉, 공공부문이 주택공급을 위한 택지의 공급량, 공급시기, 공급방법 등을 거의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새로운 유형의 주택분양 방식은 주택공급의 탄력성을 낮추는 또다른 유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현재의 노후주택들은 경과연수가 높아지면서 주택재건축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인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주거지 정비를 하려는 움직임이 발생했었다. 재건축이 투기적 수요의 장이라는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는 현실과 달리, 주민들의 자발적 움직임으로 인해 주거지 쇠락을 방지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보통 재건축의 가능성과 수익성은 노후 건축물 자체의 규모보다는 주택에 부속된 대지면적에 의해 판가름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하면, 토지가 없는 주택의 경우에는 향후 재건축 도래 시점이 가까워 올수록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주택자체의 사용가치가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척도가 될 것이므로 경과연수가 높아질수록 노후화된 주택의 사용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고 주거지 쇠락의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주거지 정비를 위해서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보다는 전폭적인 공공부문의 지원이 필요하게 된다. 결국 공공의 역할 강화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 재정비까지 담당을 하는 식으로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있다.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각 나라마다 처한 사회, 경제, 정치적 여러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어느 한가지 기준이 옳다 그르다는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민간부문이 상당한 규모와 궤도에 올라서 있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이 민간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경쟁하려는 시도는 힘든 조정과정을 예고한다. 그 필요성과 정당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충분한 사전검토를 거친 후에 제도나 규제가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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