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에 빠진 ‘서울시 클린업시스템’
딜레마에 빠진 ‘서울시 클린업시스템’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1.12.07 0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확실한 추정 분담금 공개에 사업장마다 ‘대혼란’
 
2011-12-07 13:35 입력
  
추진위·조합 흠집 내는 부작용 사례 속출
공사비도 표준건축비 적용… 현실성 없어
 
 
서울시 클린업시스템 운영이 딜레마에 빠졌다. 각 현장별 추정 사업비 및 분담금 내역 공개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좀처럼 추정 분담금 공개 속도가 높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서울시대로 구청과 정비업체들을 압박하며 참여율 증가를 유도하고 있지만, 현장은 현장대로 추정 분담금 공개를 늦추려 애쓰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31일 서울시 전체 650개 현장이 클린업시스템의 정보공개에 100% 참여했고, 실제 구체적인 정보 공개율도 93.9% 수준에 이르렀다며 시스템 안착을 자축했지만 정비사업 현장의 속사정은 다르다. 서울시 클린업시스템 상의 사업비 및 분담금 추정 내역 공개가 오히려 정비사업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추정 분담금 공개를 최대한 뒤로 미루려는 추진위 및 조합이 늘고 있다. 정확하지 않은 추정 분담액 공개로 인해 내부 분쟁이 커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딜레마 1 ; 부정확한 추정액 공개하려다 되레 피해=딜레마의 첫 번째 원인은 확정되지 않은 추정 분담금이라는 근본적 이유 때문이다.
 
A정비업체 관계자는 “추정 분담금이 공개되는 시점부터 각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추정 분담금에 대한 정확성 논란이 불거지게 될 것”이라며 “정답이 있는 문제라면 설명을 통해 이해라도 시키겠지만 원래부터 정확하지 않은 추정액에 대한 논란이기 때문에 해답은 찾지 못한 채 추진위 및 토지등소유자 간에 소모적 논쟁만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일반 토지등소유자들이 초기 분담금 추정액을 확정 분담금액으로 받아들이고 사업 진행에 따른 분담금 증가를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다. 특히 예전에 형성된 공공관리제도와 클린업시스템, 그리고 오세훈 전 시장의 ‘1억원 절감’ 이미지가 강하게 서로 엮여 있다는 점 때문에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추정 분담금은 ‘1억원 절감’과 연동돼 인식될 수 있다는 부분이 사업에 대한 선입견으로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게다가 서울시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와 서울시가 인정하는 분담금이라는 서울시 공식 인증 이미지도 이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의 서울시의 적극적인 홍보도 이같은 선입견 형성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딜레마 2 ; 추정 공사비 기준으로 실제 공사비 비교 평가=두 번째 딜레마는 서울시 추정 분담금이 금액 비교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점이다. 추정 분담금이 공개되면 그 세부사업비 및 공사비 항목에 대한 금액도 공개된다. 이 과정에서 일반 토지등소유자는 서울시 추정 분담금 프로그램에 의해 나온 금액을 일종의 ‘공인된 금액’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즉 그 금액이 다른 업계에서 제시한 사업비의 과다를 평가하는 기준 금액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클린업시스템 상의 추정 분담금에서 산출된 상대적 공사비로 실제 적용 공사비의 싸고 비싼 정도를 가늠하게 된다는 얘기다.
 
B정비업체 관계자는 “추정 분담금이 공개되면 일부 사업에 반대하는 토지등소유자들이 추진위 등을 공격할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된다”면서 “서울시 추정 분담금에서는 공사비가 이렇게 싼데 왜 추진위에서 내놓은 공사비는 이렇게 비싸냐고 항변하는 분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사비의 경우 클린업시스템의 추정 분담금에서는 표준건축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추정 사업비 및 분담금 내역에서 사용되는 공사비는 표준건축비에 가산비용을 감안해 사용한다”며 “이를 감안해 추진위 및 조합에서는 조정을 통해 실제 가능한 공사비 규모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가 밝힌 표준건축비는 3.3㎡당 약 320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건설사에서 내놓는 3.3㎡당 390만~400만원의 수준과 차이가 벌어진다.
 
그렇다고 추진위·조합은 실제 사업비 및 공사비를 의도적으로 낮출수도, 높일수도 없는 노릇이다. 낮출 경우 초기 단계에서는 적은 분담금이 산출돼 좋을 수 있지만, 향후 조합설립 단계 또는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 높아지는 사업비 증가액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향후 사업비 증액 부분을 고려해 지금 높일 경우 사업성 하락에 따른 비난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
 

▲딜레마 3 ; 추진위·조합의 정보 공개에 의지해야 하는 구조=세 번째 딜레마는 클린업시스템이 결국 추진위 및 조합의 정보 공개 협조에 의지해야 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추진위?조합의 협조 없이는 원만한 클린업시스템 운영이 어렵게 됐다.
 
클린업시스템의 태생 이유가 기존 추진위·조합의 소극적인 사업정보 공개를 비판하며 정보 비공개 문제를 개선시키기 위해서였지만, 또다시 추진위 및 조합의 정보 공개 의지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로 되돌아 온 역설적 상황이다. 투명한 정보 공개가 곧 사업기간 단축이며, 이는 곧 비용절감으로 이어진다는 클린업시스템의 기본 매커니즘 속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의 핵심 키를 추진위?조합이 쥐고 있는 셈이다.
 
또 추정 분담금 수치의 최종 결정권자도 추진위·조합이다. 클린업시스템에서는 산출 프로그램에 의해 산출된 기본값에 가중치를 부여해 해당 사업장에 적합한 추정 금액 산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일정 범위 내에서 조정이 가능하다.
 
서울시 및 구청에서 진행하는 클린업시스템 모니터링의 상당 부분이 각 현장 홈페이지의 수치 공개 여부에 대한 확인에 머물 뿐 그 구체적인 시스템 관리와 정확도 여부 및 문제해결은 추진위 및 조합에 일임해 놓은  상태다.
 
한 구청 담당자는 “클린업시스템 상의 수치의 정확성은 구청에서 담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수치의 정확성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면 해당 추진위 및 조합 쪽에 문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클린업시스템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보 공개의 주요 내용은 추진위 및 조합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경기도 “추정 분담금 한계 주민에게 알릴것”
 
■ 내년 초 서비스 제공 한다는데…

지난 10월 20일부터 공공관리제도 시행을 시작한 경기도 또한 내년 초 추정 분담금 프로그램을 개발해 도민들에게 추정 분담금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달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할 용역업체를 선정, 내년 초 완성을 목표로 추정 분담금 프로그램 제작을 진행 중이다. 그렇다고 서울시와 같은 클린업시스템 형태의 체계적 모습을 갖춘 홈페이지 운영 도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만, 추정 분담금 프로그램만은 인터넷 접속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공개를 준비 중이다.
 
경기도에게는 서울시 규모의 커다란 체계 구축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모든 정비사업 대상 추진위를 강제 가입시키는 강제성이 없고 신청에 의해 선택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 토지등소유자들이 사업규모 및 분담금 규모 등을 미리 알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해 공공관리제도 시행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정 분담금 결과를 통보하면서도 토지등소유자에게 ‘추정치’임을 분명히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완벽한 결과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정비사업의 추정 분담금은 어찌 보면 정답이 만들어지기 전에 정답을 요구받는 사업을 진행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추정 분담금의 의미에 대해 토지등소유자들이 제대로 알아야 하며 추정 분담금은 말 그대로 추정일 뿐”이라며 “정확한 수치가 나오기 전이고, 종전·종후 등 평가액이 나오기 전의 수치이기 때문에 불확실한 수치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 10월 20일 공공관리제가 포함된 조례의 개정 내용을 공포했다.

------------------------------

 
 
“추정분담금 못 믿겠다 산출 계산식 공개하라”
 
■ 업계 반응

클린업시스템의 추정 사업비 및 분담금 산출액의 정확성이 의심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수치만을 믿을 수는 없다며 분담금 산출 계산식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도 추정 분담금 산출 프로그램은 표준액을 산출하는 프로그램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산출 프로그램을 △추정금액 △비율적용금액 △직접 입력금액이라는 세 가지 항목을 통해 해당 사업장의 상황을 감안해 가중치를 적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의 안내 자료에 따르면 ‘추정금액’은 인근 부동산 시세와 평균 사업비 평균가격을 감안해 산출한 금액으로 가장 표준적인 금액이다. 이 금액에 낙찰률 등을 감안해 조정한 수치가 ‘비율적용 금액’ 항목이며, 사업 진행 여부에 따라 실제 계약된 사업금액 등을 감안해 실제 입력할 수 있는 금액이 ‘직접 입력금액’ 항목이다. 따라서 직접 입력금액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장 현실적인 금액과 근사치로 접근해 가는 구조다.
 
문제는 일반 토지등소유자들도 이 세 가지 항목 간 수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금액 차이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게 한 정비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업체 관계자도 설명할 수 없다는게 문제다. 서울시 산출 프로그램의 산식 구조를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조합을 설립해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한 곳이 난처한 상황이다. 조합설립동의서 징구 과정에서 수입액과 공사비, 각종 사업비 등의 항목이 공개됐는데, 서울시 추정 분담금 산출 내역과 다를 경우 이에 대한 해명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경험한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경우 일반 조합원들은 조합 측이 산출한 수치보다 서울시 프로그램의 수치를 믿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서울시 프로그램이 현재까지도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재건축 소형주택과 재개발 임대주택 토지 처분 방식이 적용되지 않아 정확한 수입액 산출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재건축 소형주택의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의 대가로 토지는 기부채납하는 반면, 재개발 임대주택은 매각이 가능한데, 이러한 양 사업 간 차이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최근 공문에서 ‘사업비 및 분담금 추정 프로그램’의 사업비 항목은 국토부장관이 매년 고시하는 가산비용을 포함한 표준건축비와 법령·고시 등에 의한 설계·감리비, 그리고 서울시내 기 관리처분인가된 40개 구역의 평균 단가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