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집·편견에…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지원 물건너 가나
서울시 고집·편견에…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지원 물건너 가나
조례개정안 일괄보류… 찬반 팽팽
  • 최진 기자
  • 승인 2022.10.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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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든 서울시
수익자 부담원칙 고수
자치구 예산부족 거론
규제완화책 막연한 기대

밀어붙이는 시의원
정밀안전진단 비용모금
사실상 재건축 규제요소
공익적인 차원에서 접근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을 서울시나 자치구에서 지원토록 하는 제도 개선안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빠졌다.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가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지원을 위한 조례 개정안들을 일괄 보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재건축사업에 대한 ‘수익자 부담원칙’과 자치구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현행 조례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수억원대의 안전진단 비용을 세대별로 나누면 주민들의 비용부담이 크지 않다며, 연내 세부적인 안전진단 규제완화책이 발표되면 비용부담과는 무관하게 재건축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개정안을 발의한 시의원들은 상위법에 부합하지 않는 조례를 정상화하는 것이 주택공급 활성화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며 서울시도 지원에 나서야 서울 도심 주택공급의 핵심인 재건축을 정상화할 수 있고 시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요구와 주택 수요에 화답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서울시의회, ‘수익자 부담원칙’에 예산부족 문제…‘득보다 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임시회의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을 서울시나 구청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4건에 대해 일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2조 제2항 등에 따르면 정비계획 입안권자는 토지등소유자의 요청으로 안전진단을 시행하는 경우 안전진단 비용 부담을 요청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도록 임의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강제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도와 인천시의 경우 자체 기준을 마련해 지자체와 구청이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제9조를 통해 안전진단 비용 전액을 요청자가 부담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해당 조례의 취지는 ‘수익자 부담원칙’으로 재건축을 통해 가장 큰 이익을 취하는 소유자들이 사업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보류된 4개의 조례안은 각각 △허훈 의원(국민의힘·양천2) △서상열 의원(국민의힘·구로1) △서준오 의원(더불어민주당·노원4) △최재란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안전진단 비용부담을 강제하는 조례를 상위법에 맞게 임의규정으로 바꿔,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제안됐다.

해당 개정안들에 대해 145명의 여·야 시의원들이 찬성과 공동발의자로 중복해 이름을 올리면서 안전진단 비용부담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재건축사업은 ‘구조안전성’이 문제, 주민 비용부담 크지 않다

서울시는 우선 자치구의 예산문제를 이유로 조례 개정을 반대했다. 서울시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 등에 따르면 정밀안전진단 비용은 단지의 규모에 비례하며 통상적으로 500가구가 1억5천만원 정도, 1천가구는 약 3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서울시가 최근 5년간 실시한 연평균 단지별 안전진단 평균비용은 약 1억4천만원이다.

시는 자치구가 정밀안전진단 비용을 부담할 경우 10년에 1천487억원, 연간 149억원을 부담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시는 해당 비용을 구청이 부담할 경우 운영예산 부족으로 시정 차원의 지원예산이 편성돼야 하며, 이 경우 예산심의 절차로 인해 오히려 안전진단 기간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단지별 안전진단 비용을 총세대수로 나누면 세대당 약 12만원 수준이라, 실질적인 주민부담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정균 서울시 주택공간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이 그동안 어려웠던 것은 안전진단 비용모금이 아니라, 지난 2018년 적정성검토의 구조안전성 기준이 강화됨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연내 국토교통부가 적정성검토 구조안전성 비중을 30~40% 수준으로 낮춘다고 밝혔기 때문에 기존 ABC등급 단지들도 조건부 재건축인 D등급을 받을 수 있어 재건축 활성화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기 신도시보다 심각한 서울 아파트 노후도… 현실적 개선책 급해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정밀안전진단 비용모금이 사실상 재건축의 규제요소로 꼽히는 만큼, 서울 도심의 발전과 주택공급 활성화, 그리고 시민들의 주거환경 개선 요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현실적으로 많은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안전진단 비용모금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음을 짚었다. 실제로 서울의 대형 재건축사업장이라고 할지라도 비용모금을 1년 이상 징수하고 있고, 모금 과정에서 주민갈등이 발생해 재건축 동력을 떨어트리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형평성 문제는 향후 공공기여를 통해 충분히 비용을 환수할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지난 1980~1990년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으로 건립된 대규모 아파트들이 심각한 주차난과 노후배관, 그리고 주거안전성에 위협을 받는 만큼, 재건축을 사익개발로만 바라보고 규제할 것이 아니라 사업 자체를 공익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란 의원은 “서울 아파트들이 심각하게 노후화 돼, 주거환경 개선을 미룰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고 정비사업의 기간을 고려한다면 더 이상 재건축을 사익개발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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