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단열에 ‘에너지 소비율 0%’… 스마트 주택 가능할까
완벽한 단열에 ‘에너지 소비율 0%’… 스마트 주택 가능할까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1.02.22 0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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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2 17:11 입력
  
대우건설 제로에너지 주택 ‘제너하임’ 공개
삼성건설은 ‘그린 투모로우’ 프로젝트 추진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일상적 추위를 넘어선 한파가 이어졌다. 기상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며 지속적인 한파 가능성을 예고했다. 추위는 서민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 들며 크고 작은 문제와 직결됐다. 지난 12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난방비가 많이 나왔다는 항의에 통장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추위 때문에 통장이 난방 온도를 높였고, 그 후 난방비가 많아진 것을 확인한 주민들이 항의하자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난방비 해결 대안은 유가와 직결되지만 화석연료로써 재고가 한정된 유가는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재정경제부가 정유업계를 압박하며 유가 하락을 유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전기요금도 오를 예정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전력 소비 억제를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현재의 전기요금은 원가의 93.7%로 요금 현실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안이 실제 도입되면 현재보다 10% 정도 전기요금이 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겨울은 전기 사용량이 최고점에 이르러 한전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전기 사용량은 여름에만 최고점에 이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겨울에도 최고점에 이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한전 측은 추위로 인해 전기난로 등 난방 목적의 전열기 사용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비싼 기름 난방을 대체해 전기 사용량이 증가한 것이다.
 
주택 유지관리비 상승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노후 주택의 열 손실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노후된 배관을 통한 난방은 비용 대비 효율이 높지 않다.
 
건설업계는 신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한 저에너지 주택을 새로운 발전 방향으로 설정하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겨울철에 아무리 추워도 실내는 영상 20도 안팎의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난방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주택 상용화가 추진 중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저에너지 주택 의무화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건설업계의 새로운 활로 ‘저에너지 주택’=대우건설은 지난달 에너지 ‘소비율 0%’를 지향한 친환경 제로에너지 주택 ‘제너하임’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
 
가족단위의 일반인에게 1박 2일 동안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실제로 1박 2일 동안 거주하면서 미래 기술을 경험해보라는 제안이다.
 
대우건설이 보유한 총 70가지의 ‘그린 프리미엄’ 요소기술을 적용해 만들었다. 57평형 규모로 국내 최초로 실제 거주가 가능한 친환경 주택이라는 게 대우건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대우건설은 실제 가족이 생활하면서 생활하는 에너지 사용량을 측정해 향후 저에너지 주택 개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대우건설이 화성 동탄신도시의 ‘동탄푸르지오 하임’에 한 세대를 시범적으로 건설하면서 시작됐다. 주택 입구에는 전기 자전거가 있으며 주차해 놓으면 태양광에 의해 자동 충전되는 시스템도 설치돼 있다. 전기자동차도 구비돼 있으며 외부 전력 충전에 의해 실제 운행이 가능하다.
 

제너하임에는 신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로에너지 주택 기술도 적용됐다. 제로에너지 주택의 기본은 단열이다. 꼼꼼한 단열 시공으로 에너지 소모를 30% 줄였다는 게 대우건설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모자라는 에너지는 태양광과 지열 발전 시스템을 통해 보충한다. 지열 냉난방 시스템도 활용한다. 땅속 130m 까지 파이프를 묻어 연중 15℃의 균일한 온도를 여름과 겨울에 각각 활용한다. 지붕에는 태양열 발전기가 설치돼 별도의 에너지 없이 온수를 사용할 수 있으며 전기 기구도 사용이 가능하다.
 
대우건설은 정부 정책에 맞춰 2020년까지 에너지 소모가 전혀 없는 아파트 단지를 만들 예정이다. ‘제너하임’은 외부에너지 소비량이 없음을 의미하는 ‘제로에너지’와 집을 뜻하는 독일어 ‘하임’을 합성해 만들었다.
 

제로에너지 주택 연구에 있어서는 대림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3L하우스’를 통해 일반에게 이미 친환경주택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놓았다.
 
신재생에너지와 바닥 복사냉난방 시스템을 이용해 기존 온돌 배관으로 냉방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개발 중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도 대구에 ‘에너지 제로’ 시범주택을 건설했다. 지상 2층의 단독주택으로 기존 건축자재를 대신해 고성능단열패널로 바닥과 지붕, 벽체를 만들었다. 지열냉난방시스템도 설치했다.
 
삼성건설은 ‘그린 투모로우’라는 프로젝트 명칭으로 미래주택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용인 중동에 연구용 모델하우스를 짓고 기술 상용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창호 기능 향상 및 건물 이중 외피 등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기존 주택의 절반 가량으로 줄였다.
 
KT에서는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주택에서 사용하는 전기에너지 절감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똑똑한 전기'라는 의미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전기 스스로가 전력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현재 전력공급 시스템은 실제 사용량의 10% 이상을 발전한다. 부족할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발전소, 석탄·석유 소모 등도 실제 소비량보다 많다. 스마트그리드는 전기사용 상황을 교통정리해 낭비요소를 최대한 줄여준다. 이 기술은 향후 주택기술과 접합해 에너지 절감 효율을 더욱 높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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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벽에 빼앗기는 열보존 방식 연구
 

■ 단열 신기술은
제로에너지 주택의 효과는 일단 단열 분야에서 경험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기술 수준의 발전 방향은 새로운 에너지 발전보다는 생산된 에너지를 최대한 외부에 빼앗기지 않는 기술 위주로 진행될 예정이다.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 방법을 찾는 것보다는 ‘이미 생산된 에너지를 어떻게 보존하느냐’는 부문이 더 상용화가 쉽기 때문이다.
 
단열의 주요 대상은 창호다. 열 에너지의 상당량이 창호를 통해 외부에 빼앗긴다. 3중창의 단열 효율을 증가시켜 창호에서 빼앗기는 열을 보존하는 방식이 연구 중이다.
 
또한 벽체에서 빼앗기는 열을 최소화 시키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기존 콘크리트 벽체를 대신할 새로운 단열 벽체의 효율성 증가 부분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겨울철 생산되는 열에너지 생산의 사용처 중 50%가 난방, 20%가 급탕에 사용되고 있다. 건물에서 빼앗기는 열의 보존 효율만 높이더라도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동주택에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급 시대는 좀 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현재 기술로써 외부의 에너지가 전혀 필요없는 명실상부한 제로에너지 주택은 단독주택에 대해서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단위 토지 면적 당 주택 밀도가 낮을수록 저에너지 주택의 현실화가 보다 가까워진다.
 
공동주택은 단위 토지 면적 당 밀도가 매우 높아 현재 상황에서 곧바로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은 모두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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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주택 새로운 아이템으로 부상
 

■ 주택시장 뉴 트렌드
미래주택 신기술이 향후 주택시장을 이끌어 갈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까지 주택 수요의 바탕에는 주택가치 상승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조만간 신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주택들이 주택시장을 이끄는 새로운 유인요소로 새롭게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고유가로 인해 건물 유지관리 비용 상승이 건축분야의 새로운 화두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탄소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분야로 건축물 분야를 꼽고 있다. 산업 및 수송 분야는 생산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그 효과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관심은 유지비 절감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에너지 효율이 낮은 기존의 노후 주택을 그대로 유지하게 될 경우의 에너지 비용과 최첨단 저에너지 건축물의 에너지 비용 사이의 관계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건축물의 기술 발달로 저에너지 주택 건립에 따른 자본 회수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으며 그 속도는 더욱 좁혀질 것이란 전망이다. 단열 및 신재생에너지 기술 등의 가격은 낮아지면서 성능은 높아지는 반면, 석유 등 화석에너지의 가격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만간 화석에너지는 가격뿐만 아니라 세금으로도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며 “전기자동차 연구 등 최근 화석연료 탈피 움직임을 보더라도 조만간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사용 속도는 매우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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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에너지비용 증가세
저에너지 주택으로 풀어야”
 

김태연  
저에너지 공동주택 연구단 총괄 간사
 

저에너지 친환경 공동주택 연구를 위해 국책연구가 진행 중이다. 2006년 연세대를 포함 40여개 산학 연구기관들이 참여해 ‘저에너지 친환경 공동주택 연구단’이 발족해 올해 5년째 연구가 진행 중이다.
 

김태연 교수는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이면서 저에너지 친환경 공동주택 연구단 총괄 간사를 맡고 있다. 김 교수는 연구단 내 40여개 산학 연구기관들이 참여해 도출된 전체 연구 방향 및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국책연구단으로 지정된 ‘저에너지 친환경 공동주택 연구단’에 대해 소개한다면=저에너지 친환경 공동주택을 구성하기 위한 핵심기술과 국내 환경에 적합한 저에너지 친환경 공동주택의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인천 송도에 ‘그린홈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실험용 공동주택을 건설해 실제 운영하며 관련 데이터를 수집·분석 중이다. 이렇게 수집·분석된 연구 결과는 향후 시공매뉴얼, 설계가이드, 평가 기준 등으로 만들어져 대중에 보급될 예정이다.
 
▲저에너지 친환경 공동주택이 필요한 이유는=현재 주택 재고의 50% 이상이 공동주택이며, 신축주택의 90% 역시 공동주택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동주택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며 에너지 절감 필요성 역시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공동주택에 대한 저에너지 친환경 공동주택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은 시급하다. 정부차원에서 저에너지 주택이 기후변화 협약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해 각종 정책을 추진 중이다. 거주자 입장에서도 쾌적한 주거환경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주택이다.
 
▲‘패시브하우스’, ‘액티브하우스’, ‘제로에너지 주택’ 등 생소한 용어들이 갑자기 등장해 일반인들은 혼동하고 있다. 정확한 개념을 설명한다면=‘패시브’ 또는 ‘액티브’ 개념은 저에너지 주택 환경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개념이다. 태양광·풍력·지열 등을 활용하기 위한 별도의 에너지 생산 시스템을 가동해 외부로 빼앗기는 에너지만큼 에너지를 생산해 보충하겠다는 개념이 ‘액티브’다. 이와 달리, 단열·향(向) 등을 이용해 외부로 빼앗기는 에너지를 최소화 시키겠다는 것이 ‘패시브’다. 적극적(Active)이냐 수동적(Passive)이냐의 용어가 붙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가 초기 상황인 만큼 아직 개념이 명확하게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특히 ‘액티브하우스’는 전문가들에게도 생소하다. 방법에 대한 논의와는 달리 ‘제로에너지주택’은 에너지 총량에 대한 개념이다. ‘패시브’ 방법을 사용하든 ‘액티브’ 방법을 사용하든, 전체 에너지 생산 및 소비가 독자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개념의 용어다. 결국 제로에너지 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액티브’ 및 ‘패시브’ 기술이 모두 활용돼야 한다.
 

▲저에너지 주택이 아직까지 투입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현재 기술에서 공동주택에 대한 분석 결과는=실험용 주택으로 인천 송도에 개관한 ‘그린홈플러스’는 에너지 절감 모델을 네 가지 타입으로 건립해 에너지 효율을 실험 중이다. 기존 공동주택 건축 기술이 포함된 내용을 기준으로 40%를 절감할 수 있는 모델을 포함해, 60%, 80%, 100% 에너지 절감 모델하우스가 마련돼 있다. 많은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모델은 단열재 두께가 두꺼워지는 등 그만큼 공사비용이 많아진다. 이 모델하우스를 운영해 얻은 데이터를 개략적으로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주택에 40년간 거주한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 주택에 대한 유지관리비 절감 비율은 △40% 절감 주택은 17.6%(약 4천만원) △100% 절감 주택은 27.4%(약 6천300만원)이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효율적인 것은 △80% 절감 주택으로 28.5%(약 6천500만원)의 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선결돼야 할 내용은=대중화다. 저에너지 주택의 가치를 인정하고 실제 거주 주택에 활용하려는 분위기가 성숙돼야 한다. 수요가 있어야 기술도 더욱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를 통해 검증된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선진 기술을 국산화 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켜 비용을 더욱 낮춰야 한다. 또 건물 에너지 성능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시공할 수 있는 설계자, 엔지니어 등 기술인력의 확보도 필요하다. 지속적인 정부의 정책 지원과 함께 저에너지 주택에 대한 저에너지 주택의 신축·개보수 금융 프로그램 및 투자 펀드 등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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