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업체 선정 “실력 보다 겉치레에 치중”… 주관적 판단이 당락 결정
정비업체 선정 “실력 보다 겉치레에 치중”… 주관적 판단이 당락 결정
  • 박노창 기자
  • 승인 2011.02.10 0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1-02-10 11:07 입력
  
그래픽·프레젠테이션 등 비주얼 평가에 역점
대부분 ‘자격심사Ⅱ’ 적용… 대안 마련 시급
 

공공관리 정비업체 선정기준에 따라 각 자치구가 선정한 정비업체 결과를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3개구 6곳에서 정비업체를 선정했는데, 수주가 소수 업체에만 몰렸기 때문이다. 자치구들은 공공관리 선정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심사가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일부 정비업체들은 선정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정비업체를 선정한 6곳 중 1곳을 제외한 5곳은 주관적 평가항목이 당락을 결정짓는 자격심사Ⅱ를 채택했는데, 이른바 대형 업체들이 단 한 곳도 선정되지 못하면서 불신은 커지고 있다.
 

일부 소수 업체가 공공관리 정비사업관리용역 수주를 싹쓸이 하면서 업계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단순히 오비이락일 수도 있지만 선정된 업체가 상대적으로 실적이나 인력 등에서 그동안 뚜렷한 장점을 보이지 못한 곳들이어서 점차 오해가 진실로 바뀌는 이상한 분위기다. 나아가 모 업체의 경우 은퇴한 고위직 공무원 영입설 등이 겹치면서 더 큰 의혹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동작구, 노량진7 자격심사Ⅰ로 진행… 남제씨앤디 선정=동작구가 노량진7구역 정비업체 선정시 ‘자격심사Ⅰ’로 진행해 주목을 받았다. 다른 자치구와 달리 유일하게 객관적 평가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25일 노량진7재정비촉진구역 공공관리 정비사업관리용역 공고문에 따르면 동작구는 업체현황 평가(50%)와 입찰가격 평가(50%) 및 가·감점 평가를 종합해 협상적격자 및 협상순위를 결정하고, 협상절차를 통해 낙찰자를 결정했다.
 

동작구는 또 △국세 및 지방세 체납사실이 없는 업체 △주된 영업소가 서울에 소재한 업체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실적이 모두 있는 정비업체로서 해당구역의 조합원 총수가 380명 이상인 정비업체 등으로 입찰참가 자격도 제한했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남제씨앤디가 선정됐다.
 

한 정비업체 대표는 “동작구의 경우 다른 자치구와 달리 객관적 평가기준을 적용해 업체선정에 따른 논란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다른 자치구는 주관적 평가기준을 적용해 시쳇말로 스펙에서 뒤처지는 업체가 선정되면서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에 진입한지 얼마 안 되는 모 업체의 경우 고위직 공무원을 잇따라 영입하면서 의심을 받고 있다”며 “공공관리 정비사업관리용역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은퇴한 고위 공무원부터 영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격심사Ⅱ,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우치는 한계=자격심사Ⅱ가 과업에 대한 문제해결 능력 등 내용보다는 그래픽이나 프레젠테이션 등 비주얼이 당락을 결정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공공관리 정비업체 선정기준 중 자격심사Ⅱ에 따르면 기술제안서 평가는 △과업내용 이해도(20점) △과업수행 조직구성(20점) △과업수행 세부계획(40점) △과업수행 지원체계(20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항목들은 다시 세부항목으로 나뉜다. 일례로 과업수행 세부계획은 △사업추진 준비계획의 적정성 △예비추진위원회 구성의 적정성 △주민홍보 방안 △추진위원회 승인신청 등이다. 이때 토지등소유자 명부작성 방안, 홈페이지 운영방안, 주민홍보방안, 예비임원 선출 및 추진위 구성을 위한 방안, 주민참여 방안, 동의서 징구 방안, 반대자 동의서 징구 방안, 동의율 저조시 대책방안 등으로 평가가 진행된다.
 

평가내용이 ‘최선을 다해 잘 하겠다’는 다짐식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업제안서는 대동소이한 게 사실이다. 실제로 자격심사Ⅱ가 몇 번 진행되면서 사업제안서는 마치 복사본을 보는 것처럼 같아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결국 천편일률적인 사업제안서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당락 여부는 발표능력 등 과업수행과는 거리가 먼 요소들이 중요해졌다. 자격심사Ⅱ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모 구역의 공공관리 용역입찰에 참여한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나중에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의 사업제안서를 비교해보니 별반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구역마다 현실이 다르기 때문에 형식보다는 내용에 대한 비중을 더 늘려야 차별화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공공관리 자금난 여전… 운영자금 대출조건 완화 ‘말로만’
 

■ 자금지원 문제는 뭔가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운영자금 대출조건을 완화했지만 공공관리 적용을 받는 구역들의 자금난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대출이 이뤄진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하고, 대출을 신청한 나머지 23곳은 감감무소식이다. 대출이 지연되면서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공관리 이후 총 28건의 대출신청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4건은 중복신청으로 사업장은 △대림1 재건축 △성수동1가 장미 재건축 △미아9-2 재건축 △수유4-1 재건축 △미아3 재개발 △성수4 재개발 △대조1 재개발 △미아11 재개발 △묵4 재건축 △미아16 재개발 △노량진6 재개발 △노량진8 재개발 △불광5 재개발 △불광8 재개발 △영등포 상아현대 △한남2 재개발 △한남3 재개발 △노령진5 재개발 △상계1 재건축 △응봉1 재건축 △장위15 재개발 △정릉3 재건축 △신림미성 △갈현1 재개발 등 24곳이다. 여기서 대림1구역이 지난해 9월 3억2천만원을 대출받았을 뿐이다.
 
대출조건의 문턱이 높아 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5인의 연대보증을 1인 보증으로 완화했다. 그런데도 상황은 바뀐 게 없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융자조건을 완화하면서 추가 대출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연말까지 융자신청기간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출심사를 하고 있는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서울시 예산으로 융자를 해주고 있지만 융자금 회수가 안 되면 대한주택보증이 책임을 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심사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공관리 시범지구의 한 추진위 관계자는 “서울시가 운영자금을 지원해 준다고 큰 소리 쳐놓고 3개월이 넘도록 운영자금을 지원해 주지 않고 있다”며 “조합원 분담금 1억원 절감은 커녕 사업지연에 따른 사업비 증가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

 
 
평가위 외부압력 줄이고
서울시 규칙부터 고쳐야
 

■ 제대로 선정하려면

자격심사Ⅱ로 정비업체 선정시 평가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입김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평가위원 선정에서부터 평가위원으로 직접 심사까지 참여하는 현행 방식의 경우 잡음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자격심사Ⅱ에서 키맨은 평가위원회다. 평가위는 〈서울시 제안서평가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및 그에 따른 각 자치구별 규칙에 따라 구성·운영된다. 서울시 규칙은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기준〉을 따라야 하는데, 이 예규는 지난해 10월 26일 개정돼 다음날부터 시행됐다. 현재 서울시 규칙은 새로 바뀐 예규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이다.
 
중랑구 상봉1구역, 상봉6구역, 금천구 시흥1구역, 시흥2구역은 행안부 기준이 개정되기 이전에 입찰을 진행했기 때문에 현행 서울시 및 자치구별 규칙이 적용됐다. 하지만 성북구 장위13구역과 은평구 수색11구역은 이후에 입찰이 진행됐기 때문에 개정된 예규를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의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기준〉 제6장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 제4절 제안서평가위원회의 구성·운영에 따르면 종전 예규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위원장을 누가 맡느냐’이다.
 
종전에는 경리관이 하되 부득이한 경우 사업부서의 장도 가능했다. 즉 재무국장이나 해당부서 국장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래서 위원장은 제안서 평가 참여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위원장을 위원 중에서 호선으로 선출한다. 위원 중에서 투표로 선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안서 평가도 가능해졌다. ‘공무원이 당연직 위원장은 아니다’는 것으로 공무원의 영향력을 줄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평가위원으로 여전히 다른 지자체의 공무원 참여가 가능하다. 평가위원은 국가와 다른 지자체의 전문성 있는 공무원, 해당분야 전문기관·단체 임직원 및 전문가·대학교수 등이 될 수 있고, 위원장을 포함해 평가위원은 7인이상 10인 이내로 구성하되 협상계약 내용에 따라 수시로 구성을 달리한다.
 
계약담당자는 3배수 이상의 평가위원 예비명부를 작성해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입찰참가자가 제안서 제출시 계약담당자가 미리 정한 심사위원 수만큼 번호를 추첨하게 해 다빈도 순으로 선정된 위원을 평가위원으로 정한다. 계약담당자는 평가위원을 구성한 경우 보안을 철저히 유지해야 하며 위원의 보안각서를 징구해야 한다.
 
한편 정비업체 선정방법도 구역별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가 묵시적으로 자격심사Ⅱ를 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격심사Ⅱ로 정비업체를 선정한 한 구청의 담당자는 “공공관리 정비업체 선정시 서울시가 ‘자격심사Ⅱ’를 원칙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자치구 입장에서는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각 사업장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자치구가 선정기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