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인감증명서 요구… 정비사업 발목
과도한 인감증명서 요구… 정비사업 발목
  • 최영록 기자
  • 승인 2008.04.10 0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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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0 11:43 입력
 
조합 “단계마다 동의서에 인감 첨부하라니…” 곤혹
전문가 “최소한으로 축소하도록 관련법 개정해야”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인감증명서는 몇 번이나 제출해야 할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최소 6차례나 된다. 여기에다 일부 조합 및 추진위들은 임의대로 정관 및 운영규정에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는 내용을 삽입하고 있다. 나아가 일부 지자체에서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도 인감증명서를 첨부토록 하고 있다. 인감증명서 요구가 시도 때도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가운데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들은 인감증명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인감증명서를 내주고 나면 내 전 재산을 조합 및 추진위에 넘겨주는 꼴이 된다는 불안감에서다. 조합 및 추진위가 동의서를 한번 걷을 때마다 기본적으로 1~2달은 족히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잦은 인감증명서 제출 요구가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어서 명확한 제출 기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최초에만 인감증명서를 제출하고 나머지 단계에서는 인감도장 날인만하도록 법을 개정한다면 사업 기간은 더욱 앞당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정법〉에서는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인감증명서를 △추진위원회설립동의서 △조합설립동의서 △추진위 운영규정의 작성 △정비사업을 시행할 범위의 확대 또는 축소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개략적인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 등에서 최소 6번은 첨부토록 명시하고 있다.
 
먼저 시행규칙 제6조에 따르면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설립승인을 얻고자 하는 자는 별지 제2호서식인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때 첨부해야 하는 사항이 바로 인감증명서다. 또 시행규칙 제7조에 따라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별지 제3호서식을 작성해야 하는데, 여기서도 조합장 선임동의서에 인감증명서를 첨부토록 명시돼 있다.
 
또 시행령 제23조제1항에 따르면 “법 제14조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추진위원회는 업무의 내용이 비용부담을 수반하는 것이거나 권리·의무에 변동을 발생시키는 것인 때에는 다음 각호의 기준에 따라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경우 각호외의 사항에 대하여는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각호는 △추진위원회의 운영규정의 작성 △정비사업을 시행할 범위의 확대 또는 축소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선정 △개략적인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 등을 말한다. 이때 추진위 운영규정의 작성 및 정비사업 범위의 확대 또는 축소에 대해서는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또는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 정비업체의 선정 및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에 대해서는 추진위원회의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시행령 제28조제4항에서는 “법 제13조 내지 제16조의 규정에 의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동의의 철회를 포함한다)는 인감도장을 사용한 서면동의의 방법에 의하며, 이 경우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여야 한다”고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방법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법 제13조 내지 제16조의 규정은 △조합의 설립 및 추진위원회의 구성 △추진위원회의 기능 △추진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 △조합의 설립인가 등의 조항이며, 여기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라는 문구가 들어 있으면 인감증명서를 첨부한 서면동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밖에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거나 변경, 중지, 폐지할 때도 인감증명서가 첨부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또 각 시·도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가 정하고 있는 주민제안형 정비구역지정 입안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예외적으로 허용했지만, 타 시·도의 경우에는 인감증명서를 첨부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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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토지등소유자 동의 절차 간소화 추진
 
■ 향후 방향
 
앞으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동의서 징구 등 사업절차가 간소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25일 국토해양부는 〈도정법〉을 개정해 재건축·재개발 등의 토지등소유자 동의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시 말해 현재는 사안의 경중을 떠나 모든 결정사항에 대해 토지등소유자의 인감증명서를 첨부토록 하고 있는데, 앞으로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인감증명서 없이도 가능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로써 국토부는 약 4개월 가량 사업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재건축을 위한 인·허가 절차에 대해서도 간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내새웠다. 이는 현재 재건축사업의 경우 구역지정부터 관리처분인가까지 3년 정도 소요되는 것을 1년6개월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세부방안을 마련해 오는 10월경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어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경에 시행될 전망이다.
 
한편 이는 지난해 6월 건설회관에서 <도정법> 개정을 위해 ‘재개발·재건축사업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란 주제로 열린 공청회에서도 검토된 바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사업의 절차 간소화와 기간 단축을 위해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시 최초에만 인감증명서를 첨부하고 이후에는 인감날인에 의한 서면동의로 대체할 수 있도록 방안을 검토키로 한 바 있다. 다만 시장·군수가 인감과의 동일성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인감증명서 첨부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도 함께 마련키로 했다. 또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인가의 경미한 변경 때는 동의나 공람절차를 생략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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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서 징구때마다 마찰
토지등소유자 반발도 커
 
■ 문제는 뭔가
 
일선 재건축·재개발 조합 및 추진위들은 법에서 정한 절차대로 매번 인감증명서를 첨부한 토지등소유자들의 동의서를 징구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 조합 및 추진위들은 인·허가를 빨리 받기 위해 법에서 정하고 있지 않은 사안들에 대해서도 운영규정이나 정관에 따로 정해 인감증명서를 첨부토록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관할구청이 인감증명서를 암묵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 토지등소유자들은 인감증명서를 제출해주면 전 재산을 다 넘겨준다는 인식에 인감증명서 제출을 꺼리는 경향이 높아 사업의 지연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우리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들은 노인이 많기 때문에 인감증명서를 요구하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이들을 설득하는데 상당히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며 “실제로 정비구역지정 신청 당시 구역면적이 변경돼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동의서를 징구하는데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밝혔다.
또 “구청마다 통일된 기준안이 없다보니 해당 조합 및 추진위에서는 인·허가를 빨리 받기 위해서 법에서 정하고 있지 않은 사항들에 대해서도 인감증명서를 첨부하기도 한다”며 “우리 구역의 경우 정비기본계획이 고시될 때보다 면적이 약 3% 정도 줄어들어 경미한 변경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구청이 토지등소유자들의 인감증명서를 첨부한 정비구역지정동의서를 받으라고 요구해 사업이 몇 달 간 지연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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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주체가 운영토록 간소화돼야
 
■ 해결책은 없나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동의서 징구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초에만 인감증명서를 첨부한 동의서를 걷고 나중에는 인감날인만하도록 법을 간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인감증명서는 사실성과 진정성을 증빙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사업시행주체가 필요에 의해 징구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인감증명서는 크게 부동산 매도용과 기타로 나눠볼 수 있는데 부동산 매도용 인감증명서는 6개월이라는 유효기한이 있지만 각종 동의용으로 발급받는 인감증명서는 유효기한이 없다”며 “추진위설립, 조합설립, 조합정관, 사업계획 등 각종 동의용으로 발급받는 인감증명서는 최초에 한번만 징구한 뒤 나중에는 인감날인만하도록 법을 간소화한다면 사업기간이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의 최태수 사무국장은 “인감증명서를 첨부한 동의서는 토지등소유자가 직접 의사를 밝혔는지 아닌지를 가리는 등의 사실성과 진정성을 증빙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렇다면 굳이 법에서 정할 필요없이 시행주체가 필요에 따라 운영할 수 있도록 간소화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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