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지리>가마솥 산천지형에 地氣도 강해 길조
<고제희의 풍수지리>가마솥 산천지형에 地氣도 강해 길조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8.02.2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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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6 18:30 입력
  
지맥은 번천의 지류를 금성수(金星水)로
둥글게 감싸며 흐르게 할 정도로 힘 좋아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 대표이사
 
⑮ 줄을 서서 밥 먹는 식당
   남한산성의 ‘오복 손두부’

 
두부(豆腐)는 한자의 뜻풀이대로 ‘콩이 썩은 음식’이 아니다. 콩을 응고시켜 만든 음식인데, 밭의 쇠고기라 불릴 만큼 단백질이 풍부한 웰빙 식품이다. 그리고 겉은 물컹하지만 속은 단백질과 지질이 풍부한 영양 덩어리로 담백하고, 또 소화흡수율은 95% 이상으로 뛰어나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더욱이 두부 반 모에는 우유 한 잔보다도 많은 칼슘이 들어있다고 하니, 최근 들어 웰빙 바람을 타고 건강도 살리고 입맛도 챙길 속셈으로 많은 사람들이 두부 식당을 찾는다. 강릉의 초당두부처럼 전국에는 유명한 두부집이 많지만,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남한산성 안에는 3대에 걸쳐 70년 동안 손두부 하나로 대를 이어 왔다는 ‘오복 손두부’ 집이 있다. 이 집은 특히 순두부를 하얀 수건에 싸 주먹만 한 크기로 어루만져 만든 ‘주먹두부’가 유명하다.
 
청량산에 있는 남한산성은 북한산성과 더불어 서울을 남북에서 지키는 산성의 하나이다. 성벽은 산의 높낮이를 따라 여러 개의 산을 타고 넘으며 휘감아 도는데 외성까지 합하면 길이가 약 12km나 된다. ‘택리지’는 ‘안쪽은 낮고 얕으나 바깥쪽은 높고 험해 청군(淸軍)이 처음 쳐들어 왔을 때 칼을 휘둘러보지도 못했고, 병자호란 때도 성을 함락시키진 못했다. 인조가 성을 내려와 항복한 것은 먹을 식량이 떨어지고 강화도가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라고 남한산성의 요새적 특징을 설명하였다.
 
이 산성이 현대에 와 주목받기는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이 370년 전 무력한 임금 앞에서 벌린 주전파와 주화파의 치명적 다툼을 형상화하였고, 그 안에서 겪은 민초들의 참담한 비극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독자들로 하여금 역사의 현장을  찾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복손두부는 산성로타리에서 동문으로 내려가는 중앙주차장 안쪽의 북서방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박명자 여사가 시어머니의 대를 이어 40여년간 두부 빚는 일을 해오고 또 그 아들이 가업을 이어 성업 중이다. “어머니가 빚은 두부는 남한산성 전역에 배달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요. 전통 방식을 고수해 맛이 좋았어요. 지금도 그 방식대로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고 한 시간 이상 콩물을 끓여내 간수를 넣지요.”
 
식당 안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1층은 손님방과 부엌 그리고 카운터가 있고, 2층은 홀과 방이 정갈하게 꾸며져 있다. 주먹두부를 주문하면 접시에 두 모의 두부가 담겨 나오고, 볶음김치와 양념간장이 함께 나온다. 두부는 먹기 쉽게 칼집을 넣어 잘랐고, 목판으로 빚어낸 일반두부는 단단하고 거친 느낌이 드는데, 손으로 어루만져 빚은 주먹두부는 두부의 부드러운 질감이 혀와 입에 독특하게 느껴진다.
 
주먹두부는 만드는 과정이 하도 정성스럽고 은밀해 아무나 흉내내기 어렵다. 콩물을 무쇠 솥에 끓일 때는 꼭 장작불을 때서 하고, 장작이 타고 남은 숯불은 순두부가 굳지 않도록 아궁이 밖으로 끄집어내 부엌 안을 훈훈하게 덥혀 준다. 300개가 넘는 하얀 수건에 한 주걱씩 떠낸 순두부를 조심스럽게 싸 주먹만한 크기로 어루만져 놓으면 간수가 빠지면서 서서히 굳어진다. 그리고 식기를 기다려 수건을 푼 뒤 찬물에 담갔다가 먹는데, 특이한 모양 때문에 ‘주먹두부’란 이름이 생겼다.
 
두부는 콩물을 가마솥에 끓여 만드는 식품으로 씻고, 갈고, 끓이고, 짜는 일련의 과정이 느긋하게 참고 기다려야 하는 슬로우 푸드이다. 예전에는 사찰에서 자주 해 먹었는데, 스님들은 육류에서 단백질을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명한 사찰은 대개 산이 사방을 가로막아 마치 함지박 안에 들어앉은 듯한 분지 즉 가마솥 안 같은 곳을 절터로 잡는데, 유명한 두부 집 역시 대개 산에 둘러싸여 바람이 잠자는 적합한 터에 자리하고 있다. 왜냐하면 두부는 순두부가 굳지 않도록 부엌 안을 훈훈하게 덥혀 줘야 하고, 또 가마솥을 데우거나 장작불을 땔 때면 바람에 의해 불이 세거나 약해지지 않게 은근히 타야 질 좋은 두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오복손두부은 높은 산이 삼면을 에워싸고 남동쪽만이 트인 산성 안 분지, 즉 가마솥 형국에 자리해 맛 좋은 두부가 만들어질 산천지형을 제대로 갖춘 곳이다. ‘두부는 게으른 며느리에게 맡겨라’라는 속담이 있듯이 느긋하게 참고 기다려야 하는 두부 만드는 일은 부지런한 사람보다는 나이 든 할머니가 더 잘 한다.
 
또 오복순두부는 400m 봉에서 상하기복과 좌우요동의 활달한 기세로 남진한 지맥이 남한산성교회를 통과한 후 몸을 땅속으로 감춘 곳에 위치해 지기가 장하다. 풍수는 산속보다 평야의 지맥이 더 강하다고 보는데, 이곳의 지맥은 번천의 지류를 금성수(金星水)로 둥글게 감싸며 흐르게 할 정도로 힘이 좋다.
 
그리고 오복손두부의 입지 중 특이한 것은 식당 앞쪽의 안산(案山)이 곡식을 쌓아놓은 노적봉(露積峰)의 형태인 점이다. 중요민속자료 제124호인 화성의 정용채 가옥은 안산인 해운산이 노적가리를 닮아 수대에 걸쳐 재록(財祿)을 누릴 명당으로 전해지는데, 이곳의 안산 역시 잘 생긴 노적봉이라 재물이 많은 쌓일 길지에 해당한다.
 〈대동풍수지리학회 02-3473-9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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