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이주비 이자 납부 딜레마… “조합 대납, 주민 추후부담?”
재건축 이주비 이자 납부 딜레마… “조합 대납, 주민 추후부담?”
전문가들이 내놓은 해법 들여다보니…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2.10.13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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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부담금 줄이고
배당소득세 절세 효과
개발비용으로 인정해야

정부도 가산항목에 반영
전반적 제도손질 불가피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재건축ㆍ재개발사업에서 이주비 지급으로 인해 발생한 이자는 조합이 부담하는 게 좋을까, 조합원이 개별 부담하는 게 좋을까.

이주비 지급을 앞두고 이자 부담방식을 고민하는 조합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주비 이자를 ‘조합이 대납한 후 향후 조합원이 개별부담하게 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방법이 ‘재건축부담금 절감’ 및 ‘배당소득세 절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게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1천가구 조합의 조합원 1가구당 3억원이 지급된다고 가정하면, 무려 3천억원의 자금이 수개월 사이에 움직이게 된다. 

▲배당소득세 변수에 재건축부담금 변수까지 추가… 조합 선택지 놓고 우왕좌왕

조합이 이주비 지급방식으로 ‘조합 부담’과 ‘조합원 개별 부담’이라는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는 이유는 배당소득세 변수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시행에 따른 재건축부담금 변수의 동시 작용 때문이다. 

앞서 2019년 국세청이 조합의 이주비 이자 납부를 '조합원에 대한 배당소득'이라고 해석하면서 배당소득세 15.4% 부과가 한동안 업계의 이슈로 떠들썩했다.

실제로 국세청은 2019년 10월 유권해석을 통해 정비사업 조합원의 이주비 이자의 무상 혜택은 재건축ㆍ재개발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배당소득으로 간주, 15.4%의 배당소득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조합원들이 원래 부담해야 할 이주비 이자를 조합이 대신 납부한 것을 놓고 일종의 ‘배당소득’이라고 해석해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이 같은 국세청의 배당소득세 유권해석 소동이 있은 후 조합들은 절세를 위해 이주비 이자 부담방식을 조합원이 개별부담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조합원이 직접 이주비 이자를 납부했으니 조합원은 배당소득을 받지 않는 것이고, 이에 따라 배당소득세 15.4%를 내지 않아도 됐다. 

문제는 최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의 본격 재가동에 따른 재건축부담금이 새로운 사업 변수로 부상해 선택지가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배당소득세 절세를 위해 이주비 이자를 조합원이 개별납부하는 상황에서도 한동안 재건축부담금은 조합들의 사업변수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재초환 법 제3조의 2에서 ‘재건축부담금 면제를 위한 임시 특례’를 제정해 2017년 12월 31일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사업장들은 재초환 규제를 피해갈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 2~3년이 경과, 새로 관리처분 단계를 경과해 재건축부담금 면제 임시특례 대상에서 제외되는 신규 사업장들이 나오면서 조합들은 배당소득세와 재건축부담금 부담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이주비 이자 부담방식이 재건축부담금을 낮출 수 있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배당소득세와 재건축부담금 간 이익 형량 여부를 검토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주비 이자는 이중 ‘개발비용’에 포함돼 개발비용이 크면 클수록 재건축부담금이 낮아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 ‘개발비용 등의 구성항목’에 따르면 ‘조합원의 이주를 위해 드는 이주비용에 대한 금융비용’도 개발비용으로 포함시켰다. 문언적으로 해석한다면, 정비사업비에 포함되는 이주비 이자여야 재건축부담금 개발비용으로 인정받아 재건축부담금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종합하면, 현재 상황에서 조합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당소득세 절세를 위해서는 이주비 이자를 조합원이 개별적으로 납부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 반면, 재건축부담금 개발비용으로 인정받아 재건축부담금을 절감시키기 위해서는 조합 사업비에서 이주비 이자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 “조합이 우선 대납한 후 조합원이 추후 납부하는 방식 선택하라”

전문가들은 이주비 이자를 조합이 우선 대납하고 입주 후 조합원이 납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라고 조언한다. 이렇게 하면 사업진행 과정에서 사업비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한편 실질적인 부담 주체가 조합원 개인이기 때문에 배당소득이 아니라는 점에서 배당소득세 대상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재건축부담금 절감 및 배당소득세 절세 모두 가능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제도적으로 재건축부담금 개발비용에 조합원이 개별 부담한 이주비 이자를 명시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이 부담하든, 조합원 개인이 부담하든 재건축사업을 원인으로 발생한 비용이라는 점에서 모두 다 ‘개발비용’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일 대한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는 “개별 조합원이 부담한 이주비 이자도 개발비용에 부합한다고 해석해야 한다”며 “실제로도 재건축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필요가 없는 비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완화 기조 속 정책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조합원이 개별 부담한 이주비 이자는 재건축 개발비용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 6월 21일 발표한 부동산대책에서 분양가상한제 기본형건축비 가산항목에 대해 재건축ㆍ재개발 특성을 반영하겠다며 명도소송비, 주거이전비 등과 함께 이주비 대출이자를 가산항목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류점동 랜드엔지니어링 대표도 “정부 정책의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도 조합원이 개별 부담한 이주비 이자 역시 재건축부담금 개발비용 항목에 포함돼야 한다”며 “정부가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분양가상한제 제도개선과 같은 틀 속에서 재건축부담금 개발비용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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