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매몰비용 청구 소송: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 (6)
연재소설- 매몰비용 청구 소송: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 (6)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4.02.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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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6일. 
서울행정법원에 법무법인 창천의 준비서면이 접수되었다. 김명찬 변호사는 피고들이 매몰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피력하였다. 우선 재개발사업이 민간사업이 아닌 공익사업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포문을 열었다.

 

준비서면
사건   2013구합11110호 매몰비용
원고   안암6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피고   대한민국외 2
원고는 다음과 같이 변론을 준비합니다.
 
다  음
1. 재개발사업은 공익사업입니다. 도시정비법 제1조는 재개발사업이 도시기능을 회복하고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공공사업임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제1조 (목적) 이 법은 도시기능의 회복이 필요하거나 주거환경이 불량한 지역을 계획적으로 정비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을 효율적으로 개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는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아울러 제38조는 재개발사업이 공익사업이라는 점을 전제로 토지수용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제38조 사업시행자는 정비구역안에서 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 제3조의 규정에 의한 토지·물건 또는 그 밖의 권리를 취득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


2. 도시정비법에는 추진위원회가 출구정책에 의하여 해산된 경우의 매몰비용의 보조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으나 조합이 해산된 경우의 보조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재개발사업이 공공사업으로서 공익사업에 해당하는 이상 조합이 해산된 경우에도 매몰비용이 보조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도시정비법이 조합 매몰비용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단순한 입법의 불비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하는 바 피고들은 원고에게 매몰비용을 지급하여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위 원고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창천 , 담당변호사 김 명 찬

 

민익선이 들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짓눌러 끄면서 이 과장을 불렀다.
“이 과장! 이리 앉지.”
“네! 회장님”
“그래 추진위원회설립동의서는 준비됐나?”


“예, 어제 인쇄 맡겼습니다. 이따 오후에 여기로 가져올 겁니다.”
“그래, 토지등소유자가 610명인데, 50% 걷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나?”
“글쎄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2달은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투입 인원은?”
“OS 30명은 풀어야 되겠지요?”
“30명이면 하루에 5백 잡고, 60일이면 3억. 그만한 돈이 어딨어? 안돼 다시 짜 봐.”


“60일 동안 30명을 계속 돌리면 안되죠. 초반에 왕창 투입해서 단기전으로 끝내고, 후반에는 인원수를 대폭 줄여서 갈 겁니다. 30명씩 10일 정도 돌리면 40% 이상은 걷을 수 있을 겁니다.”


“10일만 해도 5천이야, 투입하기 전에 미리 안내문을 몇 차례 돌려서 분위기를 잡아 놓고 가자고. 믿음컨설팅 윤 사장하고 미리미리 연락해서 의논해 둬.”
“네, 알겠습니다.”


2004년 11월 25일 오후 4시.
가칭 추진위원회 사무실이 사람들로 미어터질 듯 떠들썩하다. 김현수가 은박 돗자리 위에 서서 고사상에 올려져 있는 돼지 머리를 바라보고 있다. 돼지가 흐뭇하게 웃고 있다.


‘천지신명이시여, 우리 안암6구역 재개발사업이 잘 되도록 굽어 살펴 주소서’
김현수가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절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 과장이 막걸리를 한잔 따르자 김현수가 원샷을 하고 신발을 신는다.


“다음은 노인회 김득수 회장님 차례입니다.”
이 과장의 말에 김득수 회장이 신발을 벗고 돗자리에 올라선다. 김현수가 소파에 앉아 김득수 회장이 절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김득수 회장이 지갑에서 만원짜리 석 장을 꺼내 돼지 입에 물리고 큰절을 하고 물러선다.
이 과장이 막걸리 한 잔을 가득 채워 건넨다. 잔을 받아 든 김득수가 뒤로 돌아서더니 김현수를 바라보고 한마디 한다.


“위원장님! 잘 하셔야 합니다.”
지켜보고 있던 김현수가 얼른 소파에서 일어나 김득수에게 허리 숙여 대답한다.
“예, 회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잘 하겠습니다”


그 소리에 김득수가 막걸리잔을 높이 들어 올리고 입으로 가져간다. 잔을 다 비운 김득수가 신발을 신고 소파에 앉는다.
“위원장님, 떡 좀 잡숴보세요. 따끈따끈하니 맛있네요.”


김순례 부녀회장이 은박접시에 떡을 담아 김현수 앞에 놓는다.
“아이고, 부녀회장님, 고맙습니다. 오늘 부녀회장님이 젤로 고생이 많으시네요.”


“아, 당연히 제가 앞장서야죠. 다 같이 잘 살아 보자고 하는 일인데요.”
“다음은 현주피엠씨 민익선 회장님 차례입니다.”
이 과장이 외치자, 민익선 회장이 소파에서 일어나 돗자리에 올라선다. 지갑에서 10만원권 수표 5장을 꺼내더니 돼지 입에 끼워 넣고 절을 올리고 돌아선다.


“안암6구역 주민 여러분, 오늘 김현수 위원장님을 비롯하여 추진위원님들을 모시고 추진위원회 개소식을 하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준비한 것은 별로 없지만 마음껏 드시기 바랍니다.”
추진위 사무실 안에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울려 퍼진다.


다음 날 오후. 추진위 사무실에 김현수와 민익선이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위원장님, 가계약서하고 추진위원회 운영예산안입니다. 한번 살펴보시지요.”
“가계약서요?”


“예, 가칭추진위원회와 현주피엠씨간에 정식으로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데, 아직 주민총회에서 선정된 것은 아니라서 정식계약이 아니라 가계약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걸 꼭 해야 되는 건가요?”


“아, 그럼요. 다들 이렇게 합니다. 우리가 운영비와 사업비를 빌려주고 그러려면 어쨌든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형식적으로 하는 겁니다. 저희가 큰 돈 들여서 일을 진행시키는데, 이런 것도 없이 일을 하다가 나중에 다들 나 몰라라 하면 저희는 낙동강 오리알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김현수가 돋보기를 쓰고, 먼저 추진위원회 운영예산안을 살펴본다. 크게 운영비와 인건비로 구분되어 있었다. 운영비가 이것저것 해서 320만원, 인건비 항목 부분에 위원장 150만원, 총무 130만원, 경리 100만원 합계 380만원으로 기재되어 있다.


“월급이 있습니까?”
“예, 당연히 월급을 받으셔야지요. 그냥 일하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추진위 사무실에 총무님 한분하고, 경리가 있어야 합니다. 경리는 벼룩시장에 광고를 내서 뽑으면 되는데, 총무님은 어느 분으로 하는 것이 좋을까요?”


“총무가 주로 무슨 일을 하는데요?”
“위원장님을 보좌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주로 토지등소유자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추진위원회 안살림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죠?”


“그럼 여자가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제 생각에는 부녀회장이 좋을 것 같은데, 동네 사람들하고 관계도 돈독하고 일도 야무지고.”
“괜찮을 것 같습니다. 위원장님께서 부녀회장하고 이야기를 해보시지요.”


“알겠습니다. 제가 만나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김현수가 조금 전보다 긴장된 표정으로 가계약서를 집어 들고 꼼꼼히 뜯어본다.


제3조 (용역금액) ① 을의 용역비는 건축연면적 평당 3만5천원으로 한다.
② 용역비는 다음과 같이 구분하여 지급한다.
   계약체결시          10%
   추진위원회승인시 15%
   구역지정시          10%
   조합설립인가시    15%
   시공사선정시       10%
   사업시행인가시    10%
   관리처분인가시    10%
   이주완료시          10%
   해산시                10%


제6조 (대여금) 을은 갑에게 매월 25일 운영비 7백만원 및 재개발사업수행에 꼭 필요한 금원을 대여하여야 한다.


제10조 (지급시기) 갑은 을에게 시공사선정 이후 1개월 내에 제3조의 용역비를 지급하고 제6조의 대여금을 상환하여야 한다.

갑 : (가칭) 안암6구역주택재개발정

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 김현수 (인)
을 : 주식회사 현주피엠씨 대표이사 민 익 석 (인)
연대보증인:1. 김 현 수 (인), 2. 김 득 수 (인), 3. 김 순 례 (인), 4. 박 현 길 (인), 5. 오 오 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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