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에 부담될 계약, 반드시 사전에 총회의결 거쳐야
조합원에 부담될 계약, 반드시 사전에 총회의결 거쳐야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2.02.02 2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2-02-02 10:26 입력
  
대법원 “예비비 모두 소진했어도 예산 확보 후 집행”
서대문구, 총회의결 없이 OS용역 계약한 조합 색출
 
 

사전에 총회의결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집행할 경우 큰 낭패를 입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만약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했다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으로 조합 임원의 지위까지 상실할 수도 있어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일례로 업무수행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OS업체와 용역계약이 불가피하다면 반드시 예산에서 정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만 계약을 해야 한다. 긴급한 상황에서 사용하게 되는 예비비 역시 한도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나아가 최근에는 서울 서대문구가 직접 나서 총회의결 없이 OS용역 계약을 체결한 해당 조합 임원을 고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아울러 타 사업장에도 이어질 공산이 커 주의보가 내려졌다.
 

▲대법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은 총회 의결사항” 판결=총회의 의결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도정법〉 제24조제3항제5호에서는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은 총회의결을 거치도록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총회의결은 ‘사전의결’을 말한다. 다시 말해 조합이 부득이한 사정에 의해 각종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면 반드시 총회를 열어 의결을 거친 후에 집행해야 한다. 나아가 예비비가 소진된 상태 또는 긴급한 사무라고 해도 총회의결을 받은 후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는 “도정법 제24조제3항제5호의 규정내용과 입법취지 등에 비춰보면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친 예산상 정해진 항목이 아닌 것을 위해 조합 예산을 지출하는 것은 그것이 정당한 예비비의 지출로 인정되지 않는 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이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에 해당하므로 원칙적으로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할 것”이라며 “같은 취지에서 예비비 항목의 금원 지출의 경우에도 예산으로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는 금원 지출이나 채무 부담 역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이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에 해당해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판시했다.
 

결국 통상적으로 예비비가 소진된 상태에서 업무에 대한 금원 지출이나 계약 체결이라는 이유만으로 총회 의결 없이 예산으로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서 집행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해당 조합임원은 형사처벌을 받게 되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현행 〈도정법〉 제85조제5호에 따르면 “제24조의 규정에 의한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제24조제3항 각호의 사업을 임의로 추진하는 조합의 임원”이라고 대상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벌칙규정에 의해 벌금형에 해당하는 경우 국토해양부가 작성한 표준정관에 따라 조합임원으로서 자격이 상실된다.
 

▲예산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 비일비재=이처럼 〈도정법〉을 위반한 사례가 일선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A조합은 총회 개최와 관련해 경비, 홍보 용역계약을 체결한 후 시공자로부터 차입을 받아 지급했다. 이에 따라 A조합은 각 용역계약 및 자금차입계약에 따른 지출이 조합원들에게 이미 예정돼 있었고, 조합원의 사후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예산 외의 부담이 되는 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서울서부지방법원(재판장 이동욱 판사)은 △도정법에서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율 및 상환방법’,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 등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한 취지는 조합원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어서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보장을 하기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해 법 제85조제5호에 벌칙 조항을 둔 것으로 해석되는 점 △총회의 사전의결 없이 계약이 체결되어 이행된 경우 원상회복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률관계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어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원칙적으로 사전의결을 의미한다고 판결했다. 이로 인해 조합장은 70만원을, 이사 등 나머지 임원들은 각각 40만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서울 마포구의 B조합의 경우에는 변호사 선임비용을 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예비비에서 추가로 대출받아 지급했다. 이에 조합에서는 지난 총회에서 추가대출의 집행권한이 이사회에 위임됐고, 조합의 업무규정에 따라 예비비 지출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하도록 돼 있어 무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12월 서부지방법원(재판장 정철민 판사)은 “정비사업비 중 예비비의 구체적인 집행 역시도 재개발사업과 관련된 사항 중 ‘민원 및 기타 예기치 못한 비용’에 대해서만 이사회에서 결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조합장에게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아울러 서울 성북구의 C조합의 경우에도 관리처분계획 상 자금운용계획이 포함돼 있고, 여기에는 정비사업비의 지출항목과 금액, 산출내역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어 각 계약은 ‘예산으로 정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이창형 판사)은 “‘예산’이라 함은 조합의 한 회계연도의 모든 수입과 지출의 내용을 담고 있는 계획서를 의미한다”며 “조합설립동의서, 사업시행계획, 자금운용계획서 등을 가리켜 조합의 ‘예산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C조합의 조합장과 이사는 각각 80만원의 벌금형이 처해졌다.
 

------------------------------

 
 
예산안 짤 때 미리 총회 경비 등 충분히 확보해야
 

■ 전문가 시각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추진하다보면 정부정책의 변화 등으로 부득이하게 총회를 개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때 조합은 원활한 총회진행을 위해 OS용역이나 경호용역을 체결하거나 나아가 총회대행 업체를 선정하기도 한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총회를 한번 개최하는데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총회를 고의로 방해하려는 일부 조합원들로 인해 자칫 총회가 무산돼버린다면 조합으로서는 큰 손해를 입게 되고, 이는 곧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가중된다. 똑같은 총회를 또다시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조합에서는 OS업체, 경호업체, 총회대행업체 등을 선정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미리 예산을 정할 때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산으로 편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한다면 곧 형사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예산으로 확보한 총회비용을 초과하는 경우 예비비로 충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사전의결을 거친 범위 내에서만 집행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동인의 맹신균 변호사는 “조합임원들이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해진 예산 내에서만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집행해야 한다”며 “총회의 경우에는 미리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1년간 예산(안)을 수립할 때 범위가 커지더라도 여유롭게 편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국토의 김조영 변호사는 “OS용역이나 경호용역 등을 사용하는 것은 예산으로 정한 한도 내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다만 항목전용에 저촉되지 않도록 총회경비 내역을 ‘책자비용, 홍보요원 등’으로 항목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사전 의결 없는 예산 서대문구, 집행 불가
 

■ 지자체 감독 사례
최근 서울 서대문구가 일선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사전결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나섰다. 〈도정법〉 제77조에 따라 본격적인 감독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5일 서대문구가 재건축·재개발·뉴타운 등 조합이 총회와 관련해 홍보 및 경호경비용역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 일선 조합들이 사전에 총회의결을 거치지도 않은 상태에서 OS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행태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총회의결 없이 예산에서 정한 사항 외에 OS용역을 사용한 조합임원은 〈도정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조합임원이 총회의 사전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추후에 이뤄지는 총회에서 추인의결의 가부와는 상관없이 범법행위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서대문구는 OS용역을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점들도 예방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총회 성원을 위한 각종 비리, 조합원에 거짓 정보제공, 강압적인 총회 분위기조성 등 왜곡된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원인을 차단하겠다는 게 서대문구의 복안이다.
 

이에 따라 서대문구는 OS용역 계약 등 사전에 예산으로 확보되지 않은 총회비용을 사용해 법을 위반하는 조합임원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에 따라 철저히 고발조치하는 것을 제도화해 실효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법에서도 정하고 있는 것처럼 예산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OS용역 체결은 명확한 범법행위”라며 “이러한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운영방안을 수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총회의 의결을 거쳐 정해진 예산 범위 내에서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무관하다”며 “앞으로 재건축·재개발 조합장들과 한자리에 모여 예산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들에 대해서는 집행하지 못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라고 부연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