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조합임원 뇌물죄 공무원 준한 처벌 합헌"
헌법재판소 "조합임원 뇌물죄 공무원 준한 처벌 합헌"
  • 박노창 기자
  • 승인 2011.11.09 0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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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9 14:20 입력
  
조합임원 뇌물죄 공무원에 준한 처벌 합헌… 중요회의록 공개는 위헌
 
 
 
재개발·재건축·도시환경 ‘공공성’ 강화
과잉금지·형평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아
 
 

부정한 금품을 받은 재개발·재건축조합 임원을 공무원에 준해 뇌물죄로 처벌토록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또 같은 날 헌재는 중요한 회의에 대한 속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처벌토록 하는 조항에 대해 ‘기준이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서울북부지법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서울북부지법은 시공자에 과다 지급된 공사비 환급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이사회를 하면서 속기록 등을 남기지 않아 기소된 동대문구 장안시영2단지 재건축주택조합장에 대한 재판을 하면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지난 25일 헌재는 형법상 뇌물죄를 적용함에 있어 재개발·재건축조합이나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의 임원을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도정법〉 제84조에 대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이 법률조항은 정비사업의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함에 입법취지가 있다”며 “재개발·재건축이나 도시환경정비사업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정비사업과 관련된 비리를 엄하게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비사업 관련 비리는 조합 및 조합원의 피해로 직결되고 지역사회와 국가 전체에 미치는 병폐도 크다”며 “조합임원을 지나치게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행 〈도정법〉 제84조는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의 적용에 있어서 추진위원회의 위원장·조합의 임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대표자(법인인 경우에는 임원을 말한다)·직원 및 위탁관리자는 이를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헌재는 “도정법은 재건축사업의 공적인 성격을 강화해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 등과 함께 정비사업으로서 규율하고 있기 때문에 재건축조합 임원을 여전히 사적인 경제활동의 영역에 속해 있는 주택법 상의 주택조합 임원이나 시기업의 임원과 달리 뇌물죄의 주체로 의제한다고 해도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도시환경정비사업과 시장정비사업의 경우 그 목적이나 투기·비리 발생가능성,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입법자가 이 같은 차이들을 고려해 입법정책적 차원에서 뇌물죄의 적용과 관련해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임원을 구 〈재래시장법〉상의 시장정비사업조합 임원과 달리 취급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범죄의 죄질 및 행위자의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하게 처벌하도록 해 범죄와 형벌에 관한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평등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재는 또 “도정법상 정비사업과 관련된 비리는 다수 조합원들의 재산권에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매우 크기 때문에 조합임원은 공무원에 버금가는 고도의 청렴성과 업무의 불가매수성이 요구된다”며 “정비사업의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밝혔다.
 
▲사건 개요=청구인 이모씨는 지난 2007년 11월 ○○동 22번지 재건축조합의 조합장으로 재직해 왔다. 그러다가 2008년 7월 재건축 상가 일반분양분 매매와 관련해 이를 우선적으로 매수하려는 기모씨로부터 5천만원이 입금된 △△은행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교부받았다.
 
이후 2008년 7월에는 강모, 김모씨 등으로부터 주식회사 □□관리를 재건축아파트 단지의 관리업체로 선정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회사를 관리업체로 선정한 뒤 다음달 그 대가로 3천800만원을 교부받았다.
 
결국 이모씨는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자신의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했다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됐다. 당시 1심에서 징역 3년 6월 및 추징금 8천8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기각되자 상고를 제기했고, 대법원 심리동안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청구인 장모씨도 지난 2009년 8월 부천 ○○○1-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의 이사로 재직해 오다가 2009년 11월 정비업체인 □□□하우징의 대표로부터 1억원을 교부받아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 및 벌금 1억원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항소를 제기하고 항소심 심리동안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지만 합헌 결정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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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회의’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어
 “안건이 중요? 의결이 중요?” 애매모호
 

헌재는 조합이 중요한 회의가 있는 때 속기록, 녹음 또는 영상자료를 만들도록 한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중요한 회의’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헌재는 “조합의 어떤 회의체 기관의 회의가 ‘중요한 회의’에 해당하는지 명시하지 않았다”며 “‘중요한’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만으로 독자적인 판정기준이 될 수 없다”고 선고했다. 이어 “중요한 회의가 안건에 따라 정해지는지, 아니면 실제 의결된 내용에 따라 정해지는지 여부조차 예측할 수 없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이 조항의 경우 입법취지나 다른 관련 조항을 종합해 보더라도 이 조항에 대한 해석에 도움이 되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범죄의 구성요건을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규정했고, 결국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국민이 무엇이 금지되는지를 예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행 도정법 제81조제2항은 “추진위원장·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또는 사업시행자(조합의 경우 조합임원, 제8조제3항에 따라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토지등소유자가 시행하는 경우 그 대표자를 말한다)는 제1항에 따른 서류 및 관련 자료와 총회 또는 중요한 회의가 있은 때에는 속기록·녹음 또는 영상자료를 만들어 이를 청산 시까지 보관하여야 하며, 제1항에 따라 공개의 대상이 되는 서류 및 관련 자료의 경우 분기별로 공개대상의 목록, 개략적인 내용, 공개장소, 열람·복사 방법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따라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86조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면서 제7호로 “제81조제2항을 위반하여 속기록 등을 만들지 아니하거나 관련 자료를 청산 시까지 보관하지 아니한 추진위원장 또는 조합임원(제8조제3항에 따라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토지등소유자가 시행하는 경우에는 그 대표자를 말한다)”이라고 돼 있다.
 
헌재는 “후일 조합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하는 등의 경우 증거를 확보하거나 관여자의 책임소재를 밝히기 위한 것이라는 입법취지를 고려하더라도 어떤 회의가 분쟁에 관계될 것인지 미리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중요한 회의’를 해석함에 있어 도움이 되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또 “위 법의 다른 조항에서 회의와 관련해 ‘중요한’이라는 문언을 사용한 바 없을 뿐만 아니라 달리 회의의 중요성과 관련된 내용의 조항도 찾아볼 수 없다”며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해 보더라도 ‘중요한 회의’를 해석함에 있어 참고할 만한 내용을 얻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제81조제2항이 ‘총회 또는 중요한 회의’라고 규정해 총회와 중요한 회의를 병렬적으로 규정한 이상 총회가 ‘중요한 회의’의 해석기준이 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것이다.
 
나아가 헌재는 “조합이나 정비업체 임직원들이라고 해도 ‘중요한 회의’의 해석기준이 전혀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범위를 해석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고 중요한 회의에 관한 국기기관의 해석조차 엇갈리는 점으로 미뤄 보면 예측가능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해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국민이 무엇이 금지되는지 예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는 적어도 형벌법규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사건개요=피고인은 장안시영 2단지재건축조합의 조합장으로 지난 2008년 12월 이사들과 감사들을 소집해 시공자에게 공사비 일부의 환금을 요구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긴급이사회를 개최했다. 당시 속기록·녹음 또는 영상자료를 만들지 않아 도정법 제86제제7호를 위반했다는 공소사실로 약식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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