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조합설립 반대의사 없으면 국공유지는 자동 동의” 판결
서울고법 “조합설립 반대의사 없으면 국공유지는 자동 동의” 판결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1.11.09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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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9 10:14 입력
  
“조합설립 반대 의사 표시 인정할 근거 없다”
 지자체가 인가 내줬다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
 

정비구역 내 국공유지는 별도의 반대의사가 없는 경우 조합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장이 정비계획 수립이나 조합설립 인가 처분을 내린다는 점에서 사업에 반대한다는 별도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이상 동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에서는 국공유지를 소유하고 있는 관리청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아 해석이 분분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선 현장에서는 지자체를 상대로 조합설립에 동의한다는 공문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국토해양부는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조합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정비계획 수립이나 조합설립 동의시에 자동 동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국토부의 해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조합설립을 위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방법은 인감도장을 사용한 서면동의 방법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다. 이때 인감증명서도 같이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도정법〉 제17조에 따르면 “제7조제1항, 제8조제1항부터 제4항까지, 제13조제2항, 제14조제4항, 제16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 제26조제3항, 제28조제7항, 제33조제2항에 따른 동의(동의한 사항의 철회 또는 제8조제4항제7호·제13조제3항 및 제26조제3항에 따른 반대의 의사표시를 포함한다)는 인감도장을 사용한 서면동의의 방법에 의하며,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때 국공유지 관리청에게도 일반 토지등소유자와 같은 방식으로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현행법상 지자체를 상대로 조합설립동의서를 받아야 하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등의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선 현장에서는 지자체에게 조합설립 동의 공문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고법, “서면동의 방식이 그대로 요구되지 않는다” 해석=지난 2009년 11월 서울 영등포구 신길12구역 토지등소유자 정모씨 등 20명은 촉진구역내 국공유지를 소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서울시, 영등포구가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등포구청장을 상대로 ‘조합설립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지난 8월 서울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창석 판사)는 “대한민국, 서울시, 영등포구는 조합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하급심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국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인감증명서를 첨부한 인감도장에 의한 서면동의 방식이 그대로 요구된다고 불 수 없으므로 그 진의가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상당한 방법으로 동의를 표시하면 족하는 점 △도정법 제66조제3항은 정비구역 안의 국·공유재산은 정비사업 외의 목적으로 매각하거나 양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4항은 정비구역 안의 국·공유재산은 국유재산법 제12조 또는 지방재정법 제77조의 규정에 의한 국유재산관리계획 또는 공유재산관리계획과 국유재산법 제43조 및 지방재정법 제61조의 규정에 의한 계약의 방법에 불구하고 사업시행자 또는 점유자 및 사용자에게 우선하여 수의계약으로 매각 또는 임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인가처분의 처분청인 동시에 토지소유자인 영등포구를 대표하는 지위도 겸한 구청장으로서는 이 사건 인가처분을 통해 신길12구역 조합의 설립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정비계획 수립시 국공유지의 귀속 및 처분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을 때에 대한민국이 소유한 토지의 관리청들이나 서울시가 조합설립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동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한 점 △대한민국, 서울시가 신길12구역 조합의 설립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조합설립인가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행법도 서울고법과 같은 취지의 판결=이에 앞서 서울 송파구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진행됐다. 지난 2009년 11월 거여2-2지구 토지등소유자인 오모씨 등 4명은 촉진구역내 국공유지를 소유하고 있는 서울시가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한 바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송파구를 상대로 ‘조합설립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화 판사)은 “설령 서울시가 조합설립동의서를 제출한 바 없다고 하더라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도 인감증명서를 첨부한 임감도장에 의한 서면동의 방식이 그대로 요구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진의가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상당한 방법으로 동의를 표시하면 족하다고 할 것인 점 △사업시행자 또는 점유자 및 사용자에게 다른 사람에 우선하여 수의계약으로 매각 또는 임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시장·군수가 정비계획 수립시 도정법 제4조제10항 소정의 국유재산 관리청의 의견을 들은 경우 조합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서울시가 거여2-2지구 조합설립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서울시는 조합설립에 동의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송파구의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서울고법과 같은 취지인 셈이다.
 

한편 거여2-2지구 관련 조합설립무효확인 소송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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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설립 반대의사 없어도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 국토부 유권해석

국토부는 국공유지 소유자인 지자체가 정비계획을 수립하면서 별도로 조합설립에 반대하지 않았더라도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나아가 재산관리청을 상대로 서면동의에 의한 조합설립동의서를 받도록 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시장·군수가 국공유지가 포함된 정비계획 수립시 특별히 조합설립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이를 조합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봐도 무방한가”라며 국토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이에 대해 지난달 27일 국토부는 “정비계획 수립시 조합설립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하여 조합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회신했다.
 

이는 국가나 지자체는 시장·군수가 정비계획 수립시 관리청이나 지자체가 조합설립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취지의 판례를 거스르는 답변인 셈이다. 이와 함께 박모씨는 조합설립시 국공유지의 소유 관리청으로부터 추진위가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이에 국토부는 “재개발사업의 추진위가 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때에는 도정법 제16조제1항에 규정하고 있고, 도정법 시행령 제28조제1항제5호에 국공유지에 대해서는 그 재산관리청을 토지등소유자로 선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조합설립동의서는 도정법 시행령 제26조제1항 및 도정법 시행규칙 제7조제3항에 따르도록 하면서 국공유지에 대한 예외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즉 국토부는 국가나 지자체를 상대로 인감증명서를 첨부한 서면동의 방식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국토부의 해석대로라면 관리청에게도 일반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방식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동의 대상자와 방법은 어떻게 되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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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유지가 여러 필지라도
토지등소유자 1인으로 산정
 

■ 체크 포인트

서울고법은 여러 필지를 소유하고 있는 국공유지 소유자들을 토지등소유자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때 소유권은 재산관리청이 아닌 국가, 지방자치단체에게 있기 때문에 각 1명만을 토지등소유자로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신길12구역의 경우 대한민국, 서울시, 영등포구 등 3명을 토지등소유자로 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고법은 “이 사건 정비구역 내에 대한민국, 서울시, 영등포구가 소유하는 다수의 국공유지가 있었으나 위 국공유지의 소유자들이 토지등소유자로 산정되지 않았는바, 위 국공유지의 소유자 3인을 토지등소유자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개발사업의 경우에 토지등소유자는 정비구역 안에 소재한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지상권자이고, 국유지의 재산관리청은 국유재산의 관리사무를 담당하는데 불과하고, 그 소유권은 어디까지나 국가, 지방자치단체에게 있는 점 △2010.7.15. 신설된 도정법 시행령 제28조제1항제5호에 의하면 ‘국공유지에 대해서는 그 재산관리청을 토지등소유자로 산정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 인가처분은 위 규정이 신설되어 시행되기 전에 행하여진 점 등에 비춰 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청을 달리하여 여러 필지를 소유하고 있더라도 개개 관리청을 소유자로 산입해서는 아니 되고 국가, 지방자치단체별로 각 1인만을 토지등소유자로 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서울고법은 조합설립인가 당시 법적 조합설립동의율을 조금 미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유연하게 해석했다.
 

실제로 신길12구역은 전체 토지등소유자 423명 중 315명이 조합설립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74.46%로 법적 조합설립동의율 75%에서 0.54%p가 부족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은 “조합설립을 위한 법정동의율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은 구 도정법 제16조제1항의 규정에 위배되고, 재개발조합의 설립이 인가됨으로써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는 토지등소유자도 그 의사와 관계없이 조합원이 되어 분담금을 납부하고 신축건물을 분양받거나 분담금을 납부할 능력이 되지 않을 경우 현금청산대상자가 되어 주거의 영속성을 상실하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그 하자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동의율은 74.46%로써 조합설립인가시 요구되는 동의율 75%에 불과 0.54% 정도 미달한 것에 불과한 점, 유효한 조합설립인가임을 전제로 그에 따른 후행 사업절차가 상당히 진행되고 토지등소유자들이 조합원의 지위에서 그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등 다수인의 권리의무관계가 복잡하게 형성된 상황에서, 제소기간에 구애됨이 없이 언제든지 조합설립인가의 효력을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법률관계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큰 점 등을 합리적으로 고찰해 보면, 위워 같은 정도의 동의율 부족만으로는 그 하자가 중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결국 동의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하자는 있지만,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다고 할 수 없어 무효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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