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되는 추진위 존폐논란
가열되는 추진위 존폐논란
  • 박노창 기자
  • 승인 2011.05.03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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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3 11:08 입력
  
‘조합취소·무효 후 추진위 부활여부’ 새 쟁점으로 부각
부활론 “흠 있는 조합인가처분 판명땐 부활 당연”
소멸론 “일단 조합설립 목적 달성하면 자동 해산”
 

“추진위원회 승인과 조합설립인가 처분이 단계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추진위는 조합설립이라는 자신의 목적이 달성된 이상 이미 해산해 소멸됐다고 봐야 하며, 이후 조합설립인가 취소판결이 선고되더라도 다시 부활한다고 볼 수 없다.”(소멸론) “추진위가 조합설립이라는 목적의 달성을 이유로 해산했다고 해도 추진위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와 의무를 포괄승계한 조합설립인가 처분의 취소여부가 다퉈지고 있고, 만일 조합설립인가 처분이 취소되면 조합이 포괄승계했던 권리와 의무는 여전히 추진위에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범위 안에서 아직 소멸하지 않고 존속한다고 봐야 한다.”(존속론 또는 부활론) 조합설립 취소나 무효 소송에서 조합이 패소할 경우 조합은 사라지게 된다. 이때 ‘추진위원회 단계로 돌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추진위도 사라지는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해 법원은 물론 법률 전문가들도 견해가 나뉘고 있다.
 

조합무효에 따른 추진위 소멸론과 부활론이 이슈화되고 있다. 소멸론 또는 부활론에 따라 사업 재추진 단계도 달라지는 만큼 조합설립 무효소송이 진행중인 조합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판결이 엇갈리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조합설립인가 처분이 취소 또는 무효가 되는 경우 추진위가 부활하는지 여부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다. 그나마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에 해산에 대한 조항이 언급돼 있는 게 전부다.
 
추진위 운영규정 제5조제1항은 “추진위는 조합설립인가일까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조합이 설립되면 모든 업무와 자산을 조합에 인계하고 추진위는 해산한다”고 돼 있고, 제2항은 “추진위는 자신이 행한 업무를 조합총회에 보고해야 하며, 추진위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와 의무는 조합이 포괄승계한다”고 돼 있다.
 
▲조합인가처분 유효하지 않다면 추진위 부활=추진위는 유효한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때 소멸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합설립인가 처분에 흠이 있어 취소 또는 무효가 된다면 추진위는 되살아난다는 게 부활론의 핵심이다.
 
법률사무소 국토의 김조영 변호사는 “조합설립인가 조건으로 추진위가 해산되는 것”이라며 “만일 이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나 무효가 되면 조건이 취소된 것이기 때문에 추진위는 해산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위로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H&P법률사무소의 박일규 변호사도 “추진위의 존립목적은 조합설립에 있고 이때 조합은 당연히 인·허가청의 적법·유효한 인가에 기초해 사업시행자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온전한 조합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H&P법률사무소의 홍봉주 변호사 역시 “추진위는 행정청으로부터 설권적 인가처분을 받음으로써 달성됐다고 봐야 하는데 인가처분이 취소 또는 무효가 되는 경우에는 이 설권적 인가처분이 결국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추진위 목적달성은 유효한 조합설립만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추진위가 구축했던 권리·의무관계를 포괄승계할 수 있는 사업시행자로서의 적법·유효한 조합이 설립됐을 때 비로소 추진위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해 소멸한다는 주장이다. 즉 적법·유효한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하는 한 추진위 목적은 여전히 달성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존속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는 것이다.
 
종합법률사무소 정원의 채규달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다. 채 변호사는 “추진위 목적은 실질적 요건이 구비되고, 형식적 요건에 하자가 없는 완전한 조합의 설립에 있다”며 “조합설립 하자로 인가가 취소 또는 무효가 된다면 전제조건이 상실됐기 때문에 추진위가 부활해 다시 정당한 조합설립을 위한 행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조합의 전신이 아닌 별개의 단체라는 점과 추진위 재설립에 따른 현실적인 문제 등을 고려해 부활론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동성종합법률사무소의 김태경 변호사는 “추진위 운영규정상 추진위는 그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된 비법인사단이라는 성격과 비법인사단의 업무집행기관이라는 개념이 혼용되고 있다”며 “추진위는 조합이 설립되면 목적달성과 동시에 해산하게 되는 한시적인 기구이지만 해석상 조합의 전신이 아니라 엄연히 별개의 단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합설립의 효력이 상실되는 경우 추진위가 부활하지 않고 소멸하게 된다면 추진위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와 의무를 승계할 주체가 없어지게 된다”며 “처음부터 다시 추진위를 구성해야 하는 문제점 등을 감안하면 추진위가 부활한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조율의 지철호 변호사도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추진위는 해산되지만 민법 제81조를 준용해 청산의 목적 범위 내에서 추진위는 권리·의무를 갖는다”며 “조합이 사라지게 되면 추진위가 행한 업무에 대해 처리할 주체가 없고 다시 추진위를 설립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부활한다고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동조했다.
 
법무법인 우면의 김영진 변호사는 “만일 조합설립인가 처분에 흠이 있는 경우에는 외관상으로는 추진위가 해산된 것 같지만 당초부터 조합이 법인격을 취득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추진위가 해산된 것이 아니다”며 “추진위가 소멸 또는 부활됐다는 표현은 맞지 않고 존속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조합설립 목적 달성되면 자동 소멸=추진위가 조합설립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면 자동 소멸되기 때문에 조합이 취소 또는 무효가 되더라도 소멸한 추진위가 다시 부활하지 않는다는 게 소멸론의 골자다.
 
법무법인 동인의 맹신균 변호사는 “추진위는 조합설립인가를 얻은 때 자신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봐야 한다”며 “나중에 조합설립인가가 무효가 되더라도 목적이 달성된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일 추진위가 부활하게 된다면 위원장이나 감사, 추진위원의 소유권 상실 등으로 불완전한 상태에서 추진위가 발족하게 될 수도 있다”며 “부활된 추진위가 사업을 재추진하기 보다는 아예 새로운 추진위가 사업을 추진하는 게 주민간 분쟁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추진위 여부 따라 사업단계도 달라져=‘추진위 소멸론이냐, 존속론이냐’에 따라 사업 재추진시 시작단계도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된다. 추진위가 소멸한다면 추진위 설립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반면 추진위가 존속하고 있다고 본다면 이 추진위가 조합설립을 추진하면 되는 것이다.
 
김조영 변호사는 “창립총회에 하자가 있어 조합설립인가가 취소 또는 무효가 됐다면 창립총회부터 거쳐야 하고, 조합설립동의율이 문제가 됐다면 다시 법적 동의율을 충족해 새로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일규 변호사도 “추진위가 조합설립동의서 징구나 창립총회 개최 등 조합의 실체를 구성하는 행위와 이에 기초한 조합설립인가 신청 업무를 다시 진행한다고 보는 게 논리적인 귀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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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해석 오락가락 유효서 해산으로 선회
 

■ 정부도 혼선
조합설립 취소·무효에 따른 종전 추진위원회의 부활여부를 두고 국토해양부도 ‘오락가락’ 하고 있어 혼선을 주고 있다.
 

지난 2008년 9월 국토부는 신당10구역 일부 주민들이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경우 종전 추진위가 다시 부활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 추진위를 구성해야 하는 것인지’를 묻는 질의에서 ‘종전 추진위 승인은 유효하다’며 추진위 부활론을 견지했다.
 
당시 국토부는 “신당10구역 재개발사업조합설립인가 신청시 제출된 동의서 중 일부 동의서가 변개된 것으로 밝혀져 그 동의서를 무효로 봄으로써 법정 동의율을 확보하지 못하게 돼 조합설립인가처분이 취소 판결된 것으로, 이 판결내용이 정비사업조합설립위원회 승인 조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기존 추진위원회 승인은 유효한 것”이라고 회신했다.
 
하지만 1년 6개월여가 흐른 지난 2010년 3월 국토부는 조합설립인가 무효처분 시 이미 해산된 추진위원회 인정 여부를 묻는 질의에서 “해산된 추진위를 추진위로 인정할 수 없다”며 기존 입장을 바꿨다.
 
국토부는 “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제5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면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인가일까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조합이 설립되면 모든 업무와 자산을 조합에 인계하고 추진위원회는 해산하는 것인 바, 이미 해산된 추진위원회를 추진위원회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유효에서 해산’ 쪽으로 선회했다.
 
한편 추진위 존속여부와 관련한 가장 최근의 소송에서도 ‘지난 2009년 신당10구역의 서울고등법원 판례’가 그대로 인용되면서 조합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지난 3월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환 판사)는 모 재개발추진위원회가 제기한 ‘조합설립 인가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해산돼 소멸한 추진위원회는 다시 조합설립 인가신청을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소멸한 추진위는 조합설립 인가신청을 할 수 없다고 한발 더 나간 것이다. 다만 인가처분이 취소된 재개발조합이 비법인사단으로서의 지위에서 다시 조합설립 인가신청을 할 수 있는지 여부는 변론으로 여지를 남겨 뒀다.
 
이 재개발구역은 대법원에서 조합설립 무효가 최종 확정된 곳으로 이번 소송도 조합 이전 단계인 추진위원회가 원고가 돼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추진위 부활 및 조합설립 인가신청 가능 여부를 직접 다투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구역은 항소한 상태다.
 
이번 소송에서 추진위는 “도정법에서는 조합인가처분이 취소됐을 경우 추진위가 부활하는지 여부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운영규정에 조합이 설립되면 조합에 인수인계한 뒤 해산하게 돼 있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조합이 취소되면 사업진행 단계상 조합설립에서 한 단계 내려간 추진위 단계로 돼 추진위가 부활한다”고 주장했다.
 
또 추진위 승인과 조합인가 처분은 별개의 행정처분이라는 점도 추진위 부활의 근거로 들었다. 후행행정처분인 조합인가처분이 취소됐다고 해도 추진위 승인처분은 여전히 유효하고 행정처분의 취소는 소급해서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종전 처분은 확정판결에 의해 취소되면서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상태가 됐다고 할 수 있어 추진위는 해산되지 않고 계속해서 존속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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