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연 교수 “죽어가는 도시들에 응급조치 서둘러야”
황희연 교수 “죽어가는 도시들에 응급조치 서둘러야”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0.06.04 2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0-06-04 16:48 입력
  
주민·관청·전문가 힘 합쳐 도시 재활성화 노력해야
마산시 등 6개 도시 대상 연구결과 실제 적용 앞둬
 

황희연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 황희연 교수 프로필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
△서울대 대학원 도시공학과 박사
△제20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
△현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현 도시재생사업단 1핵심과제 총괄책임
△현 국토해양부장관 자문위원
△현 지역발전위원회 특별위원회 위원
 

황희연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재생 R&D 연구의 1핵심과제 총괄책임자로 활동하며 도시재생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1~4개 분야의 핵심과제 중 도시재생 연구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1핵심과제인 ‘지방도시의 쇠퇴진단 및 재생 기법’에 대해 연구 중이다.
 
황 교수는 이번 도시재생 R&D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번 연구가 향후 도시재생 분야의 발전 토대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최초로 전국 도시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연구 과제다.
 
 
동일 시점에서 전국 도시를 한꺼번에 연구할 수 있는 기회는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도시에 잠복돼 있던 문제들을 넓고 깊게 파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아직까지 국내 도입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는 시점에서 도시재생 연구를 이끌고 있는 황 교수에게 그동안 진행된 도시재생 연구 결과에 대해 들었다.
 

▲최근 도시재생에 대한 논의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도시재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쇠퇴한 도시를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한 일련의 노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도시는 물리적 공간을 만들기 위한 건축의 대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곳입니다. 일자리 창출도 돼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통합돼야 하며, 문화적 요소들도 도입돼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쇠퇴 과정을 겪으며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도시재생의 최종 목표는 이처럼 각종 쇠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에 대한 도시 활력을 되찾도록 하는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재생’의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 이유도 이미 만들어진 도시를 다시 활성화시키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도시재생사업단에서 추진 중인 도시재생 R&D(연구·개발)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연구의 종류를 살펴보면 ‘정책과제 연구’와 ‘R&D 연구’로 나눌 수 있는데 R&D는 현장 적용성 있는 원천기술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고, 정책과제 연구는 정책대안 발굴을 위한 연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일부에서는 국토·도시 분야는 사회과학이기 때문에 과연 R&D가 필요하냐는 질문을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도시 분야이기 때문에 더욱 R&D가 필요하다고 설명드립니다. 우리 삶과 직결되는 수많은 행위들이 벌어지는 도시의 기본 베이스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 주도로 진행하는 이번 도시재생 R&D는 국내 최초이면서 최대 규모로 진행돼 국토·도시 분야 발전에서 끼치는 영향은 지극히 크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도시재생사업단에서 연구하는 R&D 결과는 우리나라 전국 도시를 대상으로 도시를 둘러싼 각종 도시 문제를 도시재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확보하고 그에 따른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와 기법개발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입니다.
 

▲도시재생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무엇보다 주민 참여가 필요합니다. 도시재생사업은 주민이 주도하는 사업입니다. 그동안 많은 도시계획 및 개발에서 주민들이 소외돼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도시재생에서는 물리적 재생만이 목적이 아닙니다. 주민 간 공동체 형성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커뮤니티가 활성화 돼야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그로 인해 경제도 활성화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과 공무원, 전문가가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합니다. 주민의 실천력과 관청의 행정력, 그리고 전문가의 전문성이 합쳐진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종전의 도시계획 및 개발은 사업자 중심의 개발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변 지역과 조화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다양한 도시 문제가 발생됐습니다. 이제는 사업자들도 이러한 도시재생의 취지에 적합한 개발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봅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일반에 공개됩니까=당연합니다. 도시재생 R&D 연구의 이유 중 하나가 향후 도시 연구의 발전을 위한 기초 자료를 마련해 장기적인 도시 연구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 연구가 워낙 중요하고 의미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연구 결과 및 새로 개발되는 도시재생 모델 등에 특허 출원을 준비 중입니다. 이용자들의 부담을 최소화 한다는 전제 하에 약간의 자료 이용 요금이 부과될 예정입니다.
 

▲도시재생에는 연계사업 등 정부의 대폭적 지원으로 인해 공공의 참여도가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많습니다. 현재 도시재생에서의 공공 참여 여부는 어떻게 논의되고 있습니까=도시재생 과정에서 공공참여는 현재보다 많아질 것입니다만 그 참여비율은 도시마다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민간 스스로 도시재생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공공에서는 제도적 뒷받침만 하는 선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반면 스스로 도시재생이 불가능한 도시에 대해서는 공공의 지원과 참여가 불가피할 것입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도시재생이 되더라도 민간의 참여 욕구가 높기 때문에 공공이 직접 나서는 것보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는 선에서 공공의 역할이 정해지게 될 것입니다.
 

지방 중소도시는 공공의 참여 비율이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지방 중소도시에는 민간수요가 없어 자체적인 도시재생의 가능성이 빈약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공공이 해당 도시에 공공시설·문화시설 등의 앵커(Anchor)사업을 수행하여 도시재생을 촉진시키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비영리 성격의 ‘도시재생회사’ 설립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투자를 하며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고 일정 비율은 공공이 기금출연 등을 통해 참여해 민과 관이 서로 합작해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부처별 연계사업’이 도시재생의 성공 여부를 쥐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합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연계사업 도입 방안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연계사업의 취지는 지자체에 산발적으로 집행되는 각종 사업들을 도시재생 체계 내로 흡수해 통합적 관리를 하자는 것입니다. 결국 실제 사업의 적용이 지자체에서 이루어지므로 도시재생 기법을 통해 해당 지역 중심으로 정책 초점을 모으자는 것입니다.
 

이 논의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진행됐던 논의인데 중앙정부 부처별,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그리고 지자체와 주민 간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엮여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이 논의는 현 정부에서 ‘포괄보조금 제도’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중앙정부 부처에서 집행해 오던 유사한 사업들을 하나로 묶어 집행되고 있습니다만, 이 방법도 아직 가시적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도시재생과 관련된 사업들을 다로 떼어내 별도의 ‘컨트롤 시스템’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이 ‘컨트롤 시스템’을 통해 도시재생 체계 내에서 취지에 맞는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이 논의도 도시재생 전담 부처인 국토해양부 권한을 넘어서는 것으로 각 부처별 의견 통합이 쉽지 않습니다. 각 부처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국무총리실 차원의 기구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현재 ‘국가경쟁력위원회’에서 참여하고자 하는 의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도시재생 명칭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고 들었습니다=‘도시재생’의 명칭은 그대로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시재생 명칭이 일본에서 받아들여 온 것이므로 다른 명칭을 만들자는 주장이 연구 초기에 제기됐던 바 있으나 현재는 이 명칭으로 굳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큰 이변이 없다면 이 명칭이 법률에 포함돼 공식적인 용어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시재생’을 별도의 분야로 만들어 연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이견이 제기되고 있기도 합니다. 기존에 존재하던 도시계획의 틀 내에서도 충분히 연구가 가능한데 별도의 개념을 만든다는 지적이 있는데요=도시재생은 현행 도시계획 체계에 포함시키기에는 약간 곤란한 점이 있습니다. 기존 쇠퇴 도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분명한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 실행 사업단위의 세세한 부분까지 다뤄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도시재생 R&D 연구는 단순히 연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업 방안까지 내놓고 최종적으로 실무에 적용하는 것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쇠퇴하는 지방 중소도시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도시재생 모델 및 매뉴얼까지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행 도시계획 근거법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계획법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법으로 실제 사업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도시재생기본법> 등 도시재생 관련 법률을 별도로 만드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연구된 내용은 곧 실무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이미 △마산시 △나주시 △청주시 △아산시 △군산시 △전주시 등 6개 도시와 MOU 계약을 체결해 놓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기존 법률 체계도 약간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도시개발법>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 도시재생 법률과의 연계성 확보를 위해 연구 중입니다.
 

▲도시재생 논리에는 인구 ‘제로섬게임’의 모순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도시재생을 통해 한 도시가 살기 좋아져 인구가 늘어나게 되면, 상대적으로 인구가 유출돼 피해를 보는 도시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우려입니다=도시재생에서의 도시 활성화를 주민 숫자 늘리기로 보는 것은 오해입니다. 도시재생의 초점은 기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오히려 지방 중소도시에 대해서는 현재의 주민이 계속 정착해 살 수 있도록 독려하는데 있습니다. 도시재생에서는 인구의 급격한 이동을 원하지 않습니다. 엄청난 자본과 산업을 끌어들여 도시의 경제상황을 변혁시키려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우리 도시들은 안정화 상태에 들어섰습니다.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감소는 과거 산업사회 시대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산업의 발전과 함께 노동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농촌 인구를 급격히 빨아들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탈산업사회에 들어서 그러한 대규모 노동력 수요도 사라졌습니다. 급격한 인구 증가가 도시기반 시설 부족 등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우리는 과거 경제성장 시대를 거치면서 경험했습니다. 구미 선진국의 경우에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없어졌습니다.
 

도시재생의 방향은 결국 해당 도시의 특성을 얼마나 더 높일 수 있느냐에 있을 것입니다. 서울은 서울의 특성이 있을 것이고, 청주는 청주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고 제주는 제주의 특성이 있을 것입니다. 경제 활성화 연구 또한 각 도시의 특성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민들이 해당 도시를 떠나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있습니다.
 

▲도시재생의 구체적인 정책 형태는 어떤 모습이 될 것으로 보십니까=각 도시마다 현재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 상황에 맞는 적절한 도시재생 정책이 도입될 것입니다. 도시 전반에 문제가 있는 도시가 있으며 부분적으로만 문제가 있는 곳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을 진단한 후 그에 맞는 처방이 내려질 것입니다. 긴급한 상황에 처한 곳에는 그에 맞는 정책이 시행될 것이며, 앞으로 문제가 많이 발생될 수 있는 곳에는 예방차원에서의 정책이 도입될 것입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