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선 회장-- “정비업체는 신호등… 제 구실 못하면 대형사고”
윤도선 회장-- “정비업체는 신호등… 제 구실 못하면 대형사고”
  • 박노창 기자
  • 승인 2010.04.20 0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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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0 18:28 입력
  
협회 법정화 소식에 우선권 경쟁 등 물밑 신경전
“밥상 차려 놨더니 숟가락만 얹겠다는 심사” 불쾌
 
 
윤도선  
(사)한국도시정비전문관리협회 회장
 

정비업체의 협회 설립근거 등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지난 15일 공포되면서 이르면 7월 중순쯤 법인단체가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법 개정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협회설립에 대한 우선권 확보경쟁이 펼쳐지는 등 벌써부터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다만 사단법인 형태로 한국도시정비전문관리협회가 이미 조직돼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협회 설립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그 중심에 윤도선 회장이 있다.
 
▲협회 설립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 숨은 노력이 있다고 들었다=법정 협회는 우리가 만들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협회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회장단 회의에서 협회 법정화를 논의한 후 법정화추진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고, 법정화의 논리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서울대학교 김종보 교수에게 협회 법정화 등 ‘정비사업 선진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의뢰했다.
 
지난해 1월 최종 연구보고서가 완료됨에 따라 이를 소책자로 제작해 국회와 국토해양부, 서울시 등에 배포하고 협회 법정화의 당위성을 적극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개정된 도정법의 법정협회 설립 조항은 거의 대부분 이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다. 법정화를 추진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일일이 말하기 힘들 정도다.
 
특히 정비사업전문관리업에 대한 인식 자체가 극히 부정적이어서 설득에 어려움이 많았다. 연구보고서를 들고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의원들을 찾아다니고, 국토부와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했으나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정비업체의 이익을 위해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식의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다. 실제로 지난해 봄 비가 억수로 퍼붓는 날이었는데 부회장 몇 분과 함께 모 의원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이 의원에게 협회 법정화가 왜 필요한가는 고사하고 정비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씻어내기 위한 설득에만 1시간 이상을 소요해야 했다.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듣고 나오기는 했지만 정비사업에 대한, 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에 허탈감을 느껴야 했었다.
 
▲현재까지 협회 설립을 위한 준비모임은 어떻게 돼 가고 있나=법률분과 자문위원 등을 통해 법정협회 구성을 위한 조직구성(안)과 정관(안) 초안을 준비하고, 하위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을 위해 국토부와 긴밀하게 협조체제를 구축해 놓은 상태이다. 지난 12일 제1차 발기인모임을 통해 정관안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고 조만간 확정안을 만들 생각이다. 이후 회원 및 비회원을 망라해 모든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대상으로 발기인 서명을 받고 발기인 대회와 창립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복수협회가 인정되기 때문에 대형 정비업체를 중심으로 별도의 협회를 구성할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지난 3월 18일 개정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발기인을 모집한다며 업체를 방문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협회가 법률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할 때 뒷짐지고 있던 사람들이, 또 협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들의 권익과 정비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때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사람들이 막상 법률이 개정되자마자 먼저 움직이는 것을 보며 비애감마저 든다. 모 영화배우가 시상식에서 ‘다른 스태프과 배우들이 다 만들어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었는데, 지금 양상이야말로 ‘밥상 차리는 사람 따로, 숟가락 얹는 사람 따로’ 아닌가 싶다.
 
복수협회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뜻을 하나로 모아 어렵게 만든 기회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법정협회 설립이 가능해졌다고 정비업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없어지고 업체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자정노력을 펼치고 공익적 차원에서 정비사업을 원활하게 이끌어 나가야 업계의 위상이 제대로 서는 것이다. 협회는 사익이 아니라 전체 업계의 공익을 위해, 나아가 사회와 국가에 공헌하기 위해 설립되는 것이라는 점을 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법에 명기된 협회 업무 외의 다른 사항들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해 놓고 있는데, 어떤 업무들이 포함돼야 한다고 보는지=이번 법 개정으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종사자의 자질향상을 위한 교육,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정보종합체계 구축·운영 등이 협회의 위탁사무로 명기됐다.
 
사실 법률개정을 추진하면서 이외에도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신청 및 접수, 사업실적과 자본금의 변경, 임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 기술인력 변경 보고 접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 대한 조사업무 등도 위탁사무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하위법령이나 조례에 어떻게 반영될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공공관리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해본다면? 또 공공의 하수인으로 정비업체가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정비업체에서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한다고 보는지=공공관리제도가 도입된다고 해서 정비업체의 역할과 기능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정비업체의 역할과 기능이란 단순하게 말하면 추진위나 조합에게 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주고 서포트하는 것이다.
공공이 선정한다고 해서 이 역할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비사업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민간인 조합이다. 추진위원회 인가까지 비용을 보조한다고 해서 공공이 민간의 권한을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공공관리제도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정비사업 현장에 더 큰 혼란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실적 등을 너무 중시할 경우 신생업체나 후발업체가 사실상 고사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선정기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경우 컨설턴트로서 정비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평소 갖고 계신 정비업체의 역할론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정비업체는 계획가이자 교통 신호등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본다. 신호체계가 잘못되면 교통 혼잡은 물론 대형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정비업체가 제 역할을 못할 경우 정비사업이 좌초되거나 조합원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해당 사업지의 정비사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계획과 실행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이해관계가 다른 토지등소유자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것부터 각 단계 단계마다 정체되지 않고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는 것이 정비업체의 역할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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