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이길동 상무>정비사업에 대한 CM의 필요성
<열린광장 이길동 상무>정비사업에 대한 CM의 필요성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9.12.2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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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3 14:00 입력
  
이길동
정림건축 상무·前 서울시 건축사무관
 

얼마 전, 서울 모 조합의 협력사 선정 총회에 참석했다가 그곳에서 벌어진 상황을 보고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공사비 규모가 1조원에 가까운 대형사업장이었지만 경험과 규모가 부족한 설계업체가 선정됐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선정될 수 없었을 것이다. 검은 커넥션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제대로 된 설계도서도 없고 배치도와 평면도 몇 장만 준비한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과연 이 업체가 공사비 1조원에 육박하는 초고층 아파트 설계를 제대로 해 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현재의 정비사업 시장 현실이 이렇다. 경험과 실력이 부족한 설계자들은 서울시의 도시경관 퀄리티 저하는 제쳐두더라도 잦은 시행착오로 조합에 피해를 안겨준다. 잦은 설계 변경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만든다. 결국 사업을 진행하면서 설계변경에 따른 사업비 상승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해 보자는 취지에서 서울시가 공공관리자제도를 제안하고 나섰는데 이 또한 문제다. 과거에 이미 시행했던 제도의 재활용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시행됐는데 왜 지금은 시행되지 않을까. 공공관리자제도 역시 문제가 있어 폐지됐던 적이 있다. 
 

1977년 당시 재개발사업에는 공무원들이 대거 투입됐다. 지금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공관리자제도’와 비슷한 형태다. 민간 비리를 우려해 서울시가 모든 것을 맡아 추진했다. 구역을 선정하고 조합인가와 함께 아파트 공사계약과 관리처분도 직접 맡아 진행했다. 담당 구역을 정해 공무원을 현장 감독자로 상주시켜 관리·감독을 담당하게 했다. 토지소유자는 서울시의 관리처분 내용을 통보 받을 뿐이었다.
 
그러나 공공관리자제도라고 해서 비리와 부패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현장에서 계속된 주민들의 민원과 투서, 고소·고발 등이 줄을 이었고 실제로 조합집행부와 공무원의 비리 문제들도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여론도 재개발사업에 공무원의 직접 개입은 문제가 있다는 쪽으로 움직였고 결국 이 제도는 종지부를 찍게 됐다. 그 후 이를 대신할 새로운 제도가 나왔는데 그것이 바로 1982년 도시재개발법이 제정되면서 만들어진 조합 방식의 현행 체제다.
 
사업추진은 민간이 하고 공공은 행정지도와 관리감독만을 담당하게 하는 구조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구조는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내용에도 그대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상의 문제를 안고 있는 30년 전의 제도를 만병통치약처럼 둔갑시켜 다시 부활시키려는 서울시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재개발사업을 하지 않을 수는 없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 건설사업관리제도(CM; Construction Management) 도입을 통해 사업관리 분야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전문성과 책임감으로 무장한 전문가 그룹이 자리잡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업체 선정은 구청이 담당해 전문성을 겸비한 건설사업관리업체를 통해 향후 체계적인 사업추진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법적인 권리와 함께 책임도 부여하는 건설사업관리제도를 도입해 시행한다면 공공이 관여함으로 발생하는 부작용들도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현행 정비업체와 건설사업관리업체의 영역 충돌이 우려되긴 하지만 시간을 갖고 조정해 나가면 해결될 것으로 본다.
 
많은 재개발 구역 주민들은 더 이상 몇 명의 집행부에 의해서만 추진되는 상황이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건설사업관리자 등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사업관리를 할 수 있는 진정한 전문가 집단이 새로운 정비업계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
 
이 새로운 전문가집단이 정비업체를 선정하고, 자금을 동원하며 시행자모임 구성 및 설계업체 선정과 함께 정확한 견적을 통한 공사비 비교분석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제일 유리한 시공사를 선정하게 하고 향후 공사관리도 주민 대신 진행하며 집행 및 감독까지 하는 그런 모습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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