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최태수 사무국장>과도한 세입자 보상, 재개발 목죈다
<시론 최태수 사무국장>과도한 세입자 보상, 재개발 목죈다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8.11.12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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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2 14:21 입력
  
최태수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사무국장
 

어느 정당이 뉴타운 재개발사업의 세입자 주거이전비 관련 집단소송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재개발사업의 시행주체인 조합은 법률에 의해 토지수용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재개발조합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이전하는 주거용 건물 세입자들에게 재정착과 주거이전을 위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그 주거이전비는 통계작성기관이 조사·발표하는 가계조사통계의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구원수별 평균가계지출비를 기준으로 산정해 4개월치를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2008년 1/4분기 주거이전비 금액을 보면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할 때 그 비용은 1천439만1천676원이다. 세입자에 대한 보상은 주거이전비의 지급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임대주택 입주권까지 부여해야 한다.
 
이것이 어느 정당이 주장하는 세입자의 법적 권리의 내용이다. 그런데 그 세입자의 권리실현은 한 지붕 아래서 오순도순 함께 지내온 집주인인 재개발조합원이 몽땅 책임져야 하는 것인가? 전세보증금 반환해 주고, 주거이전비 주고, 또 임대주택도 주어야 한단 말인가? 그것도 집을 가지고 있는 유주택 세입자에게도 말인가? 재개발 조합원이 된 것이 이렇게 큰 책무를 지녀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세입자를 두지 않았던 조합원도 그 부담을 나누어야 한단 말인가? 낡고 헌집 대신 내 돈 들여 새 아파트에 살기 위해 치러야 하는 게 뭐 이리 많단 말인가?
 
그런데 어려운 사정은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니 더욱 걱정이 깊어진다. 얼마 전 서울행정법원의 주거이전비 지급기준일에 관한 판결은 재개발사업을 더욱 더 깊은 수렁으로 내몰고 있다. 판결에서는 주거이전비의 지급기준일을 사업시행인가일로 규정했다. 지금껏 일선의 재개발사업장에서는 정비구역지정 공람 공고일을 기준으로 해 왔는데 이번 판결로 업무수행에 대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이미 주거이전비 지급 관련 업무를 마친 조합들에서는 이번 판결로 주거이전비의 증가액 뿐만 아니라 판결을 근거로 한 세입자들의 거센 보상 요구로 사업추진 일정에 차질을 빚어 조합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 또한 종전에도 세입자 보상을 노린 위장 전입자들을 분류하는 데 필요 이상의 업무를 수행했던 실상을 비추어 보면, 보상 시기에 즈음한 세입자 알박기와 위장 전입 급증 등의 사회적 문제들로 곤혹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한다.   
 
재개발에서 〈공익보상법〉을 준용해 토지수용권을 부여한 이유는 1970년대 초반, 재개발을 하기 위해 구역지정을 할 당시에 재개발의 사업시행자는 원칙적으로 공공, 즉 국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정이 열악한 당시 정부에서는 사업을 시행할 여력이 없었고, 이에따라 위탁재개발, 합동재개발 등의 방법을 거쳐 사업시행자가 민간으로 이양된 것이다. 다시 말해 나라에서 못하는 재개발을 민간이 대신 해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현재 재개발사업은 민간이 주체가 돼서 시행하는 사업이다. 30년전 재개발사업이 태동했던 시기와는 근본적인 개념이 달라진 것이다. 재건축은 매도청구의 방법으로 소유권을 확보하는데 비해, 재개발은 아직도 공공이 시행할 때와 마찬가지로 토지수용으로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이나 사업주체 등 사업의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을진대, 재개발에서 세입자들에게 과도한 보상을 해 줘야 한다면 조합원들에게 너무 무리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아닐까. 재개발조합에게 세입자들의 주거이전비를 지급케 하고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공급토록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국가의 무책임한 권력행사가 아닐까?
 
국토해양부가 지난 8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입법예고(안)을 통해 재개발사업의 세입자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과 세부적 시행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환영해야 할 일이다. 재개발사업이 추진돼야 세입자들의 보상문제가 논의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노후·불량주거지역의 개선을 위한 재개발사업 추진은 국가의무 이행을 위한 중차대한 과제일 것이다. 뒤늦은 감 없는 정부의 전향적인 세입자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에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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