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준표 변호사-- 재개발 추진위가 선정한 시공자 추인결의 무효
함준표 변호사-- 재개발 추진위가 선정한 시공자 추인결의 무효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8.03.17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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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7 12:01 입력
  
조합이 경쟁입찰방식으로 시공자 선정해야

재개발 시공자 선정은 조합의 고유 권한으로 조합원 총회결의로
 선정해야 하며, 추진위가 선정한 시공자를 추인하는 결의는 무효
 
함준표
함준표법률사무소 변호사
 
상당수의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추진위 단계에서 주민총회를 통하여 시공자를 선정했습니다. 시공자의 후원 하에서 조합의 설립절차를 밟아 나가고, 이와 같이 추진위 단계에서부터 후원을 해 온 시공자는 예외없이 조합설립 후에도 조합원 총회의 추인결의를 통하여 여전히 시공자의 지위를 유지하게 되는 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는 것이 과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으로 칭함)에 부합하는 적법한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위와 같은 방식의 시공자 선정은 무효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
 
현행 〈도정법〉 제11조는 “주택재개발사업조합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주택재건축사업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건설업자 또는 등록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야 하며, 그 선정방식은 건설교통부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법 제14조는 추진위가 할 수 있는 업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동조항에는 시공자 선정에 대한 규정은 없습니다. 반면에 동법 제26조는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얻어야 하는 사항 중 하나로 시공자 선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결론하여 〈도정법〉에서는 시공자의 선정은 추진위 결의로는 할 수 없고, 재개발조합은 설립인가를 받은 후에, 재건축조합은 사업시행인가 후에 조합원 총회를 열어 총회결의로써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도정법〉이 시공자의 선정을 조합설립인가 이후나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하도록 한 것은 조합사업의 주체인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스스로 결정·선택하도록 한 것이며, 거대 건설사의 전횡이나 횡포를 미리 차단코자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조합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추진위는 자금이나 능력 면에서 역부족이므로 거대 건설사인 시공자의 도움을 얻고자 하는 것이 보통이고, 시공자는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위 단계에서부터 자금이나 노력을 투여하여 추진위의 조합설립을 완성토록 하는 것이 일반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설립된 조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추진위가 선정한 시공자의 기득권을 그대로 인정하여 이를 추인하는 결의를 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 것입니다. 종전에는 조합원 총회에서의 시공자 추인결의나, 시공자 선정결의나 법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견해도 팽배하여 이와 같은 관행이 계속되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추진위의 구성원과 조합의 구성원은 반드시 동일한 것이 아니며, 추진위가 정해 놓은 시공자를 조합이 추인하는 것은, 실제로는 다분히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조합원들의 의사결정이 가장 적법하고 타당하게 반영되기 위해서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다수 건설사로부터 입찰제안을 받고, 또한 총회에서 어떤 시공자가 좋을 것인지에 대한 찬반 양론을 전개하고, 이와 같은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토론과 주장 가운데에서 비로소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는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시공자를 선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추인결의’란 이와 같은 절차적 정의가 완전히 생략된 채 단지 과거 추진위의 행위를 인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만을 정하는 것이 되어 위법·부당한 것입니다.
 
개인이든, 단체든 어떠한 법률행위가 유효·적법하기 위해서는 그 실체적 내용면에서 적법·타당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절차적으로도 정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공자 선정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조합이 주체가 되어 먼저, 경쟁입찰의 방식에 의해 건설사의 입찰제안을 받아 이들 시공사의 제안서 등을 사전에 각 조합원들에게 배포·주지시켜 조합원들이 충분히 그 내용을 주지한 상태에서 조합원 총회에 참석하여 시공자를 선택할 수 있는 실체적·절차적 정의가 모두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추진위의 주민총회에서 선정한 시공자는 조합설립 이후에도 여전히 시공자의 지위를 유지할 것임을 장담할 수 없는 것입니다. 만약 재개발조합이 설립된 이후에, 재건축조합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연후에, 종전의 시공자 역할을 해 왔던 건설사를 배척하고 새로운 건설사를 선정할 경우 여러 가지 복잡한 법적·사실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법적으로 불가한 것은 아닙니다.
 
이와 같은 시공자 교체가 이루어 질 경우 추진위 시절부터 제공해 온 시공사의 자금·노고에 대한 보상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나 〈도정법〉 제15조제4항은 “추진위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와 의무는 조합이 포괄승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조합은 추진위가 전 시공자로부터 차용한 금원 등을 반환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공자가 제공한 무형의 노력이나 금전으로 평가하기 곤란한 노고에 대하여 적정한 보상을 받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추진위 단계에서 조합설립이 무산되는 경우의 책임 문제입니다. 이 경우에는 추진위 당시에 소요한 비용에 대하여 이를 승계할 조합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결국 시공자가 채권자로서 추진위에 소속된 구성원이나 임원들을 상대로 배상청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추진위가 선정해 놓은 시공자가 당연히 조합의 시공사로 인정될 수 있는 법적·사실적 담보방법은 없는지가 의심입니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시공자는 보다 안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위 단계에서부터 후원을 개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방안 중 하나로 조합설립시 징구하는 조합규약에 아예 “시공자는 추진위가 선정한 시공자로 한다”는 규정을 두자는 의견도 있으나 이와 같은 방식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도정법〉 규정은 강행규정이고 〈도정법〉이 시공자를 조합원 총회에서 선정하도록 규정한 입법취지에 비추어 이를 탈법적으로 면탈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도정법〉 하에서 추진위가 선정한 시공자는 사실상 우선권을 확보할 수는 있을지언정 법적으로는 아무런 자격이 없다고 보아야 하며, 추진위가 선정한 시공자는 조합이 형식적인 추인결의를 한다하여도 이는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재개발조합은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재건축조합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경쟁입찰의 방식을 통하여 시공자를 선정하는 조합원 총회결의를 하여야 할 것이며, 그 이전의 추진위는 〈도정법〉 제69조가 정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도움을 받아 조합설립업무를 추진하여야 할 것입니다. 다만 건설사가 충분히 자신의 지위를 인식하고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추진위를 후원하겠다고 하는 경우까지 극구 거부할 이유는 없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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