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 ‘4/5→3/4’ 되면…
재건축·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 ‘4/5→3/4’ 되면…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7.11.06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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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6 17:36 입력
  
매도청구 등 재건축·재개발 ‘숨통’ 기대
전문가 “매도청구 시점은 조합설립인가 시점”
재건축 결의 규정한 집건법도 동시 개정돼야
 

 
재건축 조합설립 동의율이 4/5에서 3/4으로 완화되면 매도청구 시기도 당연히 앞당겨질까. 전문가들은 매도청구 시기가 완화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일부 재건축 업계에서는 “매도청구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기 때문에 <집건법>상의 재건축결의인 4/5 이상의 결의가 이뤄진 후에야 가능한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법무법인 동인의 맹신균 변호사는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아니한 자에 대해 매도청구를 할 수 있는데 이때 재건축결의는 조합설립 동의로 본다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도 명시돼 있다”며 “<도정법>은 <집건법>에 대한 특별법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함준표 법률사무소의 함준표 변호사도 “이같은 우려가 나오는 것은 〈집건법〉에도 재건축결의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기회에 함께 개정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이어 “〈도정법〉은 제정때부터 급조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다”며 “〈도정법〉이 전면 개정되는 마당에 관련법을 함께 손질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한중의 홍봉주 변호사도 같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홍 변호사는 “조합설립 동의율이 완화된다는 의미는 매도청구나 재건축결의도 모두 완화되는 것”이라며 “단순히 정족수 규정이라면 차라리 〈집건법〉 제47조를 배제하는 것을 개정안에 분명히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행 〈도정법〉 제16조제2항은 “주택재건축사업의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때에는 〈집건법〉 제47조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주택단지안의 공동주택의 각 동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3분의 2 이상의 동의와 주택단지안의 전체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5분의 4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관 및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서류를 첨부하여 시장·군수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왜 발의했나=법안을 대표발의한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측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조합설립을 위해 토지등소유자 5분의 4 이상의 동의를 받는다는 것은 사업촉진은 커녕 소수의 반대만으로도 사업추진을 불가능하게 만들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며 “원활한 주택공급에 차질을 가져오게 됨으로써 서민들은 내집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낙후된 구 시가지의 광역적 개발을 통해 도시기반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재건축·재개발사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조합설립 동의율을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어디까지 왔나=허태열 의원 등은 지난 5월 조합설립 동의율을 현행 4/5에서 2/3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도정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6월 22일 제1차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안을 마련한 뒤 전체회의에 보고됐다. 지난 9월 12일 건설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4/5에서 3/4으로 낮추는 대안이 의결됐다. 본회의 통과를 남겨 놓은 현 시점에서 빠르면 올해 안으로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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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단지 규모 클수록 혜택 늘듯
 
■ 완화 효과
 
조합설립 동의율이 75%로 낮아지게 되면 수치상으로는 5%p에 불과하지만 현장에서는 그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며 업계 관계자들은 반기고 있다.
실제로 재건축·재개발 조합설립시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70% 선까지는 큰 무리없이 동의율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10%는 현실에서 넘어설 수 없는 벽처럼 받아들여지곤 한다. 소재를 알 수 없거나 연락이 두절된 토지등소유자에서부터 소유주가 외국인인 경우 등 대부분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주체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일부 재개발 구역이나 단지규모가 큰 재건축사업장의 경우 조합설립 동의율이 완화되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대나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80%의 주민동의율을 맞추지 못해 사업이 지연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5%p만 완화돼도 사업추진에 탄력이 붙는 곳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도 “우리 아파트의 경우 동별 2/3 요건은 맞췄는데 세대수가 많아 전체 4/5 이상의 동의율을 맞추지 못해 난감했다”며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곧바로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특히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서울의 경우 아직까지 추진위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개포주공 2·3·4단지와 개포시영, 고덕주공2·3단지, 고덕시영, 방배동 삼호1·2·3차, 둔촌주공 등이 사업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주민동의율 확보과정에서 주민간 의견대립이 커 사업이 답보상태였던 한강맨션은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다만 재건축의 경우 동별 2/3 이상 요건은 그대로 유지된다. 주민동의율이 80%를 넘겼지만 동별 2/3 요건을 맞추지 못한 잠원동 한신2차 등은 법이 개정되더라도 큰 영향은 없다. 결국 상가 등 부대복리시설의 동별 요건은 그대로여서 상가 동의율 확보가 재건축 조합설립의 최대 변수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조합설립 동의율이 완화되더라도 재건축의 경우 각종 규제가 산적해 있어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재건축 전문가는 “용적률 상승폭이 크지 않은 고밀도 중층 아파트 단지들의 경우 1:1 재건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거기에 소형평형의무비율이나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등 중첩된 재건축의 규제 정책이 바뀌지 않는 이상 별다른 효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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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결의는 조합설립과 동일
 
매도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재건축결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때 재건축결의는 현행 〈도정법〉상 조합설립과 동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도정법〉 제39조는 “법 제16조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한 조합설립의 동의를 하지 아니한 자의 토지 및 건축물에 대해 〈집건법〉 제48조의 규정을 준용하여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재건축결의는 조합설립의 동의로 본다고 명시돼 있다.
 
 
일부 변호사들은 “재건축결의는 조합설립의 동의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도정법〉의 문리해석상 〈집건법〉의 재건축결의는 필요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집건법〉만 따로 떼어놓고 볼 경우 매도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한 재건축결의는 전체 4/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결국 이처럼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업계의 오해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종전에 재건축을 규정했던 구 〈주택건설촉진법〉에도 〈집건법〉에 따라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주촉법〉 때 재건축결의 역시 현행 〈도정법〉처럼 ‘동별 2/3 이상, 전체 4/5 이상’이었다.
 
이와 관련 맹신균 변호사는 “〈주촉법〉때도 매도청구가 가능했던 것은 ‘동별 2/3 이상’ 요건을 맞췄기 때문이었다”며 “조합설립 동의율이 3/4으로 낮아지더라도 동별 2/3 이상 요건만 맞추면 마찬가지로 매도청구가 가능하다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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