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3단지 ‘트리지움’ 조경미학
잠실 3단지 ‘트리지움’ 조경미학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7.10.24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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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4 11:49 입력
  
미술관 같은 ‘藝香 아파트’…  나비생태정원 첫 시도
조형 파고라 너머 숲속에 야외카페 조성
수변공간 설치 휴양지 같은 분위기 연출

 
지난 8월 말 잠실3단지가 입주를 개시하며 ‘트리지움(Ⅲ-ZIUM)'이란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트리지움 단지 명칭은 숫자 3과 기타 발성음을 조합해 만들어졌다. 잠실3단지의 맥을 이었으며 문화·쇼핑·교통의 3박자를 갖추었다는 의미로 ‘트리(three)’를, 미술관이라는 의미로서의 ‘뮤지움(museum)'과 ’짓다‘의 명사형인 ’지음‘ 등의 발성음이 조합됐다. 트리지움이 내세우고 있는 ‘문화·쇼핑·교통의 3박자’와 ‘미술관’의 추상적 개념은 실제 주민들에게는 쉽게 와닿기 어렵다. 그래서 조경에 담아 표현해야 했다. 그 효과적 표현을 위해 건설사에서는 단지 특화 과정에서 이 개념을 적용시키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파고라, 그린테라스, 벽천 및 조형작품 등 다양한 조경 시설을 계획했다. 비교대상이 존재하고 있기에 부담감이 있었다. 엄청난 조경 물량을 쏟아 부은 레이크팰리스와 비교될 것이 분명했다. 기존 단지 조경을 벤치마킹하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새로운 개념의 조경 시설을 고민했다. ‘호접몽’이라는 이름의 나비 생태 정원은 이 과정에서 탄생됐다.
  
국내 도심 아파트에 처음으로 도입하는 것이었다. 나비를 키우는 아파트가 된 것이다.
 
▲나비 생태정원 ‘호접몽’=트리지움은 나비를 키우는 아파트다. 나비 생태를 연구해 자연적인 나비 서식처와 흡사한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이 서식처에서 나비들이 자연스레 생활하고 번식하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수변공간을 조성하고 팽나무 숲과 억새밭을 조성해 나비들이 숨기도 하고 먹이도 찾고 번식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사람들의 접근을 배제하되 사람들의 관람을 위해 2층 높이의 데크를 조성, 나비의 서식처와 사람들 사이에 간격을 만들어 놓았다.
 
조합에서는 이 시설이 향후 지역 내 명물이 될 것이라며 부푼 기대를 하고 있다. ‘호접몽’이란 이름은 동양고전 ‘장자’에 나오는 고사다. 장자가 꿈 속에서 나비가 되는 내용으로써 자연과의 합일을 언급하고 있는 내용에서 따왔다. 
 
나비를 도입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요인은 활동적 요소를 도입코자 하는 이유다. 아파트 주변 시설물을 포함해 나무·꽃 등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는 요소들이 모두 정적이다. 따라서 나비가 단지 내부를 날아다님으로써 보다 활동적인 단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GS건설 강철현 차장은 “기존 도심 아파트에서 나무나 화초 등은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이는 움직이지 않는 정적 요인들이 대부분이었다”며 “나비 생태 정원에서 나비들이 집단적으로 서식하게 되면 단지 곳곳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등 활동적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해 도입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환경 요인이다. 나비는 지표생물로 알려져 있다. 지표생물은 환경상태나 환경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의 상황을 측정하는 지표가 된다. 따라서 오염 피해 등 환경에 변화가 생길 경우 빠르게 반응하고 영향 받는 생물이다. 나비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개체 수가 줄어들 경우 환경에 큰 변화가 있다는 의미다. 나비와 함께 살면서 환경의 중요성도 인식할 수 있다는 게 생태 정원 도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나비 생태 정원이 자리잡은 위치를 보더라도 조합 및 건설사 측에서 단지 랜드마크로 삼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트리지움은 지하철 2호선 신천역에 인접해 있으며 많은 주민들의 동선이 몰리고 있는데 나비 생태정원의 위치를 이 동선 상에 근접시켜 놓았다.
 
내년 여름의 어느 날 트리지움 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나비들을 기대해 볼 만 하다.
 
▲미술관 이미지 도입=‘트리지움’이란 이름에 포함된 주요 이미지 중의 하나가 ‘미술관’이다. 단지 전체를 미술관처럼 만든다는 컨셉을 위해 단지 곳곳에 미술 조형물 등 관련 아이템들을 배치시켜 놓았다. 따라서 친환경과 관리의 이미지가 적절히 배합돼 있다. 일부 지역은 풍부한 식재를 통해 나무와 초화류로 이뤄진 숲을 느낄 수 있으며 또 다른 지역은 넓은 잔디밭으로 조성해 시원한 개방감을 맛볼 수 있도록 했다.
 
단지 내 각 출입구 부근에는 20여 개의 조명열주를 사용해 야간 조명과 함께 보행길을 유도하며 벚나무 길을 조성해 봄이 되면 벚꽃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보도 주변에는 조형 작품들과 조형 가벽 등을 볼 수 있어 길거리 미술관으로서의 느낌이 들도록 했다.
 
▲숲속카페=조형 파고라에 의해 둘러싸인 작은 정원에 숲속 야외카페를 조성했다. 파고라 너머로 보이는 수목과 초화류 사이에서 주민들 간 가벼운 다과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카페 중심과 주변에 적당량의 소나무를 심어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인근에 어린이 놀이터를 함께 배치해 어른과 어린이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 놓았다. 넓은 목재 데크 위 테이블들은 낮에는 주민들의 커뮤니티장으로, 밤에는 조용한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도 사용될 수 있다.
 
▲그린테라스=파고라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주변에 수변공간을 설치해 휴양지와 같은 분위기를 내도록 했다. 제주도에서 식생하는 팽나무를 심어 도심지에서 보기 힘든 이색적 풍경을 조성했으며 생태형 연못과 데크 및 파고라로 친환경적 공간이 조성돼 있다.
 
▲산책로=다층식재 구조로 이뤄진 조깅산책로는 다양한 굴곡이 있는 단지 외부 가로로서 약 0.8㎞의 아늑한 가로를 조성하고 있다. 계절별로 꽃을 즐길 수 있으며 친환경 식재가 돼 있어 주민 건강을 고려한 산책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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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에 친환경 요소 담아냈죠”
 
강철현
GS건설 익스테리어팀 차장
 

트리지움에 ‘호접몽’이란 새로운 조경 아이템 도입을 주도한 강철현 차장은 입사 이래 16년간 조경 부서에서만 계속 일해온 ‘조경맨’이다. 조경 분야가 빛을 보지 못하던 럭키개발 당시에도 자신만이 조경 담당 사원으로 일해 왔었다며 자신과 조경과의 인연을 설명했다. 이처럼 조경 분야에서 잔뼈가 굵어온 그에게 트리지움 조경에 대해 들었다.
 
▲‘호접몽’ 아이템 컨셉은=최근 도심에서 재건축되는 아파트에서 친환경 요소가 많이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거의 대동소이한 아이템들이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좀 더 새롭고 의미있는 친환경 요소가 무엇일까 평소 고민을 많이 해 왔다. 그동안 꽃과 나무들의 정적 아이템들이 많이 사용돼 왔다. 이 대목에서 한 번 쯤 동적 요인을 제안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꽃과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곤충류 중에서도 나비가 가장 우아하고 시각적 효과도 우수하다.
 
▲나비의 서식을 위해 준비된 점들은=나비 생태 정원 부근에는 수변공간과 함께 나비의 먹이가 되는 수액 및 꿀 등이 풍부한 식물류를 많이 배치해 놓았다. 또한 사람의 손에 의해 나비 서식지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생태 정원 부근의 동선을 서식처와 떨어뜨려 놓았다. 목재 재질로 된 2층 높이의 데크를 만들어 놓은 이유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향후 생태 정원에 나비가 많이 살고 있을 때 데크 위에서 내려다 보는 광경은 매우 보기 좋을 것이다.
 
▲최근 아파트 조경의 어려움은=사실 아파트 조경은 어렵다. 용적률이 높아 옥외공간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 조경 계획을 수립하는데 어려운 점들이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현실적인 제약에 떠밀려 사장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조경 분야가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회적 요구로 인해 조경분야의 발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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