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조합들 ‘국·공유지 사용료 부과’에 심리적 패닉
재건축조합들 ‘국·공유지 사용료 부과’에 심리적 패닉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1.05.0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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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조합들 ‘국·공유지 사용료 부과’에 심리적 패닉
 
  
반포2단지 “너무 억울… 법률 개정 시급” 호소
반포미주 “20억 지급… 지자체횡포 심각” 분노
 

최근 “재건축사업에 대한 국공유지 사용료 부과가 합당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일선 조합들이 혼수상태에 빠졌다. 게다가 타 자치구들도 사용료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일선 조합들의 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당 조합들은 지자체가 ‘세수 늘리기’에만 올인하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사용료 부과는 피해갈 수 없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이에 따라 조합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회장 성낙용)에서는 국공유지 사용료 부과와 관련해 법률개정 청원활동에 돌입했다.
 

‘국공유지 사용료 부과’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서초구내 해당 사업장들은 분노에 휩싸여 있다. 특히 소송 당사자인 반포2단지의 경우 하급심에서는 승소했지만 대법원이 원심을 뒤집으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반포미주의 경우에도 1심은 패소하고, 2심에서 승소했지만 앞으로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할 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패소할 경우 반포미주도 국공유지 사용료로 약 20억원을 내야할 위기에 놓여 있다.
 

▲반포2, 법률개정 준비 중=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으면서 고등법원에서의 심리가 한창인 반포2단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송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관련 법규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득 조합장은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뒤엎으면서 분하고 억울한 입장”이라며 “다만 고등법원에서 또 다른 논리를 주장하거나 관련 법규가 개정된다면 조합에게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을 제정할 때 사용료에 따른 조항을 명확하게 규정했다면 우리 단지는 물론 후발주자들의 피해가 없었을 것”이라며 “또 다른 피해단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 규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일 고법에서도 대법원과 같은 판결이 내려질 경우 반포2단지는 서초구가 부과한 사용료 169억원을 내야 한다. 이를 조합원 수로 환산하면 조합원당 최소 1천만원씩 납부해야 한다.
 

▲반포미주, 사용료로 약 20억원 지급 위기=반포미주 재건축조합도 약 20억원의 사용료를 지불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반포미주는 착공을 앞두고 단지내 서초구와 서울시 소유의 도로 및 공원을 사용하기 위해 대부계약을 체결하면서 대부료를 선납했다. 이후 조합은 “준공 후 무상으로 귀속되는 국공유지에 대한 사용료 부과는 부당하다”며 지난 2009년 11월 ‘대부계약체결의무 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1심에서는 조합이 패소했지만 2심에서는 법원이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불복한 서울시가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여서 현재 소송이 계류 중이다.
 
하지만 반포2단지의 대법원 판결로 인해 반포미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반포미주는 행정관청의 횡포가 도를 넘어섰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당연히 무상양도되는 국공유지를 유상으로 매입한다고 해도 사용료를 징수하기 위해서 일부러 땅을 팔지 않는 서초구의 작태에 분통이 터진다”며 “그동안 조합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60억원을 들여 하수도, 7억원을 들여 파출소를 설치한 다음 기부채납했는데 사용료까지 내라는 것은 횡포가 아닐 수 없다”고 분개했다.
 
이어 “우리 조합의 경우 반포2단지와 같은 판결이 나올 경우 약 20억원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부분을 감안해 법원이 판결을 내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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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부과단지 확대… 성동구는 대상단지 조사
 

■ 구청 반응
반포2단지의 국공유지 사용료부과 판결이 서초구내 타 단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판결대로라면 준공을 완료한 재건축단지가 국공유지를 무단으로 점용한 사실이 밝혀지면 공사기간 동안의 사용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를 인식한 타 구청들도 관내 단지들의 해당여부를 검토키로 하면서 국공유지 사용료 부과 쟁점은 서울시내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국공유지 사용료에 대한 부과처분이 합당하다는 판결은 반포2단지를 대상으로 한 사안이라서 어느 단지에나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논쟁의 소지가 있어 다른 단지들에게도 파급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반포2단지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다른 단지에게도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국공유지 사용료 부과는 타 지자체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구청의 경우 반포2단지의 판결 소식을 전해들은 후 관내에 사용료 부과대상 단지가 있는지 검토 중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우리 구에서는 지난해부터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곳들이 국공유지를 무단으로 점용하고 있는지 조사해 왔다”며 “최근 반포2단지의 판결이 확정된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에서와 같이 국공유지를 무단으로 점유한 경우에는 착공을 완료한 단지라고 해도 모두 해당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악구 관계자도 “행정재산을 무단으로 점용한 경우 사용료를 부과하도록 법으로 명시돼 있다”며 “아직은 실제로 사용료를 부과한 곳은 없지만 반포2단지 판결 이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자치구의 경우에는 서초구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사업시행인가를 조건으로 조합과 대부계약체결을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 관계자는 “재건축단지 내 국공유지를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당연히 변상금이나 사용료를 납부해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우리 구에서는 기부채납 후 남은 국공유지에 대해서는 사업시행인가 조건으로 대부계약을 체결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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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피해 줄이려면 법개정 빨리 추진해야
 

■ 전문가 시각
이번 반포2단지의 판결을 두고 법률전문가들은 국공유지 사용료가 재건축에만 한정돼 있어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판결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법의 문구를 그대로 해석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현재로서는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국공유지 사용료 부과에 있어 조합이 헤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동안 재판부는 “국공유지를 사용·점유한 대가로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조합에 유리한 쪽으로 판결을 내려왔다. 사업시행인가를 조건으로 지자체가 대부계약체결 등을 강요해 왔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이번 반포2단지 소송과 관련 대법원은 법의 문구를 그대로 해석해 ‘합당’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대법원 제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주택재개발사업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에 한해 국·공유지의 사용·수익허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재건축구역 내에 공원부지를 점유·사용하는데 대한 대가로 부과되는 점용료나 사용료가 면제된다고 본 원심판결은 위법하다”며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법률사무소 국토의 김조영 변호사는 “조합 입장에서 보면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억울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대법원이 법령 해석만으로 사용료 면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모든 재건축단지들이 사용료를 물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H&P법률사무소의 홍봉주 변호사 역시 법 개정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홍 변호사는 “재건축사업만을 대상으로 국공유지에 대한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이번 판결은 도정법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입법오류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재건축사업도 사용료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국토해양부와 국회에 신속한 법 개정 처리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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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협, 도정법개정 청원활동 돌입
 

전국 재건축·재개발조합의 구심체 역할을 하고 있는 한주협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전방위적 압박을 가할 방침이다.
 

최근 한주협은 국공유지 사용 및 처분과 관련 대법원의 판결이 알려진 이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하기 위해 정책자문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청원활동에 돌입했다. 정책자문위는 빠른 시일 내에 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한주협의 최태수 사무국장은 “최근 재건축·재개발사업에 있어 국공유지를 놓고 각종 소송에서 법의 허점 때문에 일선 조합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더 이상 지자체의 횡포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관련 법규의 개정청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협회의 정책자문위원들과 연구진들이 국공유지 관련 법 개정안을 작성 중에 있어 늦어도 내달 안에는 국회에 개정청원서를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우리 모두의 염원이 입법부에 전달될 수 있도록 일선 조합 관계자분들은 개정청원 활동에 적극 참여해 주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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