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재건축·재개발 공사비 증액에 ‘내홍’
현대건설 재건축·재개발 공사비 증액에 ‘내홍’
둔춘주공 공사중단… 조합원들 “변경계약 취소해야”
대조1구역도 착공 연기… 방배5구역은 조합장 해임
  • 최진 기자
  • 승인 2022.04.2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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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현대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내홍이 불거지고 있다. 국내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둔촌주공 사업장에서는 공정률 50%를 넘긴 상황에서 공사비 증액 문제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또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도 공사비 증액문제로 착공이 연기되고 있고, 방배5구역 재건축 역시 공사비 협상 과정에서 조합장 해임총회 등 내홍이 발생하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의 공사비 증액은 통상적인 문제지만, 현대건설 사업장에서는 집행부 교체나 조합원 갈등이 심각해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수주현장 관리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분제·도급제도 아닌 불분명한 공사비 증액, “계약변경 취소한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조합장=김현철)은 지난 16일 오후 2시 구역 인근 동북고등학교 운동장에서 2022년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에서 조합원들은 현대건설 사업단(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요구하는 5천600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 4천822명 중 4천558명(94.5%)이 ‘공사계약 변경 의결 취소’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 2019년 이뤄진 계약변경이 공사비 검증 결과를 조합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5천600억원이라는 공사비 증액 부담만 조합원들에게 떠넘긴 잘못된 계약이라는 것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1조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검증이 완료된 경우 검증보고를 총회에서 공개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이 있다. 조합은 지난 2019년 12월 임시총회에서 공사비 검증결과를 조합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공사비 증액이 반영된 계약서를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했기 때문에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둔촌주공 조합은 지난 2010년 총회를 통해 현대건설 사업단과 지분제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현대건설 사업단은 조합원들에게 확정적 이익을 보장하고 미분양 리스크 등은 건설사가 떠안겠다는 ‘확정 지분제’로 계약을 맺었다. 이후 건설경기가 급변하면서 지난 2016년 계약을 변경했고, 지난 2019년에는 재차 계약을 변경해 기존보다 5천600억원 공사비가 증액됐다.

조합은 지난 2019년 계약변경 과정에서 허위 무상 지분율로 조합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고 확정 지분제를 변동 지분제로 변경하는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해당 계약이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위 정보·법적 하자있는 계약 갱신돼야

총회를 통해 현대건설 사업단에 대한 심판론이 우세해지면서 조합 집행부도 현대건설 사업단과의 대치상황에서 힘을 얻는 모양새다. 공사비 증액에 대한 조합원들의 거부의사가 분명해진 만큼, 10일간의 공사중단 유예기간 이후 계약해지 및 시공자 변경에 이르는 절차가 이뤄질 가능성도 이전보다 높아진 것이다.

현대건설 사업단은 총회가 열리기 하루 전 둔촌주공 현장에 대한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또 지난 8일에는 입장문을 내고 증액된 공사계약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20년 6월 25일 체결된 변경 공사계약에 따라 정상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계약을 재검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짚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미 공정률이 50%가 넘은 대규모 사업장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시공자를 교체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투입된 공사대금을 치르고 또 분양 일정이 미뤄짐에 따라 상승된 금융비용을 지불하면서 사업장을 수주할 건설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조합원들은 현대건설 사업단의 공사중단 엄포가 지난 2020년부터 상습적으로 이뤄졌다며 더 이상 건설사들의 횡포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지난달 서울동부지법에 공사비 증액 계약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공사비 증액 문제에 착공지연, 조합내홍 먹구름까지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도 시공자인 현대건설과 공사비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지난 1일 조합 집행부와 함께 1천300억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현대건설을 교체해야 한다며 조합 사무실 앞에서 집단행동을 진행했다.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은 11만1천665.3㎡ 부지에 공동주택 28개동 2천451가구를 짓는 프로젝트로 총공사비는 4천625억원 규모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7년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스카이라운지·테라스하우스·커튼월룩 등 당시 강북 재개발 사업장에서는 보기 드문 다양한 특화설계를 제안해 경쟁사를 제치고 시공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사업시행변경인가 이후 공사비 협상이 시작되면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됐다. 지난해 4월 500억원 가량의 공사비 증액에 대한 안건이 총회에서 부결됐고 이후 공사비 증액문제로 집행부까지 해임되는 내홍을 겪었다. 올해 1월 기존 집행부가 재신임을 받으며 사업의 연속성은 유지됐지만, 착공에 앞서 공사비 증액은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있다.

조합에 따르면 최근 현대건설이 요구하는 공사비 증액 규모는 1천300억원으로 시공자 선정 당시 조합에 제안한 공사비보다 28%가량 인상됐다. 

서초구 방배5구역 재건축사업도 공사비 문제로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사업 정상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방배5구역은 지난 2017년 수의계약을 통해 현대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한 후 조합원과 시공자의 설계요구가 반영되면서 신축연면적이 14%가량 늘어났다.

사업시행계획 변경이 이뤄진 후 현대건설은 2천891억원을 추가공사비로 요구했고, 이후 협상을 진행하던 중 집행부에 대한 해임총회가 발의되면서 현재까지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조합은 오는 5월 초 집행부를 재구성하면서 사업정상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공사비 협상에 대해서는 명확한 밑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공사비 증액과정에서 조합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공사비 증액은 10~20% 가량 이뤄지는데, 유독 최근 들어 현대건설 사업장에서 갈등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시공자가 충분히 납득할만한 내용과 자료를 통해 조합과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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