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리모델링 내진설계 딜레마…
아파트리모델링 내진설계 딜레마…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7.10.23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파트리모델링 내진설계 딜레마…
 
  
90년대 벽식아파트 ‘어찌 하오리까’
기준강화에 비용 증가… 재건축과 맞먹어
내진성능관련 정확한 평가기법 마련 시급

 
최근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에 밑불이 당겨졌다. 건설사 리모델링 담당자들은 수주를 위해 연일 아파트단지 안팎을 들락거리며 발걸음이 바쁘다. 사업설명회와 주민총회가 계속 이어지며 재건축·재개발에 이어 제2의 수주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미 70~80년대 지어진 서울지역 대규모 중층아파트에는 각 건설사들의 수주 행렬이 한 차례 훑고 지나갔다. 리모델링 가능 연한이 15년으로 단축된 이후 이 행렬은 90년대 지어진 아파트들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90년대 지어진 벽식구조 아파트 리모델링 가능성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벽식구조 아파트를 리모델링하기 위해서는 현행 내진설계 기준이 충족돼야 하지만 건설 당시 내진기준과의 격차가 큰 만큼 보수·보강 비용 역시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90년대 벽식 아파트의 딜레마=리모델링의 새로운 비용 증가 요인으로 내진기준이 부상하고 있다. 현행 내진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예상외의 비용이 추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벽식 구조 아파트에 이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라멘조 아파트의 경우는 골조 부분에 있어 리모델링이 비교적 자유롭다. 벽체를 허물어 새로운 평면을 도입할 수 있으며 보수·보강 방법도 수월해 비용적 부담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아파트들은 리모델링 과정에서 벽식구조와 라멘조를 합쳐 시공하는 방법을 도입하므로써 내력벽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내진기준 충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반면 벽식구조의 경우는 내력벽 벽체를 허물지 못하기 때문에 평면의 제약이 크고 결국 해당 내력벽 골조 위에 새로운 건축이 이뤄져야 한다. 이 때 기존 골조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골조 내부에 산소가 침입, 중화 작용이 발생해 골조 약화가 진행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강화된 내진기준까지 적용되면 이에 대한 보수·보강에 많은 비용 투입이 필요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벽식 리모델링 아직 한 건도 없다=현재 각 건설사에서 내놓는 수주 전략 중 하나가 실적이다. 리모델링 실적이 있기 때문에 믿어달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현재 지어진 리모델링 아파트들의 사례는 모두 라멘조 아파트다. 라멘조구조 아파트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지만 벽식구조 아파트에서는 기존 실적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런지 미지수다. 최초의 리모델링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던 마포 용강아파트도 라멘조구조였으며 이촌 로얄맨션 역시 라멘조구조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이촌 수정아파트도 라멘조구조다. 압구정 현대사원아파트를 리모델링한 대림아크로빌의 경우는 플랫슬랩(Flat Slab)이라는 구조로 라멘조와 흡사한 구조다. 벽식구조 아파트 건설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내진기준 강화에 비용 증가=리모델링의 기본적 특징은 기존 골조를 재활용한다는 부분이다. 재활용을 하되 현행 건축 관련 법령을 충족시켜야 한다. 현행 건축 관련 법령 중에는 내진설계 필요성을 규정하는 법령이 있으며 이 기준은 개정 때마다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리모델링 대상 벽식 아파트들의 골조 상태가 현행 내진설계 기준과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국내 내진설계 기준은 1988년부터 도입된 제도다. 97년과 2005년에 개정됐는데 2008년에도 또 한 차례 개정이 추진 중이다. 개정이 진행될수록 내진기준은 계속 강화되고 있다.
 
88년부터 내진설계 기준이 도입되었다 해서 90년도에 완공된 벽식 아파트에 내진설계가 적용돼 있다고 장담하기에는 어렵다. 88년 내진설계 기준이 있었다 하더라도 사업승인을 받고 공사가 진행되는 시기를 고려한다면 90년도 초반에 지어진 아파트까지도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들 아파트들의 범위는 시간적으로 80년대 중후반, 5개 신도시 아파트일 가능성이 높다.
 
내진기준의 적용 유무는 골조가 가로방향 힘에 대해 버티는 힘이 얼마나 되는 지 여부다. 내진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의 건축물은 위 아래의 중력 방향에 대한 구조 계산만 이뤄진 후 건물이 지어진다.
 
반면 내진기준까지 포함된 구조 계산이 이뤄지게 되면 중력방향 뿐만 아니라 좌우로 흔드는 횡방향의 힘에 대한 고려도 함께 이뤄진다. 건물과 지진의 관계는 땅이 좌우로 움직이며 건물을 흔드는 횡방향 힘과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한 구조 전문가는 “현행 내진설계 기준에 따르면 벽식구조 아파트 건설 당시와 비교해 1.3~2.2배 이상의 기준이 강화돼 있다”며 “아파트 건설 당시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없어 현재 기준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 내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재건축 비용 육박=리모델링 비용은 재건축에 육박한다. 기존 골조를 그대로 사용하는 리모델링 사업에서 재건축과 비슷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부분을 놓고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기존 골조를 사용하므로써 골조 철거 비용과 건설 비용이 절약됨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엇비슷한 것에 대한 의문이다.
 
한 구조 전문가는 “완전 철거하는 것이 골조만 남겨두는 것보다 오히려 비용 측면에서 더 싸다”고 말했다.
 
전체 건설 공정에서 골조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지 않을 뿐더러 골조만 남도록 철거하는 것이 오히려 세심한 기술이 필요하고 이것이 비용 발생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노후된 골조에 보수 및 보강을 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벽식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면서 우선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골조에 대한 관심이다. 최근 건설사에서 진행하는 사업설명회에 참석해 보면 재건축 수주 현장과 똑같다. 공사비 및 금융비용 조건과 함께 평면 구조, 그리고 마감재 수준 등이 거론되며 이 내용만이 계속 거론된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수주 과정에서의 쟁점은 양 쪽에 차이가 없다.
 
 
재건축은 기존의 모든 건물을 허물고 지하층부터 새로 신축하는 것이기에 골조에 대한 고려가 필요없다.
 
 
하지만 리모델링의 경우 골조에 대한 고려가 일차적으로 선행되어져야 한다.
 
▲내진성능 평가 기법 개발 시급=내진설계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현재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의 내진성능이 얼마나 되는 지 진단하고 현재의 내진기준과의 차이를 메꾸는 방법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내진성능에 대한 정확한 평가 기법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한 구조 전문가는 “곧 벽식아파트들의 리모델링 시장이 커질 것이 분명한 시점에서 내진성능에 대한 평가 기법 확립이 시급하다”면서 “새로운 보강시스템 및 구조 시스템 등이 개발돼 보다 손쉽고 비용이 저렴한 리모델링이 가능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민들 역시 리모델링을 내부 마감재를 변경하는 인테리어 개념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며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구조 형식을 이해하고 그 성능파악에 관심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벽식 아파트보다 라멘조구조가 리모델링 더 적합”
 
1980년 중반 5개 신도시 건설 시점을 기준으로 신축 아파트의 구조 방식이 갈렸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라멘조구조를 대신해 벽식구조 아파트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시공 기술발달 및 경제성 등이 고려돼 최적의 아파트 건설 기술로 평가되면서 이후 모든 아파트들이 벽식구조로 지어지기 시작했다.
 
한 구조 전문가는 “5개 신도시가 건설되면서 물량과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됐다”면서 “빠르고 값싸게 짓는 방법이 연구됐으며 그 결과 채택된 방식이 벽식구조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대적 배경을 근거로 현행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는 1기와 2기로 구분될 수 있다. 70~80년대 지어진 아파트가 1기로써 라멘조구조의 아파트, 90년대 지어진 아파트들은 2기로써 벽식구조 아파트다.
 
1기 라멘조구조 아파트가 골조를 재활용하는데 있어 리모델링이 수월했다면 90년대 지어진 2기 벽식구조 아파트들은 리모델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존의 라멘조구조 아파트에 비해 벽식구조 아파트는 내력벽 양생이 끝남과 동시에 1개 층이 올라갔다. 라멘조의 경우 기둥과 보의 양생이 끝난 후 다시 벽돌로 벽체를 쌓아 올려야 했기에 시간적 측면에서 벽식구조보다 열악했다. 벽식구조는 층고도 라멘조에 비해 낮았기 때문에 경제성 측면에서도 우수했다.
 
예를 들어 사선제한 등 높이제한으로 일정 높이까지만 건설할 수 있을 경우 라멘조는 10층까지만 지을 수 있다면 벽식구조는 11층까지 지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라멘조는 일반적 층고 높이가 3~3.2m 안팎인 반면 벽식구조는 2.6~2.8m이기 때문이다. 스프링클러 등 최근에 개정된 법 규정들을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여유있는 층고가 필요하다. 이 같은 내용들이 벽식아파트보다 라멘조 아파트가 리모델링에 더 적합한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