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의 형사 책임
조합장의 형사 책임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3.10.3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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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1. 들어가며
필자가 여러 정비사업조합을 자문하다보면 조합으로부터 사업비 집행 시 반드시 총회의결 또는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지, 위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업무상 횡령이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의 문제는 없는지 등에 관한 질의를 많이 받는다. 그런데 종종 형사책임의 문제는 없다고 판단되는 사안에서 검찰이 무리하게 조합장을 기소했다가 결국 무죄가 확정되는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아래에서는 필자가 수행한 사건 중 검찰이 조합장에 대하여 업무상 횡령 등으로 기소한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2. 판결례
가. 대법원 2012.9.27. 선고 2012도7713 판결(이하 ‘① 판결’이라 함)=위 사건은 추진위원장이 추진위원으로부터 정비용역계약을 높은 용역대금으로 체결하여 토지등소유자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업무상 배임으로 고소를 당하자 추진위원장 개인이 아닌 추진위원회 대표자 자격으로 법무법인과 사건위임계약을 체결한 사안인데, 검찰은 추진위원장을 업무상 횡령 미수로 기소하였고, 1심은 벌금 200만원, 2심은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면서 추진위원장에게 불법영득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고, 결국 파기 환송심에서 무죄가 확정되었다.


“위 고소사건은 피고인 개인의 위법행위가 문제가 되었다기보다는 추진위원회와 종전 정비업체 사이의 정비용역계약의 해지 및 추진위원회와 신규 정비업체 사이의 정비용역계약의 체결 등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 등이 문제된 사안으로, 피고인에 대한 기소가 이루어져 유죄가 인정될 경우 종전 정비용역계약의 해지 및 신규 정비용역계약의 체결의 효력 등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진위원회와 업무상 관련이 깊고, 추진위원회로서는 그에 대응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므로, 추진위원회 비용으로 고소사건에 관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10.16. 선고 2013노2929 판결(이하 ‘② 판결’이라 함)=위 사건에서 조합장은 조합을 설립하기 위하여 가칭 추진위원회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가칭 추진위원회의 비용을 보전하기로 하고, 조합원 총회에서 위 비용으로 1억2천677만원을 지급하기로 의결한 후 지급했다. 이 중 1천만원을 돌려받았고, 그 후 700만원을 다른 비상대책위원회와 통합하기 위하여 위 비상대책위원회의 운영비 보전 명목으로 지급한 사안에서, 검찰은 조합장이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위 700만원을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업무상 횡령 및 도정법 위반으로 기소하였고, 1심은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였으나, 2심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면서 무죄를 선고하였다.

“피고인은 대의원회에서 위 700만원 지급 사실을 보고하고 승인을 얻은 점, 피고인이 비록 예비비 중 가칭 추진위원회 운영비를 보전하여 주기로 결정되어 지급된 돈의 일부를 돌려받아 다른 명목의 예비비로 사용하였지만, 예비비는 그 성격상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지 않고 위 지출 금액이 총회에서 승인된 전체 예비비의 총액을 벗어나지 않은 점, 비상대책위원회에 지급한 700만원은 조합 설립을 위한 내부 결집과정에서 그 운영비를 보전하여 주기 위한 것으로서 가칭 추진위원회 운영비를 보전하여 주려던 당초 사용목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700만원 지출 당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총회에서 의결된 예산의 범위 내에서 구체적으로 예산을 집행한 것에 불과하다.”

 

3. 평석
① 판결은 추진위원장이 정비용역계약과 관련된 고소사건을 방어하지 않을 경우 위 정비용역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진위원회 업무와의 관련성, 대응할 필요성 등이 인정되어 추진위원회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또한 위 판결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위 업무상 배임 사건은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아 적법한 직무집행 행위로 인정되었음에 주의해야 한다.


즉 위 판결은 추진위원장의 업무상 횡령 관련 모든 사안에 일반화할 수 없고, 추진위원회장이 추진위원회 대표자 자격으로 한 적법한 업무행위와 관련된 부당한 고소에 대응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② 판결은 조합장이 돌려받은 1천만원은 예비비의 성격을 갖고 있고, 총회에서 의결된 예비비 범위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 700만원 사용 목적이 돌려받은 1천만원의 당초 사용목적(조합설립을 위한 통합)과 유사하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이다.


대법원은 2009도13602 판결에서 총회 의결을 거친 예산의 구체적인 집행은 그 예산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정비사업비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바 있는데, 검찰 및 1심은 위 판결 취지를 간과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 문의 : 02-537-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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