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원장의 뇌물죄 적용 논란(1)
추진위원장의 뇌물죄 적용 논란(1)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4.07.0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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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주
변호사/H&P 법률사무소
www.parkhong.com

 

추진위원장이 시공사나 철거업체 선정과 관련하여 금품 등을 수수하여 검사가 추진위원장을 기소한 경우, 그와 같은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될 수 있을까.

 

최근 이와 관련하여 몇 군데 사업장에서 뇌물죄 적용에 있어 추진위장의 직무범위가 논란이 되고 있어 추진위원회 공무원의제 규정 신설취지와 보호범위에 국한하여 검토해보기로 한다.

 

추진위원장은 일반공무원이 아니라 특정한 경우 제한적으로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자에 불과하다.

 

본래 도정법은 추진위원장에 관하여는 공무원의제 규정을 설치하여 두지 않았는데, 이는 조합임원에 대한 공무원의제 규정으로 조합업무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법적 결단의 소산이었다.

 

그러나 추진위원회가 처리한 업무와 그에 따른 권리·의무가 포괄적으로 조합에 승계되므로 추진위원회 업무의 적정성과 투명성의 보장도 조합업무의 그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2009년 2월 6일 도정법 개정으로 추진위원장도 공무원의제 범위에 포함되었다.

 

뇌물죄 관련 추진위원장의 공무원의제 규정의 입법 취지는 추진위원회의 정상적 운영과 추진위원회 업무의 공정성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추진위원장에게 적용되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은 의당 추진위원회 업무의 공정성과 불가매수성이라 할 것이다.

 

2009년 2월 6일 도정법 개정으로 추진위원회 업무의 적정성과 불가매수성을 위하여는 추진위원장에 대한 공무원의제 규정이, 조합 업무의 적정성과 불가매수성을 위하여는 조합임원에 대한 공무원의제 규정이 각 적용되는 것으로 법령이 정비된 셈이다.

 

그런데 위 공소사실은 철거업체 선정업무가 추진위원회에 의하여 향후 설립될 조합 또는 그 조합에 의하여 선정될 시공자의 고유업무일 뿐이어서 추진위원장과 직무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이를 추진위원장의 업무로도 볼 수 있다는 해석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공소사실은 조합업무의 보호를 위해 별도로 조합임원의 공무원의제 규정이 설치되어 있음에도 추진위원장의 공무원의제 규정을 통해 조합업무의 불가매수성까지 보호하려는 것이다.

 

위 공소사실에 따르게 되면 조합의 실체 구성 이후에 이루어지는 조합의 모든 업무, 조합장의 직무, 조합설립 이후 단계에 선정되는 협력업체의 업무도 망라적으로 추진위원장의 업무로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추진위원장과 조합임원을 별도로 나누어 규율하고 있는 제84조 문언의 객관적 의미와 그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추진위원장에 대한 공무원의제 범위가 무한히 확장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한다’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게 될 소지가 매우 크다.

 

일반공무원의 경우 뇌물죄의 주체로서의 공무원지위가 먼저 존재하고 그 지위에 수반되는 공무의 청렴성을 보호하는 구조이다.

 

반면, 공무원의제 규정의 경우 이와는 반대로 보호대상으로서의 업무가 먼저 존재하고 그 업무와 관련되었을 경우에만 뇌물죄의 주체로서의 공무원지위를 의제하는 구조이다.

 

일반공무원 사안은 그 지위에 수반되는 복잡·다양한 형태의 공무의 청렴성을 포괄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뇌물죄의 적용에 있어 직무관련성을 폭넓게 해석해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공무원의제 사안은 뇌물죄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특정한 직무와 관련된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공무원지위가 의제되는 것에 불과하므로 직무관련성 판단 역시 일반공무원의 사안보다는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당연한 귀결이다.

 

구성요건 검토 순서에 있어서도 일반공무원의 경우 광범위한 업무관련성으로 인해 범죄 주체로서의 지위를 먼저 확정한 후 뒤이어 업무관련성을 검토하는 게 논리적이지만, 공무원의제의 경우 업무의 청렴성을 보호하기 위하여 예외적으로 범죄주체로서의 공무원지위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보호되는 업무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확정하고 거꾸로 공무원지위 인정 문제로 들어가는 게 자연스럽다.

 

이와 같은 공무원의제 규정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해 볼 때 본래는 사인에 불과한 추진위원장을 공무원으로 의제하면서까지 청렴성을 보호해야 할 추진위원회 업무의 존재가 우선 인정되어야 한다.

 

철거업체의 선정은 조합의 실체가 형성된 이후 사업시행자인 조합이나 조합에 의하여 선정된 시공자가 담당하게 될 업무로서 그 청렴성의 보호는 엄연히 조합임원에 대한 공무원의제 규정에 맡겨야 한다.

 

결국, 조합 혹은 시공자의 고유업무를 보호하기 위하여 추진위원장을 공무원으로 의제하는 것은 도정법 제84조 공무원의제 규정의 구조적 특성, 입법취지, 법문의 객관적 의미 등과 조화를 이루기 대단히 어렵다 할 것이다.

 

☞ 문의 : 02-584-2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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