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 청구 소송 -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 (14)
매몰비용 청구 소송 - 재개발 조합장의 죽음 (14)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4.07.2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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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원장이 의사봉을 치자 추진위원들이 박수를 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벌써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제1차 추진위원회의가 무사히 끝났음을 자축하는 회식자리가 진행됐다.


회식 도중 민익선이 이동호를 불러냈다.


“이 과장, 오늘 수고했어. 이제 완전 선수가 다 되었구만. 정말 매끄럽게 잘 하던데.”

“별 말씀을요.”


민 회장의 칭찬에 이 과장이 몸둘 바를 모르며 머리를 긁적인다.


“그런데 이과장, 거 계속 질문하던 친구 말이야.”


“박현길 사장님이요?”


“그래, 그 친구 좀 유심히 살펴봐야겠어. 하는 짓이 영 수상해. 무슨 말인지 알지?”


민익선의 눈에는 박현길이 처음부터 행동을 같이 해 왔지만 하는 짓이 영 심상치 않았다. 오늘 회의에서도 계속해서 질문하는 것이 분명 뭔가 있어 보였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시각 박현길은 미래씨엠씨 송기호 회장, 박두수 부위원장과 같이 있었다.


“박 사장, 오늘 아주 잘했어요. 역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아무나 따는 게 아니라니까.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 내시드만. 다른 추진위원들도 박 사장 똑똑하다고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송기호가 박현길을 치켜세우자 박두수도 거들고 나선다.


“박 사장 오늘 완전히 다른 사람 같더라구. 이렇게 능력있는 사람을 여태 몰라봤을까? 자 고생했어요. 한잔합시다.”


박두수가 건배를 권하자 박현길도 얼른 술잔을 들어 부딪친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것이 싫지 않은 기색이다.


“다 송 회장님이 코치해 주신 겁니다. 제가 뭘 아나요. 송 회장님께서 회의자료 보시고 이런 저런 질문을 하라고 일러 주신 거지요. 그런데, 송 회장님, 답변을 위원장이 하지 않고 사회자가 해도 되는 건가요? 위원장이 추진위원들 앞에서 버벅거리는 모습을 보여야되는데, 이 과장이 답변을 하는 바람에 이도 저도 아니게 되고 말았습니다.”


송 회장이 담배를 끄고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더니 대답한다.


“위원장이 뭘 아나요. 다 실무자들이 하는 것이지. 사회자가 사회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날 회의의 성패가 판가름납니다. 이 과장이라는 친구가 생각보다 똑똑한가 봅니다. 다음 번에는 사회자는 빠지고 추진위원장이 직접 대답하라고 요구하십시오. 어쨌든 오늘은 잘 했습니다. 나중에 박 사장이 총무이사를 하면 아주 잘 할 것 같습니다.”


송기호의 말에 박현길이 머리를 긁적거린다.


한편, 매몰비용청구소송은 재판일정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김명찬 변호사는 주택재개발사업이 공익사업이기 때문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매몰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매몰비용청구소송의 피고들인 대한민국과 서울시, 성북구청은 재개발사업이 공익사업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었다.

 

준비서면


사건   2013구합11110호 매몰비용청구
원고   안암6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피고   대한민국외2


위 사건에 대하여 피고들은 다음과 같이 변론을 준비합니다.


다  음


1. 원고는 도시정비법에 각종 규정들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주택재개발사업이 공익사업이라고 주장합니다.


2. 어떤 사업이 공익사업인지 사익사업인지는 그 사업을 통해 발생한 이익의 향유주체가 누구인가에 의하여 구별되는 것이지 사업진행절차 내지 그 방법에 의하여 결정될 사항이 아닙니다.


3. 주택재개발사업은 정비구역내의 토지등소유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노후불량주택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신축하여 조합원들이 입주하는 사업입니다.
개인이 소유하던 기존의 낡은 집 대신 새집을 짓는 사업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이 사업이 정비구역이라고 하는 다소 넓은 공간에서 다수 토지등소유자들에 의해 행해진다는 점, 이 때문에 공적인 규율이 가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4. 주택재개발사업이 다수 토지등소유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속성 때문에 가해지는 이러한 공적인 규율을 근거로 이 사업의 본질이 공익사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주장에 불과합니다. 주택재개발사업은 공익사업이 아닌 민간사업으로서 사익을 추구하는 사업이 분명합니다.


2013. 4. 3.
위 피고들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승리로 담당변호사 박 찬 성

 

피고측 준비서면을 송달받은 김 변호사는 조합장에게 준비서면을 전달해 주었다.

 
준비서면을 살펴본 조합장은 재개발사업이 민간사업이라고 주장하는 피고들의 주장에 참으로 어이없어했고, 김 변호사에게 재개발사업이 공익사업인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김 변호사는 조합장의 주장과 도시정비법의 규정들을 면밀히 살펴보며 반박 준비서면을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준비서면


사건   2013구합11110호 매몰비용청구
원고   안암6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피고   대한민국외2


위 사건에 대하여 원고는 다음과 같이 변론을 준비합니다.


다  음


1. 피고들은 재개발사업은 토지등소유자가 구옥을 철거하고 건물을 신축하여 입주하는 사업으로 본질적으로 사익사업이라고 주장합니다.


2. 이러한 피고들의 주장은 주택재개발사업의 일면만을 부각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도시정비법 제1조는 이 사업의 목적을 두 가지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도시환경의 개선과 주거생활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피고들이 부각시킨 것은 두 번째 부분입니다. 재개발사업이 기존건물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러한 면에는 사익사업적인 측면도 분명이 존재한다는 점은 원고도 인정합니다.


3. 하지만, 도시정비법의 첫 번째 목적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원고는 피고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도시환경을 개선할 의무가 누구에게 있습니까
도로와 공원 등 정비기반시설을 개선하고 설치할 의무가 누구에게 있습니까?


4. 좁은 도로를 넓히고 녹지를 조성하기 위하여 공원을 만드는 일 들은 원래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국민들이 국가에 세금을 내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5. 하지만 재개발사업의 경우 이러한 정비기반시설을 설치하는데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조합이 부담하게 됩니다. 피고들은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 구도를 잡아 주고 지시만합니다. 피고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비용을 부담하며 진행해야 할 일을 조합에 전가하는 것입니다. 소위 이른바 ‘손 안대고 코푸는 격’입니다.

6.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조합에게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짓게 해서 이를 원가에 매입하여 국가주택정책으로 활용합니다. 재개발사업이 없다면 국가가 민간으로부터 토지를 매입하고 공사비를 들여서 공급해야 하는 일입니다.


7. 피고들은 과거 재개발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는 등 수익이 남는 것 같자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시키면 이러한 정비기반설치와 임대주택 등을 조합에 전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획책하고 조장하였습니다. 소위 뉴타운사업이라고 하여 대규모 재정비촉진구역을 지정하여 광범위한 차원의 ‘손 안대고 코 풀기’를 시도하며 전국적으로 수많은 정비구역을 지정하여 온 나라가 재건축재개발 열기에 들뜨도록 한 것입니다.


8.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사업의 한 쪽 단면만을 부각시켜 이는 사익사업이므로 피고들이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미는 형국이라 할 것입니다.


2013. 4. 12.
위 원고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창천 담당변호사 김 명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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